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원수
PC통신 시절 오리온에서 광고마케팅을 시작해 디지털광고 대행사 코마스, ‘선영아 사랑해’로 유명했던 마이클럽(동양온라인), 국내 최초의 애드테크 회사인 리얼클릭을 거쳤다. 현재는 ㈔한국디지털광고협회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구글, 쿠키지원 종료 시점 연기··· 한국언론 한시름 놨다 - 미디어오늘 2024.5.1.” 이런 기사가 나올 정도로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은 온라인 광고마케팅을 하는 모든 주체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기사 제목처럼 한국언론사들이 단체로 한시름 놓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언론사들의 온라인 광고는 서드파티 쿠키를 통한 광고집행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드파티 쿠키는 이용자들의 행태 정보를 수집하여 이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가질 가능성이 높은 광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TV 광고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태정보에 따라 맞춤형으로 광고를 정보성에 가깝게 제공함으로써 광고주의 타깃팅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한국언론사들이 회원가입(퍼스트파티 데이터)을 통한 온라인 광고(맞춤형 광고)보다 손쉬운 트래픽 확보에 집중하면서, 서드파티 쿠키 의존성은 커지게 되었다.
그 시작은 2009년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제도이다. 2000년대 초반, 포털에서 언론사의 기사로 막대한 트래픽과 함께 광고매출을 올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자,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트래픽 공유 요청을 하여 – 네이버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변경 – 언론사들의 트래픽 폭증과 서드파티 쿠키를 통한 광고매출의 급증을 가져왔다.
쿠키리스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이 당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마도 한국언론사들은 네이버로부터 트래픽을 가져오는 데 집중하지 않고, 모두 회원 확보에 사활을 걸었을 것이다.
먼저 쿠키는 사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에서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접속하는 임시파일이다. 서드파티 쿠키란 사용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즉 방문한 웹사이트 소유자가 아닌 외부기업이 수집한 정보이다. 그래서 서드파티 쿠키는 개인정보가 아닌 한정된 정보만 수집 가능하다.
즉, 서드파티 쿠키는 사용자가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고 나서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언론사 사이트에서 했던 행동들에 기반한 쇼핑몰 사이트의 타깃 광고를 보여 주는 비식별기반 리타깃팅 광고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서드파티 쿠키의 역할은 사이트를 넘나들면서 사용자 행동을 추적하고,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며, 크로스사이트를 분석하고 사용자 분석과 통계를 통해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과 광고 효율성 증대로 마케팅 전략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
하지만 서드파티 쿠키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행태정보를 추적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데이터의 결합을 통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또한 해커들이 이를 이용해 사용자의 브라우저 정보를 탈취하거나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등의 보안 위협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사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광고마케팅에 활용되는 부분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애플은 App Tracking Transparency(ATT) 정책을 도입하여 iOS 기기에서 앱들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는 방식에 제한을 두었다. 이 정책에 따라 애플은 모든 앱 개발자에게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도록 요구했고, 사용자는 개별 앱이 자신의 데이터를 어떻게 추적하고 사용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광고주와 앱 개발자들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행동 기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2021년말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아이폰의 제3자 매체들은 광고매출이 감소하고 애플은 광고매출이 238% 증가했다.
2022년 구글은 안드로이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발표하며, 크롬에서의 서드파티 쿠키 제공 중단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3분기 100%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영국 경쟁시장청(CMA)과 정보위원회(ICO) 등 규제기관에서 제동을 걸어 2025년으로 연기되었다.
구글에서 쿠키의 대안으로 FLOC(Federated Learning of Cohorts), 토픽스(Topics)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으나 쿠키의 효율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드파티 쿠키가 제한되면 어려워지는 곳은 어디일까? 서드파티 쿠키라는 것 자체가 사용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제3자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기업은(광고주는)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소비자는 회원가입을 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이벤트 정보도 받는다. 매체도 역시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네이버·카카오·구글(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 등에 계정이 없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즉 광고주와 매체들은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맞춤형 광고를 진행하는 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회원가입을 받지 않았던 매체나 앱, 광고회사들이 타깃팅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회원을 확보하는 고된 길보다 뉴스캐스트의 손쉬운 매출 확보로 나아가다 현재 막다른 길에 몰린 상황이 되었다. 2019년 구글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제외한 광고AB테스트를 했는데, 뉴스매체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이 62% 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
구글은 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이 65.7%(출처: 스태티스타)의 점유율을 차지하는데다가 유튜브, 검색 등 구글이 보유한 대규모 서비스들을 기반으로 광고사업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오히려 타깃팅이 안 되는 제3자 매체나 앱의 광고주들이 타깃팅이 되는 구글 서비스로 몰려올 수 있다. 또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국내 4대 매체 중심으로 광고가 집중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미국 인터넷광고협회(IAB) 조사에 따르면, 서드파티 쿠키 지원이 중단될 경우 자사 데이터(퍼스트파티 데이터) 사용에 따른 예산 집행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42%,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자사 내에 구축할 것이라는 의견이 36%로, 앞으로 맞춤형 광고 집행은 퍼스트파티 데이터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고객의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사 확보 데이터로 광고마케팅을 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기업들간(기업-기업, 기업-매체, 매체-매체 등)의 협력은 더욱 확대되는 퍼스트파티 데이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퍼스트파티 데이터 중심으로 기업들이 광고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고객동의와 신뢰구축에 더욱 집중한다는 의미가 된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고객이 동의해야만 수집이 가능하다. 즉 고객에게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만 고객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위임받을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가입만 받으면 고객신뢰를 얻는 것인가? 회원가입(퍼스트파티 데이터)은 고객신뢰를 얻기 위한 기초일 뿐이다.
고객의 데이터가 절대 기업 소유물이 아니며, 더 나은 제품, 더 나은 서비스, 더 나은 개인화된 경험, 더 나은 고객 이해, 더 나은 관계 유지 등을 위해 고객이 기업에게 정보 사용할 권리를 임시적으로 위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쿠키리스 시대,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피할 길도 없다. 많은 프로스포츠구단의 마케터들도 빅데이터 분석, AI 활용 등 많은 광고마케팅 툴을 통해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활용하겠지만 고객신뢰를 얻는 것은 결국 브랜드(기업)의 진정성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진정성에 고객이 언제 어떻게 응답을 해올지는 모르지만, 그 진정성의 크기만큼 고객은 반드시 응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