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은영
온라인 경제매체 조선비즈 기자. 문화부, 산업부를 거쳐 생활경제부에서 유통산업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비 생활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다.
HDC그룹 계열 유통계열사인 아이파크몰이 불황기에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지난해 연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9%가량 성장한 수치다.
이 백화점은 2021년까지만 해도 연 매출이 3,520억 원에 불과했으나, 2년 새 매출 규모가 40% 이상 커졌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10%대 성장해 이대로라면 연 매출 6,000억 원 달성이 가능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백화점 성장률과 비교하면 돋보이는 성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2.2%에 그쳤다.
‘백화점=명품’ 공식이 성공 전략으로 자리 잡은 백화점 업계는 ‘명품 없는 백화점’인 아이파크몰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 업계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을 입점한 점포만 성장하고, 명품이 갖춰지지 않은 백화점의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여서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명품 대신 게임이나 캠핑 등 한 가지 취미에 깊이 빠진, 이른바 덕후를 공략한 팝업스토어를 열어 젊은 고객을 집결시켰다. 12개의 팝업 전용 공간을 포함, 총 30개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연간 700여 건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건담·티니핑·포켓몬·닌텐도·쿠키런 등 앞서 아이파크몰 용산점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캐릭터 관련 행사만 수십 회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닌텐도 직영 공식 팝업스토어의 경우 37일간 약 4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여기에 아이파크몰은 고객이 오래 머물며 즐기도록 식음료(F&B)를 강화했다. 올드페리도넛, 한강로칼국수, 라멘짱, 숲속호두, 오시오카페 등 지역 맛집을 유치하고, 식음 매장 위생 등급 관리제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의식의 흐름’을 상품기획(MD)에 반영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과거 ‘쇼핑하러 간 김에 배고프니 뭐라도 먹자’라는 시각으로 매장을 조성했다면, 현재는 ‘배부른데 구경하고 쇼핑할까’ 하는 고객의 시선으로 매장을 꾸렸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아이파크몰의 백화점 멤버십 고객 중 20~30대 고객 비중은 64%로, 2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통상 백화점 매출의 절반 이상이 40~50대 고객에게서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는 이런 성장이 면세점, 대형마트, 영화관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한 가운데 이룬 쾌거라는 점에 주목한다. 김대수 HDC아이파크몰 대표는 “용산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파악한 바로 유동 인구는 오히려 줄었다”면서 “영화관의 고객수가 20% 정도 감소했고, 대형마트 고객수도 10~15%가량 줄었다. 우리 콘텐츠에만 사람이 몰린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엔 영화관 의존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의존도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출신인 김 대표는 2022년 7월 아이파크몰에 합류했다.
올해 아이파크몰은 ‘어반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수립하고 쇼핑과 예술·문화 콘텐츠가 융합된 쇼핑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초 콘텐츠 개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팝업스토어와 전시회 등을 진행하던 리빙파크 3층 전자 코너를 새로운 콘텐츠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난 4월에는 쇼핑몰 옥상에 550평 규모의 ‘빠델’ 구장을 국내 쇼핑몰 최초로 선보였다. 빠델이란 테니스와 스쿼시를 혼합한 스포츠로, 최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국내에 낯선 빠델 구장을 들이는 이유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서다. 이 점포는 앞서 2012년 풋살 경기장을 쇼핑몰 옥상 조성해 연간 30만 명의 이용객을 불러 모은 바 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 대비 2030 고객 비중이 넓다는 점을 활용해 체험형, 경험형 콘텐츠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기존 영업 공간을 강화하고 유휴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면 중장기적으로 매출 1조 원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