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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준영

변화하는 트렌드를 먼저 읽고 마케팅에 적용하는 마케터이자 강사다. 저서로는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인싸력을 높여라!>, <이것이 메타버스 마케팅이다>, <알파세대가 온다>, <요즘 소비 트렌드 2025> 등이 있다.

스레드,
반짝인기 아니었다?

스레드는 대안처럼 보였다. 충분히 그럴 것 같아 보였다.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SNS 패권이 넘어간 후, 딱히 눈에 띄는 대항마가 없었다. 그러니 인스타그램을 향해 직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스레드는 새롭게 느껴졌고, 출시 이후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하며 SNS의 판도를 바꾸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짝인기였다. 이슈 몰이 후 사용자는 꾸준히 줄어들었고, 스레드를 긍정적으로 봤던 사람들조차 인스타그램으로 회귀하며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스레드가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출시 1년이 지난 지금, 스레드는 국내에서 4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SNS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았다. 스레드에서 누군가를 팔로우하는 걸 뜻하는 ‘스팔’, 스레드 친구를 뜻하는 ‘스친’과 같은 용어들이 익숙해졌다. SNS 세상을 리드하는 2030 세대가 인스타그램 대신 스레드를 택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애매한 느낌이었던 출시 초기는 이미 지나갔다.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선 스레드는 이제 2030 세대의 지지를 받는 SNS로 거듭나고 있다.

스레드는 텍스트 기반 SNS다. 인스타그램에서 출시했고, X(구 트위터)와 유사한 SNS라고 이해하면 좋다. 게시물 노출 방식은 인스타그램과 거의 유사하다. 국내 사용자는 400만 명 정도이고, 전 세계 사용자는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약 2억 7,500만 명이다. 2023년 대비 175% 정도 증가한 수치다. 대표적 특징으로는 글 수정이 안 된다는 점을 꼽는다.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한 타 SNS와는 달리, 스레드는 삭제 말고는 답이 없다.

스레드의 인기는 사실 신기하게 느껴진다. 글을 바탕으로 하는 SNS인 스레드에 2030 세대가 열광하는 게 신기하다는 뜻이다. 필연적으로 ‘집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스레드에 올라오는 글들은 분량이 꽤 길다. 블로그 포스팅만큼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보다는 훨씬 많은 분량이다. 분명 2030 세대는 글에서 멀어져 있는 세대였다. 영상과 사진이 익숙하고, 1분도 길다며 숏폼에 열광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거슬러 다시 글로 돌아왔다.

출처: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눈치 보기 싫어요,
인스타그램 회의론

인스타그램 회의론은 스레드 인기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보통 ‘인스타 감성’이라고 말한다. 사진 하나를 찍어도 제대로 촬영해야 할 것 같고, 영상을 찍는다면 소위 ‘각’ 잡고 찍어야 할 것 같다. 타임라인은 나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멋진 인증샷만 보면 위축된다. 나는 타인의 인증샷에 등장하는 곳에 가보지 못했거나, 인증샷에 등장하는 제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껴야 한다.

이게 바로 2030이 인스타그램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원인이다. 즐겁게 살아도 부족한 시간을 남과 비교해가며 피곤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꾸 스스로를 꾸민다.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겹겹이 포장해 인스타그램에 어울리는 형태로 맞추곤 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지겨워진 것이다.

2030 세대는 기존 세대들보다 ‘자신’을 잘 아는 세대다. 집단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만족감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SNS에서는 오히려 집단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는 우를 범한 것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벗어나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는 글에 빠져들었다. 글은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굳이 멋진 사진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고, 근사한 촬영 스킬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면 그만이다. 얼마나 직관적이고 솔직한가?

인스타그램 회의론은 인스타그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행복보다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가는 시간을 내려놓고자 하는 것이다. 스레드에서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면서 말이다.

색다른 경험,
글을 새롭게 인지하다

스레드에서 글을 쓰는 경험은 새롭다. 글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은 새롭게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글에서 멀어졌다. 기성세대들은 일기, 독후감 등 다양한 글을 쓰며 성장했다. 2030 세대가 글을 아예 안 쓴 건 아니지만, 글을 쓸 기회가 부족해진 건 사실이다. 게다가 비주얼 중심의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글을 읽는 것에서도 멀어졌다. 즉, 촬영하기에 바빠 잊고 살았던 글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스레드가 새롭다. 사진과 영상만 올렸던 기존 SNS와 비교했을 때 새롭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30 세대는 생각보다 경험지수가 적은 대상에게서 새로움을 느낀다. 레트로 열풍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잘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과거의 제품이나 트렌드를 새로운 경험으로 이해한다.

이런 경향을 읽을 수 있는 트렌드가 ‘텍스트힙’이다. 즉, 텍스트가 멋지다는 뜻이다. 실제로 어딘가에 글을 쓰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읽고 인증하거나, 혹은 좋아하는 문장을 직접 써보는 일 등이 모두 텍스트힙 트렌드의 영향을 받았다. 멋지다는 건 결국 새로운 경험이 주는 감정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스레드는 새롭고 또 멋진 감정을 준다. 그러니 2030 세대가 접근할 수밖에 없다.

2030 세대는 생각보다 경험지수가 적은
대상에게서 새로움을 느낀다.
사진과 영상만 올렸던 기존 SNS와 비교했을 때
스레드는 새롭게 느낄 수밖에 없다.

스레드,
앞으로의 전망은?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건 트렌드의 한 갈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30의 유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사용자의 연령대가 상승 중인 페이스북과는 확연할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가 2030 세대를 리드하는 SNS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레드는 ‘페디버스’를 지향한다. 페디버스란 타 SNS와의 통합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특정 주체가 운영하는 SNS를 벗어나, 탈중앙화를 통해 더 자유로운 소셜 미디어를 만들어가자는 움직임 속에서 탄생했다. 스레드는 이런 페디버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타 SNS에 융합될 가능성이 있다. SNS가 피고 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타 SNS와의 차별성 역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는 각 SNS의 주요 사용 연령대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스레드는 자유로운 표현, 그리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지향하는 2030 세대와 함께 중심 SNS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스레드가 열어가는 색다른 텍스트의 시대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