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SA 한국프로스포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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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우

텍사스 A&M교수.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 박사 학위를 받은 스포츠 전문가. 스포츠 관중 심리를 중심으로 감성과학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연구를 수행 중이다.

프로스포츠 역시 벗어날 수 없는 ‘친환경’

현대 사회에서 ‘친환경’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포브스의 2022년 조사에서 주 소비층인 X세대 소비자의 90%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은 변화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프로스포츠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친환경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10년에 발족한 ‘그린 스포츠 얼라이언스(Green Sports Alliance, GSA)’에 대한 전 세계적인 호응은 이를 방증한다. 약 600여 개의 글로벌 스포츠 단체가 이 움직임과 연대하여 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16개 리그에 194개의 프로스포츠 구단이 이에 참여하고 있고, 경기장도 195개가 등록되어 있다.

특히 대규모 라이브 이벤트를 주관하는 스포츠 단체들에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큰 도전 과제다. 환경파괴 범위를 추적하는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에 대한 측정이 날로 고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는 시기에,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주관하는 스포츠 리그와 팀들은 관련된 정부나 기업뿐만 아니라 개별 소비자들의 요구에도 눈높이를 맞추어 산업을 선도할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는 거대한 관중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상당한 자원을 소비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수만 명이 운집하는 NFL 경기 하나당 약 35톤의 폐기물이 발생하며, 선수와 관중들의 항공 여행에 의해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에 스포츠 산업 또한 환경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점진적으로 친환경 제도 채택, 자원 보전, 폐기물 및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통합 관리해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접근은 단순한 행정적 책임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친환경 스포츠 단체, 그린 스포츠 얼라이언스 ©Green Sports Alliance

스포츠 이벤트는
거대한 관중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상당한 자원을 소비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친환경적인 건설 방식의 경기장

스포츠 경기장 건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스포츠 단체들은 지속가능한 방법을 항상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가 많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통적인 재료와 건설방식을 넘어서서, 친환경적인 경기장 건설방식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프로축구팀인 포레스트 그린 로버스(Forest Green Rovers)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경기장이라고 자부하는 에코 파크(Eco Park)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경기장은 지속가능한 목재로 지어지며, 재생가능 에너지로 운영되고, 경기 당일에는 채식 음식을 제공한다.

기존 경기장을 가진 팀들은 새로운 친환경 표준들에 맞춰서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표준으로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이 있다. LEED란 미국의 녹색건축위원회(USGBC)에서 개발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녹색건물인증제도이다. 인증기준으로는 지속가능한 토지, 수자원 효율, 에너지와 대기환경, 자재와 자원, 실내 환경, 창의적 디자인, 지역적 특성우선 등이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리바이스 스타디움(Levi’s Stadium)이 최초 인증을 받은 이후로, 이제는 수많은 경기장들이 LEED의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Mercedes-Benz Stadium, 애틀랜타), U.S. 뱅크 스타디움(U.S. Bank Stadium, 미니애폴리스), 링컨 파이낸셜 필드(Lincoln Financial Field, 필라델피아), 바클레이스 센터(Barclays Center, 브루클린) 등이 상위 등급을 받았다.

한편, NBA의 새크라멘토 킹스(Sacramento Kings)의 홈구장인 골든 1 센터(Golden 1 Center)는 태양광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영국 프로축구팀인 포레스트 그린 로버스가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경기장이라고 자부하는 에코 파크(Eco Park)의 조감도 ©Forest Green Rovers

LEED 최초 인증을 받은 리바이스 스타디움 ©shutterstock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shutterstock

제로 웨이스트를 향한 프로스포츠의 도전

세계 최초 제로웨이스트 경기장인 스테이트 팜 아레나의 다회용 컵 ©Atlanta Hawks

또 다른 주요 지속가능성 트렌드는 재활용 및 퇴비화 환경운동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고 일회용 플라스틱 식음료 용기와 도구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때 단순한 행동심리학적 넛지(nudge)가 효과적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쓰레기통 옆에 재활용통을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상당히 줄어든다. 반납형 자판기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빈 음료 용기를 재활용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팬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보상을 통해 팬들은 재활용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이는 재활용 행동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넛지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폐기물 감소 노력을 장려하는 인증제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NBA 애틀랜타 호크스의 스테이트 팜 아레나(State Farm Arena)는 2021년에 세계 최초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제로-웨이스트 경기장이 되어, 2019년에는 10%에 불과했던 폐기물의 재활용을 현재 90% 이상 분리·퇴비화·재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재활용 및 퇴비화 프로그램을 통해 오라클 파크(Oracle Park)에서의 쓰레기 발생량을 대폭 줄였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08년부터 한 해 동안 가장 폐기물 재활용 비율이 높은 팀에게 ‘그린 글로브(Green Glove)’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 상을 13번이나 수상했다. 2008년 수상하던 첫해 오라클 파크의 56%였던 재활용률은 2023년에 이르러 99%까지 끌어올렸다.

©Atlanta Hawks

재활용통을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상당히 줄어든다. 재활용 시 보상을 제공하는
반납형 자판기는
팬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친환경적인 디지털 티켓팅의 활용

디지털 티켓팅은 종이를 절약하고, 인쇄·포장·운송에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절감함으로써 환경 영향을 줄인다. 또한 사용 후에 물리적인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아 폐기물 감소에 기여하며, 휴대폰이나 스마트 기기에서 관리할 수 있는 편의성도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 티켓팅의 장점은 팬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기 운영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디지털 티켓팅은 표 보관을 용이하게 하며 QR코드나 바코드를 통해 입장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기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NBA 워리어스(Golden State Warriors)는 모바일 기기만으로 입장을 가능하게 한 디지털 티켓팅을 도입한 이후로 이제는 모바일 기기만으로 입장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이후 NFL에서 돌핀스(Miami Dolphins)가 NFC기술을 도입하면서, 핸드폰을 기기에 갖다 대기만 해도 입장이 가능해지면서 팬들의 입장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실험 중인 기술로는 팬들의 생체정보를 활용하여 손바닥을 기기에 대는 것만으로도 경기장을 입장할 수 있는 아마존 원(Amazon One) 기술이 있다. 현재는 MLB의 록키스(Colorado Rockies) 구단이 실험적으로 아마존 원을 통해 팬들이 손바닥을 기기에 대면서 자동으로 나이를 확인하고 맥주를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티켓팅의 부작용과 고려사항도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는 디지털 장치 제조 및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영향이 있다. 종합적으로, 디지털 티켓팅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티켓팅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경기장 내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서버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친환경 패러다임 안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팬들의 생체정보를 활용한 티켓팅 기술 ©aboutamazon.com

지속가능한 국내 프로스포츠를 위해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친환경 전략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로 부상했다. 올해 파리 올림픽만 보더라도 모든 기획과 설계부터 친환경이 고려되고 있다. 국내 스포츠에서도 스포츠 산업 전체에 귀감이 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면, 모기업이 있는 국내 프로스포츠 특성상 그 홍보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다른 프로스포츠 단체와 구단들이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위해 협업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상생활에서 엄격한 분리배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에서의 친환경 홍보는 해외에 비해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재활용 및 퇴비화, 디지털 티켓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폐기물 감소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현지화된 심리적 넛지를 활용하여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팬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고, 프로스포츠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앞으로도 프로스포츠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 보호와 자원 보존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하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스포츠 산업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는 움직임이다. 친환경과 지속 가능 경영이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현대사회에서, 프로스포츠가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서서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