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정유
이데일리 생활경제부 유통팀장. 유통채널과 식품 등 전 분야를 담당한다.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산업인 만큼 더 세밀하게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더현대서울 내 몰팝업 운영 건수는 매년 증가세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건수는 개점 당시였던 2021년(2월~12월) 당시 100여 건에서 지난해 480여 건으로 약 380% 증가했다. 2022년엔 210여 건, 2023년엔 440여 건을 기록했다. 현재 더현대서울에선 매일 최소 2~3건의 팝업이 열리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기존에도 팝업스토어가 가장 활발히 열렸던 쇼핑몰로, 최근엔 다양한 업체 및 브랜드와의 협력 범위를 키운 것이 눈에 띈다. 최근엔 한국관광공사나 부산시 같은 공기관·지방자치단체 팝업스토어까지 열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에는 다양한 곳에서 팝업 요청과 수요가 늘고 있고, 실제 협업한 콘텐츠의 영역도 확장 중에 있다”며 “팝업스토어가 MZ세대의 대표 복합문화 행사 창구로 인식되면서 기본 기업 행사 중심에서 콘텐츠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이 몰팝업을 이끄는 선두주자라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팝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후발 유통 채널로서, 최근 무서운 속도로 몰팝업 수를 늘리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건수는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외부 브랜드들의 몰팝업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데다, 공간을 활용하려는 롯데월드몰 측의 의지가 서로 맞물린 데 따른 결과다. 특히 10대부터 20~30대 MZ고객층을 타깃으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웹툰, 명품, 뷰티, 패션, 식음(F&B) 등 팝업 카테고리도 대거 확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월드몰 1층 공간인 ‘아트리움’에서 진행하는 주요 팝업스토어들의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약 1만 명에 달한다”며 “팝업 방문 고객의 절반 이상이 10~30대 고객일 정도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하는 스타필드에도 최근 팝업스토어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하남, 고양, 수원, 코엑스몰 등 스타필드 주요 매장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규모가 작은 스타필드 시티에서 열린 팝업스토어까지 합하면 증가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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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FC세븐일레븐 with K리그 X 산리오캐릭터즈 팝업스토어 전경(①~③). 역대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 중 매출 1위를 달성하며, 롯데프리미엄아울렛동부산점에서 추가 개최되었다(④). ©한국프로축구연맹, 세븐일레븐
이처럼 최근 몰팝업이 급격히 늘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비용 문제다. 로드팝업 대표 명소로 꼽히는 성수동만 해도 최근 단기 임대료가 급격히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성수동 지역에서 330㎡(약 100평) 규모 팝업스토어의 경우 하루 임대료가 1,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의 개념인지라 임대료 증액 상한(연간 최대 5%)을 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도 안 된다.
이 같은 높은 임대료에 인테리어 비용 등이 하나둘 추가되면 팝업스토어 하나 여는 데 드는 비용은 억 단위를 훌쩍 넘긴다. 인테리어 비용을 저렴하게 한다고 해도 팝업의 목적인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규모를 크게 하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으로 업체들의 부담이 크다. 또한 보통 팝업스토어를 여는 기간이 1~2주씩임을 감안하면 투입 비용은 더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성수동 지역 인플루언서이자 도시콘텐츠 전문 업체 ‘성수교과서’의 박진우 대표는 “사례별로 다르지만 보통 하루 임대료가 1,000만~1,500만 원이고 최소 1주일 이상 진행하는 만큼 수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에 최근 팝업을 열려는 업체들을 만나보면 로드팝업 대신 몰팝업으로 바꾸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몰팝업 계약은 임대료 또는 수수료 방식 중 하나로 진행된다. A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몰팝업 진행 시 대부분의 업체들은 쇼핑몰 운영사 측에 매출 대비 수수료를 내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별로 다르겠지만 기존 성수동 로드팝업 임대료에 비해선 상당히 저렴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로드팝업에 비해 몰팝업이 갖는 장점은 또 있다. 모객에 대한 노력과 실질적인 매출 창출이다.
박 대표는 “로드팝업의 장점은 A에서부터 Z까지 해당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의지대로 꾸밀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많은 로드팝업 속에서 고객을 직접 유도해야 하는 과정과 노력이 상당하다. 이에 비해 몰팝업은 기본적으로 트래픽(유입 고객)이 보장돼 있는 공간이어서 노력 대비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트래픽이 보장돼 있는 만큼 몰팝업 운영 업체 입장에선 기존에 모객에 써야 했던 비용을 다른 쪽에 투자할 수 있다”며 “쇼핑몰은 기본적으로 지출을 하기 위한 고객들이 오는 공간인 만큼 로드팝업보다 실질적으로 매출까지 연계되는 비율도 로드팝업보다 더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쇼핑몰 등 대형 오프라인 업체들의 전략 변화도 한 이유다. 그간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규모당 매출액을 키우는 데 집중했지만, 최근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변화 사례로 꼽힌다. 과거처럼 입점업체(테넌트)로 빡빡한 매장 구성이 아닌, 비어 있는 넓은 공간을 곳곳에 배치했다. 이곳에 전략적으로 고객들이 쉬거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넣었다. 과거였다면 바보같은 짓이었겠지만, 이 같은 더현대서울의 전략은 쇼핑몰을 특별한 오프라인 경험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즉, 과거처럼 쇼핑몰은 고객들이 단순히 상품을 사기 위해 오는 게 아닌, 해당 장소를 즐기고 경험하도록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게 현재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주 전략이다. 신세계의 스타필드에 거대한 별마당 도서관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백화점도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 원을 투자해 백화점이 아닌 쇼핑몰을 대거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몰팝업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이미지 변신과 고객 유입의 도구가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면서 ‘타겟팅’된 MZ 고객들까지 효과적으로 끌어모을 수 있어서다.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몰팝업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고객 측면에서도 쇼핑몰은 장소 관계없이 맞춤형으로 제품을 접할 수 있는 ‘큐레이션 쇼핑’의 전형적인 채널이어서 일부러 외부로 인기 있는 팝업을 찾으러 가는 수고를 덜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겪었던 극심한 무더위와 습한 날씨, 장마 등 기후 변화로 실외보다 실내에 팝업을 설치하려는 수요도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 리서치 총괄은 “몰팝업이 로드팝업보다 성행하는 이유는 소비자보다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인 브랜드와 유통채널의 니즈가 더 강해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쇼핑몰 및 백화점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벤트성 팝업은 모객에 가장 좋은 수단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극심한 무더위 등으로 길거리 쇼핑이 아예 단절되고 실내 팝업이 일반화되면서 공급자 입장에서도 여러 경험과 노하우상 몰팝업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라며 “원하는 브랜드나 카테고리로 집약된 쇼핑을 한 공간에서 즐기고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경험적 가치를 고려하면 몰팝업은 소비자 니즈를 잘 맞춘, 효율적이고 똑똑한 소비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운지웨어 브랜드 ‘젤라또피케’가 2월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 업체는 팝업스토어 운영 1주일간 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SE인터내셔널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 광장에서 진행한 ‘짱구는 여행 중’ 팝업스토어 전경 ©롯데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