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선우
관광·MICE 전문기자. 종합 경제 일간지 이데일리 편집보도국 문화부에서 관광·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 분야를 맡아 국내외 관련 시장과 산업 동향을 취재한다.
기간 7월 26일(금)~8월 11일(일)(17일간)
선수단 규모 206개국 10,500명
슬로건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
종목 45개
마스코트 프리주(Phryge)
파리 올림픽은 2015년 처음 유치 신청서를 낼 때부터 ‘친환경 대회’를 필살기로 내세웠다. 준비부터 운영, 사후 활용에 이르기까지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개념을 적용해 ‘더 적게’ 쓰면서 ‘더 나은’ 그리고 ‘더 길게’ 활용하는 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올림픽 슬로건 ‘더 빨리! 더 높게! 더 강하게!’에 ‘더 친환경적으로’가 더해지게 된 배경이다.
앞선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아래로 낮춘다는 목표치(158만 톤)도 제시했다. 약 130만 명이 제트기(보잉787)를 타고 뉴욕~파리를 비행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수치다. 참고로 리우와 런던 올림픽은 인도, 독일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평균 3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친환경 대회는 경기장 등 시설 건립에서 이미 시작됐다. 파리 올림픽 전체 35개 경기장 등 시설 중 신축 건물은 아쿠아틱 센터와 올림픽·미디어 빌리지 단 3개가 전부다. 2012년 런던(6개)의 절반, 2016년 리우와 2020년 도쿄(9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신축 건물 중 사후 관리·운영비 부담이 발생하는 경기장은 아쿠아틱 센터가 유일하다.
나머지 95%에 가까운 시설은 기존 건물을 개조하거나 대회 이후 철거하는 임시 구조물을 사용한다. 지은 지 90년 가까이 된 마르세유 경기장(축구), 베르사유 궁전과 콩코드 광장, 에펠탑에 들어서는 샤토 드 베르사유(승마·근대 5종), 라 콩코드(3X3 농구·댄스 등), 에펠탑 스타디움(비치 발리볼) 등이 대표적이다.
펜싱 경기장으로 개조된 ‘그랑 팔레’ ©Paris2024.org
35개 경기장 중 신축 건물은 3개뿐이며, 신축 건물 중 사후 관리·운영비 부담이 발생하는 경기장은 아쿠아틱 센터가 유일하다. 아쿠아틱 센터 전경 ©olympics.com
신축 건물의 설계와 시공 역시 모든 방향이 친환경에 맞춰졌다. 아쿠아틱 센터(아쿠아틱 수영·다이빙·수구)는 전체 자재의 50%가 목재나 대마, 짚 등을 원료로 만든 저탄소 바이오 자재가 쓰였다. 내부 좌석은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들고, 면적 4680㎡의 옥상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시설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 자체 충당한다.
프랑스 정부는 아쿠아틱 센터 건립에 앞서 공공건물 신축 시 자재의 최소 50%를 목재나 천연 자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조지나 그레논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국장은 “아쿠아틱 센터와 올림픽·미디어 빌리지는 목재와 저탄소 시멘트, 재활용 자재를 사용해 기존 공법 대비 탄소 배출량을 30% 넘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등 시설 내부 가구와 경기 운영에 쓰이는 각종 운동기구 등 장비는 임대 비중을 늘려 물자와 자원 낭비를 최소화했다. 파리 올림픽은 전체 종목별 경기에 사용되는 약 200만 개 장비 중 75%를 각 종목별 연맹에서 빌려 사용한다. 사무국과 선수촌, 미디어 센터 등에 들어가는 침대와 테이블, 의자 등 가구도 80만 개에서 60만 개로 줄였다. 경기장 곳곳에서 설치하는 스크린, PC, 프린터 등도 전체의 4분의 3을 임대해 쓴다.
그레논 국장은 “대회 기간 사용하는 약 600만 개 물품과 장비의 90%를 대회 종료 후 재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대회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노르망디 해안가 풍력 발전과 경기장과 건물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로 100% 충당해 전체 탄소 배출량의 1%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파리 2024 선수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olympics.com
대회 운영 전반에서도 친환경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선수와 스태프 1만 4,000여 명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올림픽 빌리지는 실내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대신 온도를 낮추는 단열재와 함께 수성 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 발전기로 센 강 물을 끌어다 냉각한 후 파이프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내외 기온차를 6℃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수성 냉각 시스템은 폭염 상황에서 선수단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영국·덴마크·이탈리아·호주·그리스 등 일부 국가에선 선수들 의견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조직위는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교통’과 ‘폐기물’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교통 부문이 전체 탄소 배출량의 40%가량을 차지한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친환경 교통·수송 대책을 마련했다. 조직위 측은 “선수단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거의 모든 시설을 선수촌 반경 10㎞ 이내에 배치했다”며 “선수단 이동에는 대회 기간 2,650대의 도요타 전기차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1,530만여 명으로 예상되는 방문객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 환경 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파리시는 각 경기장을 이어줄 표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운행 횟수를 평소보다 15% 확대하는 동시에 시내 곳곳에 총 2만 대 규모 자전거 전용 주차공간, 400㎞가 넘는 전용 도로를 조성했다. 노후화한 파리 지하철은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수요를 조절하고 안전 인력 투입을 늘리기 위해 7월 20일부터 9월 8일까지 한시적으로 요금을 기존 2.15유로에서 4유로로 2배 가까이 인상하기로 했다.
더 많은 식물성 식품 및 로컬 푸드를 사용해
건강하고 맛있고 창의적인 음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olympics.com
음식 쓰레기, 플라스틱 컵과 용기 등 폐기물 배출을 줄이기 위한 ‘파리 푸드 비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음식물 쓰레기와 플라스틱 컵과 용기 사용을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조리 전 식재료 주문부터 정확한 양을 예측해 재료 낭비를 줄이고 배출을 최소화한 음식물 쓰레기는 정밀한 수거 시스템을 통해 퇴비화하는 관리·처리 프로세스가 핵심이다. 조직위는 파리 올림픽이 스포츠 행사에서 제공되는 케이터링 서비스의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선수와 스태프에게 제공되는 1,300만 끼의 식사는 평균 탄소 배출량 2.3㎏의 절반 아래인 1㎏에 맞춰졌다. 음식 조리에 식물성 재료 사용을 2배 늘리고 식재료의 80%를 지역 농가에서 조달해 운송거리를 최소화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용기는 보증금 반환 제도를 도입하고 안전사고를 우려해 금지한 경기장 내 개인용 텀블러 소지도 올림픽 기간 허용한다.
‘파리 푸드 비전’에 따르면, 식재료의 80%를 지역 농가에서 조달해 운송거리를 최소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olympics.com
폐막 후 대회에서 사용한 시설과 자원의 재사용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회 이후 지역주민의 주거시설로 재사용될 예정인 파리 동북부 센생드니 올림픽 빌리지다. 올림픽 기간 선수와 스태프 숙소로 사용하는 총 2,400세대의 주택은 대회 폐막 후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 지역주민의 주거시설로 활용한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일드 프랑스 지역 중 가장 낙후된 우범지역인 센생드니에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전체 대회 개최 비용의 절반이 넘는 44억 유로(6조 5,000억 원)를 투입했다.
파리 올림픽 시설의 설계와 시공을 맡은 솔리데오(Solideo)의 얀 크리신스키 프로젝트 총괄은 “올림픽 빌리지는 대회 직후인 2025년부터 센생드니 지역주민을 위한 여가와 상업, 커뮤니티, 교육 기능을 갖춘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파리 도심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하철역도 대회 이후 개발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 콩코드 광장 등에 임시 경기장 조성에 사용하는 각종 건축 자재는 대회 이후 수거해 재가공 과정을 거쳐 다른 건설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유일한 신축 경기장인 아쿠아틱 센터는 2025년부터 일반 시민 누구나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 시설로 활용한다.
파리 올림픽의 친환경 대회를 위한 도전에 대한 평가와 기대는 엇갈린다. 대회 이후 센강에서 시민들이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파리시 계획에 대한 회의론부터 파리 올림픽이 친환경 대회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올림픽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긍정론이 맞서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 사이에선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에 가장 큰 부문인 1,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의 항공·숙박 부문이 빠졌다는 이유로 ‘반쪽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선 파리 올림픽이 환경 파괴의 주범인 기업들을 친환경 기업으로 위장시키는 ‘그린워싱’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연구단체 카본 마켓 워치와 에클레어는 지난 4월 발표한 ‘Going for Green’ 보고서에서 친환경 대회를 표방하는 파리 올림픽의 탄소 배출 감축량이 예상치의 3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파리 올림픽이 진정한 친환경 대회로서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려면 경기장 건설, 대회 운영에 대한 지속가능성 전략 외에 해외 장거리 여행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지적과 비난 여론에 대해 ‘상쇄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산과 조직의 한계로 직접 예측과 관리가 어려운 부분은 조림 등 상쇄 활동을 통해 친환경 대회의 의미를 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총 2,000만 유로(약 296억 원)를 들여 파리 도시 외곽에 모두 100개의 도시농장을 건설하는 상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조지나 그레논 파리올릭픽조직위 환경국장은 “파리 올림픽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탈 탄소화, 탄소중립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샌강 개막식 조감도 ©olympi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