글. 김지한
매일경제 문화스포츠부 기자. 야구, 골프, 일반스포츠를 담당하고 있다. 스포츠의 숨은 스토리와 산업 가치 등에 특히 관심이 많다.
MLB 사무국은 지난해 7월 13일 MLB 서울시리즈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MLB의 방한은 ‘야구의 세계화’ 일환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정규리그를 진행하는 월드투어 방식으로 추진됐다. 그동안 MLB 공식 개막전은 미국 바깥에서 1999년 멕시코 몬테레이를 시작으로 2000년 일본 도쿄, 2001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2014년 호주 시드니 등에서 열렸다. 도쿄의 경우에는 2004, 2008, 2012, 2019년까지 총 5차례 MLB 개막전을 치렀다. 서울시리즈는 아시아 대륙에서 도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MLB 공식 개막전으로 기록됐다.
특히 MLB 서울시리즈는 경기 전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오타니 쇼헤이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700억 원)에 LA 다저스와 새 계약을 하면서다. 오타니가 MLB를 넘어 전 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액수로 계약한 것에, 미국, 일본은 물론 MLB 서울시리즈를 여는 한국도 들썩였다. 지난 1월 29일 진행한 MLB 서울시리즈 1차전 예매 티켓은 발매 8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2021년부터 샌디에이고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이 국내 야구팬들 앞에서 ‘금의환향’한 것도 흥행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됐다.
ⓒ쿠팡플레이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3월 꽃샘추위에도 편안하게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돔구장으로, MLB 서울시리즈 개최 장소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공식 개막전 2경기뿐 아니라 앞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한국 야구대표팀,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등과 치른 스페셜 게임 4경기까지 총 6경기가 치러지면서 고척스카이돔에는 모두 10만여 명이 몰렸다.
이에 따른 ‘흥행 대박’은 엄청났다. LA 다저스 선수들의 올해 연봉 총액은 2억 1,472만 달러(약 2,800억 원)인데다가 샌디에이고 선수들의 총액은 1억 4,499만 달러(약 1,900억 원).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내한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엄청났다.
최저 12만 원에서 최고 70만 원에 판매한 서울시리즈 경기 티켓은 개막전 2경기가 모두 예매 단계에서 전석 매진됐다. 이른바 ‘MLB 특수’도 이어졌다. 다저스·샌디에이고 구단 상품을 판매하는 슈퍼스토어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서 30~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슈퍼스토어에서는 오타니, 김하성 등 일부 선수들의 유니폼이 경기 시작 전에 모두 팔렸다.
이번 서울시리즈에는 오타니뿐 아니라 다저스의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샌디에이고의 투수 다르빗슈 유와 마쓰이 유키 등도 포진해 일본 내 관심도 높았다. 특히 다저스 이적 후 첫 경기를 치르는 오타니를 보기 위한 관광상품이 경기 전에 일찍이 동났다. 일본 여행사 JTB는 지난 2월 서울시리즈를 관람하고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여행 패키지 상품을 49만 8,000~72만 8,000엔(약 443만~650만 원)에 내놨는데 일본 내 경쟁률이 무려 200대1에 달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묵는 서울 여의도 호텔은 객실 예약률이 3월에만 98%를 기록했고, 특히 일본 국적의 예약·투숙 고객이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나 특수를 누렸다.
MLB 서울시리즈를 공식 후원한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렸다. 특히 방송 중계와 티켓 예매 판권을 구매한 쿠팡플레이는 공식 파트너로 서울시리즈에 참여해 국내 OTT 시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회사로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쿠팡이 이번 대회 주최를 위해 얼마나 후원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리즈 6경기 티켓 판매 수익으로만 약 2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모바일인덱스의 국내 OTT업체 DAU(일간활성이용자수)에서 서울시리즈 2차전이 열린 3월 22일 쿠팡플레이의 DAU가 3월 초(3월 4~8일·71만 9,000명) 대비 무려 169% 증가한 194만여 명을 기록했다. 서울시리즈 1차전이 열린 3월 21일에도 142만 명을 기록했고, 앞서 열린 평가전에서도 3월 17일 143만, 3월 18일 118만 명을 기록해 ‘서울시리즈 효과’를 봤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2022년 축구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런칭시켰고 지난해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맨체스터시티,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의 방한을 성사시켜 축구팬들의 호평을 얻었다. 이어 MLB 서울시리즈를 통해 차별화된 ‘스포츠 OTT’ 채널을 구축했다.
쿠팡플레이는 프로축구 K리그,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포뮬러1 등의 중계권을 갖고 있고, 2025년부터 4년 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주관하는 모든 경기에 대한 뉴미디어 중계권도 가진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두고 새롭게 참여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김지한
ⓒ쿠팡플레이
우리금융그룹은 일명 ‘움직이는 광고판’인 선수의 유니폼에 기업 로고를 부착해 미국, 일본 등에 브랜드 알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주류 공식 후원에 나선 오비맥주도 서울시리즈 6경기 동안 약 1만 명이 시음 행사에 참여했고, 카스 생맥주만 2만 5,000여 잔, 캔맥주도 2만 9,000여 캔이 팔려 서울시리즈 특수를 얻는 데 성공했다. 여행·레저 부문 후원에 참여했던 파라다이스시티도 서울시리즈 효과가 2024년 1분기 영업 이익에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기가 열린 서울 지역의 명소·관광지도 MLB 서울시리즈의 흥행 효과 이익을 얻었다. 광화문·조계사·광장시장·용산 어린이공원 등에 놀러간 모습을 업로드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만 명이 접속했다. 또 오타니가 SNS에 올린 서울시리즈 영상에는 하루 새 ‘좋아요’ 67만여 개가 달려 자연스럽게 서울이 알려지는 계기로 이어졌다.
이렇게 숙박·외식·관광 등은 물론 SNS를 활용한 지역, 기업 등 브랜드 노출 효과까지 더하면 서울시리즈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MLB 런던시리즈의 경제 효과(약 6,200만 달러·800억 원)보다 2.5배 많은 규모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인스타그램
©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
MLB 서울시리즈는 국내 야구팬들은 물론 경기를 치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MLB 사무국에서도 크게 만족하면서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MLB 서울시리즈의 운영 총괄을 맡았던 글로벌 종합 스포츠 마케팅 사업 대행사 옥타곤(Octagon)의 존 셰이 최고경영자(CEO)는 “팬들은 온전히 야구를 즐기며 열광했고,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 후원사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한국이 대형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서울시리즈는) 홈런을 친 결과를 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 시장이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축구 월드컵,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 리브(LIV)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도 세계에서 통하는 야구·축구계 스타들의 파워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문화 콘텐츠 결합, 디지털 플랫폼 등을 내세워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기에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MLB 서울시리즈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그렇다면 향후 MLB 서울시리즈를 또 한 번 기대해볼 수 있을까. 일단 2025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MLB 경기가 다시 열리기로 했고, 2026년에는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예정돼 있다. 야구계에서는 2027년 또는 현재 건설 중인 인천 청라돔구장이 완공되는 2028년에 다시 MLB 한국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