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은경
미디어랩 나무 대표. 외국계 홍보대행사와 공공 홍보대행사를 거쳐 공기업 홍보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며, 언론홍보, 공공캠페인, 이슈 매니지먼트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다양한 홍보 경험을 쌓아왔다. <한권으로 끝내는 공공홍보 이론부터 실전까지> 저자
아침에 일어나 스타벅스 앱을 열면 “오늘은 카라멜 마키아토 어떠세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어제 늦게까지 일한 걸 어떻게 알고 달콤한 커피를 추천하는 걸까? 비밀은 바로 ‘딥 브루(Deep Brew)’라는 AI 엔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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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딥 브루’는 매주 수백만 건에 달하는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구매 이력과 장소, 날짜와 시간을 결합해 개개인의 주문 패턴, 선호 메뉴, 방문 시간대를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자주 주문하는 메뉴와 비슷한 음료나 푸드를 추천하거나, 고객의 방문 시간에 맞춰 혼잡하지 않은 매장을 안내한다. 또한, AI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여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데도 활용한다.
스타벅스 딥브루 앱 사용법 ©Microsoft Developer 유튜브 채널
‘딥 브루’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에도 혁신을 불어넣었다. 고객이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진입하면 차량번호로 평소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음료를 추천해 빠르게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렬로 멈춰있는 자동차 수와 그에 따른 대기시간을 분석해 바리스타가 몇 명 더 투입돼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AI 기반의 초개인화 서비스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전략을 통해 스타벅스는 모바일 주문이 전체 거래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리워드 프로그램 회원은 1년 만에 13%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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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선보인 ‘나이키 핏’ 앱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고객의 발을 촬영하면 발 사이즈를 인식하여 정확한 신발 사이즈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단순한 길이와 너비를 넘어 발의 형태를 13개 지점에서 측정하는 이 기술은 AI,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고객은 ‘나이키 핏’ 앱을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신발을 바로 구매할 수 있으며, 측정된 데이터는 멤버십 서비스인 나이키플러스(Nike+) 회원 프로필에 저장되어 나이키 온라인 쇼핑과 매장에서 신발을 선택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이 앱의 성공 포인트는 기술과 고객 니즈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나이키에 따르면 제품 구매자의 60%가 사이즈가 맞지 않는 신발을 구입한다는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나이키 앱 덕분에 고객들은 더 이상 신발 사이즈로 고민하지 않고,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고객 만족도 향상은 물론,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이키 핏 앱 이용 모습 ©NIKE
그동안 피부진단을 받으려면 화장품 매장이나 피부 관리숍을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셀카 한 장이면 끝이다. 로레알의 ‘뷰티 지니어스’ 앱이 고객의 피부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스킨케어 루틴을 제안해 주기 때문이다.
로레알은 AI 기술을 활용해 눈, 입술, 피부 텍스처 등 68개의 파라미터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인별 피부 타입에 맞는 로레알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을 추천받고, 제품 사용법이나 특정 문제(예: 여드름, 탈모 등)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뷰티 지니어스 가상 트라이온 기능을 사용하면 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해 구매하기 전에 머리색과 메이크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로레알은 이 기술로 가상 메이크업 체험(VTO) 서비스 이용률이 5배나 증가했고, 온라인 쇼핑으로의 전환율은 3배나 올랐다.
로레알 뷰티 지니어스 앱 이용 이미지 ©로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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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 뷰티 지니어스 앱 ©로레알
스타벅스가 커피 한 잔으로, 로레알이 화장품 하나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듯이, AI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은 프로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강력한 팬덤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딥 브루’ 앱을 통해 고객 취향에 맞춘 메뉴를 추천해 주듯이, AI는 각 팬의 선호도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개인화된 하이라이트, 뉴스, 통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선수의 팬이라면 그 선수의 플레이만 모아 볼 수 있는 맞춤형 하이라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AI는 팬의 일정과 선호도를 고려하여 주말 경기를 선호하는 팬에게는 주말 경기 위주의 패키지를 판매하고, 특정 팀과의 경기를 좋아하는 팬에게는 해당 팀과의 경기를 포함한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다.
로레알의 ‘뷰티 지니어스’처럼 AR/VR 기술과 AI를 결합해 각 팬의 관심사에 맞는 부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고, AI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팬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굿즈를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 이제 프로스포츠 산업은 AI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스포츠의 세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객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화된 AI 기술이 있을 것이다.
AI가 만드는 초개인화의 마법. 프로스포츠 시장에서는 어떠한 마법을 부리게 될지 흥미진진한 여정을 기대해 본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