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트렌드,

득템력을 자극하는 마케팅

글. 큐레터

마케팅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온라인 마케팅에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교육, 컨설팅 등을 운영한다.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시대, 빵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서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왜 저 상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올해 트렌드로 예상된 ‘득템력(Gotcha Power)’이라는 키워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득템력이란, 경제적 지불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어내는 소비자의 능력을 뜻한다. 게임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었을 때, 얻을 득(得)자와 아이템(Item)을 합쳐 만든 단어다.

과거 사회에서는 비싼 사치품이나 문화적인 소양, 세련된 에티켓 등으로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과시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경제력이나 교육 수준만으로는 타인과 나를 구분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이에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얻는 ‘득템력’이 새로운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됐다. 또한, 이런 상품의 ‘득템’ 과정을 다시 SNS에 올려 경쟁에서 이겼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득템력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여 매출 극대화의 기회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의 득템력을 자극하는 마케팅의 세 가지 전략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사례로 살펴보려 한다.

한정판의 마법, 헝거 마케팅

원하는 상품이 없을 때 그 상품을 더욱 갖고 싶어 하는 심리를 이용해 한정된 물량만 판매하는 전략이 있다. 소비자를 배고프게 만들어서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다. 대표적인 헝거 마케팅 전략은 공급하는 제품의 수량을 제한하는 것이며, 장소나 기간 등을 한정해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도 있다.

2022년 3월 대한민국에 ‘포켓몬빵’ 대란이 있었다. 포켓몬빵의 인기에 비해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 물류 차량의 도착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일 정도였고, 포켓몬빵의 인기로 헝거 마케팅은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침대 회사 시몬스는 청담동에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하고, 이천·부산 등 지역 상인들과 협업해 제작한 한정판 굿즈를 판매했다. 이국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처럼 특정 장소에서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도 헝거 마케팅의 일종이다.

지난해 골프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골프용품의 수요도 급등했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인기 브랜드와 카테고리의 물품들은 수개월째 품절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문제로 언제 다시 공급이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듯 골프용품의 품귀 현상으로 지금 당장 물건을 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출시 시점이 내년인 신제품의 ‘사전 예약’ 이벤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골프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는 이례적으로 ‘올해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광고를 냈으며, 던롭스포츠코리아는 사전 예약 사이트를 연 지 4시간 만에 4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을 정도다. 이렇게 골프용품의 품귀 현상은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였고, 대한민국의 골프용품 구매 열기는 오랫동안 식지 않을 전망이다.

나이키 에어디올 ©무신사 홈페이지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시몬스 공식 블로그

한정판에 선착순까지, 드롭 마케팅

매장으로 제품을 떨어뜨린다는 용어에서 착안한 것이 ‘드롭 마케팅(Drop Marketing)’이다. 신제품이나 한정판 제품을 특정 요일 혹은 시간대에 일시적으로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을 뜻한다. 드롭 날짜나 장소에 대한 정보는 주로 브랜드 공식 SNS 계정에 처음 공개되는데, 이런 특징 때문에 입소문을 타서 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소비 심리도 자극할 수 있다.

SSG닷컴은 지난 1월, 첫 구매 소비자를 대상으로 드롭 세일 이벤트를 진행했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의 상품을 최대 90% 할인가에 판매했으며, 5일간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구매할 수 있었다. 이 이벤트는 신규 MZ세대 고객을 늘리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기획되었고, 큰 인기를 얻으며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하이트진로와 무신사가 협업해 출시했던 ‘참이슬 백팩’은 판매 시작 6분 만에 완판됐다. 이어 2년 후, 진로 팩소주 모양의 ‘진로 백팩’이 출시되었다. 진로 백팩 역시 전과 동일하게 무신사에서 드롭 판매로 오픈했고, 판매 시작 1분 만에 전량이 품절되었다. 백팩을 구매하는 것에 성공한 사람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드롭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화제가 이어졌다.

참이슬 백팩 ©무신사 홈페이지

스니커즈 992 시리즈 ©뉴발란스 홈페이지

돈이 있어도 못 사는 래플 마케팅

‘래플 마케팅(Raffle Marketing)’은 드롭 마케팅의 단점을 보완하여 최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마케팅 방식이다. 일정 기간 응모를 받고, 추첨에 당첨된 소비자에게만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래플은 100% 운으로 구매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최대로 자극할 수 있다.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이 아닌 래플에 응모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존재할 정도로 MZ세대 사이에서 대표적인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다.

래플 마케팅의 대표 주자는 바로 나이키다. 한정판 제품 출시 때마다 매장 앞에서 텐트를 놓고 밤을 새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래플을 도입한 것이다. 나이키와 디올이 협업하여 래플로 출시했던 ‘에어 디올’은 8,000켤레 한정 판매에 응모한 인원이 500만 명에 달했다. 발매가는 약 300만 원이었지만, 현재 거래되고 있는 리셀가는 1,000만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래플에 당첨됐거나 중고거래를 통해 스니커즈를 구한 사람들의 SNS 인증샷으로 두 기업은 자연스러우면서 극대화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뉴발란스 역시 래플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뉴발란스에서 14년 만에 재발매한 스니커즈 992 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해 래플에 참여한 고객이 1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래플을 통해 MZ세대 소비층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면서 뉴발란스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과 협업해서 선보인 휴대폰 모델 2개를 자사 사이트에서 래플로 판매했다. 9시간 동안 응모할 수 있었던 래플에 무려 46만여 명이나 몰렸고, 이전보다 응모 시간이 짧았는데도 응모한 사람이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자사 사이트를 이용한 래플 이벤트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사이트 트래픽 유입을 늘릴 수도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 ©삼성전자 홈페이지

과도한 경쟁, 박탈감 조장은 조심해야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세가지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마케팅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들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희소성을 강조하는 상품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과도한 경쟁과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또, 이런 상품을 가지지 못한 것이 상대적 박탈감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의 득템력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다면 적절하고 슬기로운 기획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CONTENTS : MARKETING

이 페이지 공유하기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