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건한
디지털 데일리 기자. IT 전문지에서만 기자 생활 7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기술의 양면을 기업과 대중이 바로 알고 쓰도록 정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즐겁다. 요즘은 AI 집중 공략 중이다.
변수가 너무 많아 불가능할 것 같은 특정 점포의 매출 예측도, 충분한 빅데이터 확보와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AI 기술이 어우러진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됐다. 관련 솔루션 개발에 성공하며 신사업 기회를 창출한 오아시스비즈니스(이하 ‘오아시스’) 얘기다.
오아시스의 ‘머니뷰어’는 지난해 유명 편의점 브랜드 A사와 신규점포 매출 예측 모델 개발에 성공해 95%에 달하는 정확도를 달성했다. 오차 범위는 약 20%지만 예측 모델의 매출을 기대하고 출점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오아시스가 이 같은 모델 개발에 성공한 배경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데이터 수집 노력이 있다.
오아시스는 기존에 운영하던 상업시설 분양가 및 권리금 분석 솔루션, 카드매출 데이터, 파트너로부터 확보하는 각종 매장 데이터, 심지어 정부사업을 통해 ‘홈택스’가 다루는 각종 세금 데이터까지 수집 범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 경우 AI 분석의 변수가 그만큼 최소화된다. 여기에 기존에 확보한 부동산 및 상권 분석 AI 노하우까지 적절히 융합했다. 이 모델은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의 구미를 자극하며 협업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오아시스는 이후의 더 먼 미래도 본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겠단 포부다. 단지 개인의 신용정보 외에도 보유한 가게의 매출, 성장 가능성까지 신용 데이터화하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고객 평가가 중요한 금융권도 잠재적 고객사다. 다각적인 데이터 발굴 중요성, 여기에 AI를 복잡한 문제 해결에 접목해 여러 신사업 기회까지 창출한 모범사례가 아닐 수 없다.
머니뷰어 예측 데이터 예시 ©머니뷰어
머니뷰어 앱 대시보드 예시 ©머니뷰어
프로스포츠 구단에게 팬덤 관리만큼 중요한 건 핵심 자산인 선수 관리다. 관련된 AI 기반 B2B 개인화 서비스로는 국내 프로축구 선수 출신의 이상기 대표가 설립한 큐엠아이티의 ‘플코’의 사례가 유의미하다.
플코의 핵심은 외부 장치만으로 측정 불가한 선수의 내적 컨디션, 상태 정보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데이터 분석과 소통 지원이다. 이 대표가 선수 시절 경험한 프로 구단들의 선수 관리의 한계는 이 영역이 감독과 코치진의 ‘감’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정확도는 들쭉날쭉하다.
플코 서비스 대시보드 이미지 예시 ©플코
플코는 전용 앱으로 선수들이 훈련 및 경기 전후의 몸 상태가 어땠는지 체계적으로 기록하게 한다. 해당 데이터가 축적되면 내적 부하에 해당하는 ▲상태 관리 ▲부상 관리 ▲피지컬 관리 ▲컨디션 관리 등이 객관화된다. 이는 코치진이 선수의 훈련 여부 및 프로그램 결정, 특히 부상 위험도(ACWR) 예측에 효과적이다. 또한 이렇게 수치화된 데이터 외에도 선수가 직접 다양한 상태와 소감 등을 기록에 남길 수 있어 입체적인 소통 데이터로도 활용된다.
2018년 회사 설립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900여 개 프로구단이 플코를 도입하고 1,900여 명의 코치와 1만 5,000여 명의 선수가 플코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올해 1월에도 AI 맞춤형 트레이닝 프로그램 추가 등 활발한 서비스 업데이트도 이뤄지고 있다. 플코는 선수 생활을 직접 경험한 이 대표의 감각과 필요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를 실체화할 수 있는 데이터 및 AI 기술의 접목, 선수와 구단의 수요를 예리하게 공략하여 성공한 비즈니스 사례이기도 하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유망 기획사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오디션 정보에 목말라 있고, 기획사들 역시 잠재력 높은 신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방법을 골몰한다. 케이에스앤픽의 ‘원픽’ 플랫폼은 이 틈을 AI 및 개인화 비즈니스로 파고든 경우다.
연예인 발굴 시스템은 디지털 시대에도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 특히 정보 비대칭이 심각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개인정보나 특기 정보 등이 수록된 프로필북을 소수의 브로커 같은 이들이 독점해왔다. 프라이버시 보장도 되지 않고 지망생-기획사 매칭도 그들의 감과 이해관계에 따라 비효율, 불합리적으로 이뤄졌다. 누군가는 그 틀을 과감히 깨야 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에 나선 원픽의 콘셉트는 꽤 직관적이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종이나 디지털 문서로 공유되던 연예인 지망생 프로필북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원픽에 모았다. 그 안에서 AI 시스템이 핵심 이력과 특기를 분석하고 관련 수요가 있는 콘텐츠 제작사에 추천하는 형태다. 이와 함께 최근 급성장 중인 숏폼 드라마 제작 과정을 지원하는 AI 시스템도 지원한다.
그 결과는? 2024년 기준, 서비스 3년 만에 등용문에 목마른 연예인 지망생 6만 명이 원픽에 몰려 자신을 알리고 있다. 원픽은 400개 이상의 제작사 공략에도 성공했다. 지망생 매칭과 선발 과정이 간소화되면서 숏폼 드라마 기준 시리즈 완성까지 3~4개월 걸리던 시간이 한 달여까지 단축됐다. 지망생은 개인정보보호 및 공평한 오디션 기회를 얻고, 인력난에 시달리던 수많은 중소 제작사도 활로를 얻었다. 개인화, 마케팅 측면을 넘어 특정 산업의 병폐 해소에도 AI가 기여한 사례다.
원픽 홈페이지 메인화면 ©원픽
원픽 프로필북 모음 페이지 ©원픽
마지막은 장례 산업까지 초개인화 AI가 침투한 사례다. 국내 가상인간 전문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2024년 1월, 고인의 생전 모습과 목소리 데이터를 토대로 장례식장과 납골당 등에서 활용 가능한 ‘AI 고인’ 제작 서비스인 ‘리메모리(Re;memory)’를 선보였다. 가족을 먼저 보낸 유족들의 그리움과 애틋함을 거부감이 최소화된 개인화 AI 콘텐츠로 공략해 상업화까지 성공한 케이스다.
리메모리는 유족이 제출한 사진 1장, 10초 분량의 음성(통화녹음 등)만으로 얼굴과 목소리, 표정 등을 섬세하게 구현한다. 여기에 고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신청하면 완성된 영상은 PC, 모바일, 태블릿, 키오스크 등 모든 기기에서 재생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AI 고인은 자연스러운 표정과 음성이 구현됨으로써 기존 영정보다 유족에게 애틋하고 반가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결혼식장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이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형태의 사례도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딥브레인AI는 이처럼 색다르면서 개인화된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하고 싶은 국내 상조업계, 추모관 등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주요 상조업체인 프리드라이프와 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비즈니스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식 상표까지 출원한 것으로 보아 유의미한 수준의 비즈니스 및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리메모리 성공을 통해 고인을 AI로 제작하는 것과 같은 영역에서도 대중의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점이 확인된다. 물론 여전히 AI 윤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실수요가 발견되는 시장, 그리고 타깃 사용자와 윤리적 선에 대한 적절한 합의만 있다면, 이와 같은 서비스가 앞으로 더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리메모리가 좋은 선례와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리메모리2 소개 이미지 ©리메모리
리메모리2 템플릿 이미지 ©리메모리
이 밖에도 초개인화 AI를 접목 가능한 B2B 비즈니스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도입부에 ‘아이디어의 시대’라는 표현을 썼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즉각 만들어지는 ‘생성형 AI’의 시대다.
AI와 일상어로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또한 앞서 리메모리 사례를 재차 언급하지만, 인간화된 AI 생성물을 향한 대중의 시선도 점차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시기다. 그만큼 앞으로는 보다 과감하면서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초개인화 AI 마켓의 블루오션을 공략한 마케터, 기술 및 콘텐츠 회사들의 성공담을 더욱 자주 접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