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며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저자. 매일경제신문, 《동아비즈니스리뷰》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판의 에디터이자 경영 전문 기자로 일했으며 2019년 DBR의 <Gen Z> 스페셜리포트를 기획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자란 모바일 네이티브로서,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으로 강화된 극도의 취향 중시 세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10년까지 출생한 이들을 의미하는, 그래서 현 10대 후반과 20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Z세대의 여러 특성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뽑아 만들어 본 문장이다. 이 외에도 Z세대만이 갖는 다양한 특성이 존재하겠으나, 그래도 ‘모바일 네이티브’, ‘알고리즘’, ‘취향’이라는 세 단어만큼 이들을 강하게 규정하는 단어는 거의 없다.
Z세대를 이해하는 첫 키워드 ‘모바일 네이티브’라는 특성부터 살펴보자. Z세대는 공부하고 숙제하고 놀 때 항상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과 함께했다. 이들에게 스마트 디바이스란 어떤 도구라기보다 그냥 신체의 연장, 특히 뇌의 연장이자 보조 기억장치에 가깝다. ‘포노사피엔스’라는 호칭도 그런 면에서 매우 적절하다. 현 40대인 X세대가 아날로그의 세계를 살다 디지털 세계로 20대, 30대 초반에 이민을 간 디지털 이민자, 그 동생격인 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Z세대는 와이파이로 항상적 연결이 가능한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모바일 네이티브’라 규정할 수 있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만 해도 10대 시절 온라인 상태가 되기 위해서, 즉 ‘연결’을 위해서는 PC 앞에 앉아야만 했다. 그러나 Z세대는 10대 시절 이미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모바일 환경에서 항상 연결돼 있었다. 즉 그들에게 세상은 ‘오프’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뜻이다.
연결된 세상의 포노사피엔스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취향 덩어리’다. 1,000명의 사람이 있다면 이는 곧 1,000개의 완전히 다르게 구성된 앱, 앱별 추천 리스트를 가진 스마트폰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풀어 설명하면, 사람마다 깔아놓고 주로 구동하는 앱이 다를뿐더러 같은 유튜브 앱을 열더라도 과거 시청 목록이나 구독 목록은 물론 아예 추천되는 영상의 리스트도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1,000명이 1,000개의 취향, 1만 명이 1만 개의 취향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보니 어쩌면 ‘차이와 취향’에 대한 극도의 존중 성향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강한 ‘취향 중시 성향’은 밀레니얼 세대들도 갖고 있기는 했지만, Z세대에 이르러 한층 더 강화됐다. 이는 대중가요와 아티스트에 대한 선호에서도 드러난다. 흔히 사람들이 ‘대세’라 인식하는 BTS만 봐도 그렇다. Z세대 다수가 BTS의 팬은 아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Z세대의 BTS 호감도는 44%로, 50%대 초반인 밀레니얼 세대, 60%에 육박하는 X세대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다. 이전에는 늘 ‘대세 가수’, ‘대세 뮤지션’이라는 게 있었으나 지금은 그때그때 ‘핫’한 뮤지션이나 가수, 아이돌은 있지만 세대 다수가 좋아하는 대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많은 이들이 각자 취향에 따라 ‘팬질’, ‘덕질’을 하며 즐기고 있을 뿐이다. 비단 가수뿐이랴.
반려동물, 음식, 영화, 지독한 취향 중시 알고리즘을 가진 넷플릭스 등의 OTT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제품/서비스 상품이 그렇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가 10대였던 시절만 해도 마이너한 취향이 다소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Z세대가 10대의 주류를 넘어 20대 중후반까지 장악하게 되면서 소수의 취향도 매우 존중받게 됐다. Z세대 다수는 윤리적·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 세상에 무시당해도 될 취향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각자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취향’을 갖고 있고, 취향이 유사한 사람끼리 온라인에서 끈끈하게, 오프라인에서는 다소 느슨하게 연결되는 것이 Z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하면 Z세대가 열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각종 소비활동, 여가활동을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조사 결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마켓 이용 경험이 있는 Z세대의 비율은 33.7%였다. 이용 이유로 ‘내 취향에 딱 맞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밀레니얼 세대 28.8%, Z세대 36.6%로 Z세대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와 구매, 블로그 등을 통한 판매와 구매는 최근 ‘세포 마켓’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만족을 추구하면서 생산 또는 유통을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개인 마켓을 의미하는데, 매우 취향 중심적인 유통 채널이기도 하다. 이러한 취향 중심의 소셜미디어 활용과 소비 패턴을 이해해야 이들의 SNS 라이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세’가 부재하고 지독한 취향 중시 성향 속 세분화가 일어나면서 SNS 사용행태도 X세대나 밀레니얼 세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앞서 “Z세대에게 세상은 한 번도 ‘오프’된 적이 없다”고 언급한 것을 기억하는가? 이들에게 온라인은 특별한 가상현실도, 오프라인의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그냥 존재하는 현실이다. 여러 마케팅 컨설턴트들의 말을 종합하면, 밀레니얼 세대에 비해서 Z세대가 오프라인 매장에도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단, 이들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의 연장으로 인식된다. 부담스럽게 ‘왜 왔는지’를 묻고 따라붙는 것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하듯 둘러 볼 수 있고 필요할 때 검색한 정보를 찾듯 전문가가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구분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연결 상태로 살아온 이들이기에 인터넷/온라인 활동 방식과 소셜미디어 활용 방식도 이전 세대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부터 다르다. ‘디지털 이민자’였던 X세대는 20대 시절 어떤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많은 것에 동의를 해야 했다. 그래도 그 신기한 경험을 위해 열심히 투덜대며 자신의 정보를 넘겼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걸 동의하면 내게 어떤 혜택이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가입여부를 선택했다. Z세대는 온라인에서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자신에 대해 물어오면 이를 거부하고 이탈해 버린다. X세대에게 온라인 공간은 자신을 좀 더 멋지게 포장해서, 그러나 현실과 연결해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좋은 글을 쓰고 인정받기를 원했다. 자신의 닉네임도 허세스럽게 만들었으며, 캐릭터는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자신의 온라인 버전일 뿐이었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면 이것이 ‘부캐’화 되고 Z세대에 이르면 여러 개의 전혀 다른 자아가 각 소셜 플랫폼과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상황이 된다. Z세대가 ‘많이 모여 있는 대세 SNS’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이 그나마 가장 많이 활용하는 플랫폼이기는 하지만, 일부는 다음/네이버/디씨인사이드 카페 위주로만 활동하고, 작은 소규모 커뮤니티에서만 활동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 가입은 해 있으나 주로 메신저만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중요한 건 이들이 다소 폐쇄적이거나 익명성이 강하거나 혹은 휘발성이 강한 미디어와 커뮤니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항상적 연결 상태에서 살아온 만큼, 자신의 지인에게만 공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전혀 다른 캐릭터로 취향중심으로 포스팅하는 계정, ‘미친 척 하고 노는’ 인스타그램 계정 서너 개 이상을 한꺼번에 만들어 관리하는 일도 일상다반사다(인스타그램은 이러한 다양한 계정을 쉽게 생성해 관리하기 편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여러 계정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익명성’, ‘폐쇄성’이다.)
자신의 친구, 지인들과는 페이스북 같은 실명성이 강한 광장보다는 좀 더 작은 네트워크형 커뮤니티나 SNS안에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휘발성’도 중시된다. 스냅챗은 대화와 포스팅 내용이 일정시간 지나면 사라지는 것 때문에 초기에 Z세대로부터 각광받았다. 최근에는 음성으로만 주제별로 모여 떠들고 폭파되는 방식의 ‘디스코드’가 ‘핫’한 편이다. ‘모든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는’ Z세대에게 지나치게 오픈된 공간은 부담스럽고, 기록이 오래 남는 것 역시 ‘흑역사’로서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강조하지만 ‘대세 SNS’란 없다.
Z세대에게는 두 가지 공포가 있다. Fear of Missing Out, 즉 현재 ‘핫’한 ‘밈’과 코드를 놓쳐 대화와 소통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공포, 연결망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공포다. 이를 줄여 FOMO라 한다.
또한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활동하는 것을 다소 두려워하는 Fear of Living Offline 즉 FOLO도 지니고 있다. 비록 오프라인에 등장을 더 자주하기는 하더라도 말이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끈끈하되 오프라인에서는 느슨한 연결을 원한다”고 설명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품이든 서비스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원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취향별로 조금씩 반응하는 밈은 다르지만, 어떤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 상에서 어떤 캐릭터로 활동하고 있든 유행하는 밈은 존재하고 주기는 길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즐기고 있다.
이러한 ‘밈化’에 성공한다면 일단 어떤 제품/서비스이든 브랜드이든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오프라인 경험으로 이끌되 지나치게 오프라인 위주로 모든 것이 진행되면 안된다. FOLO를 자극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Z세대 일부는 ‘관종’끼가 다분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놓고 온갖 커뮤니티나 여러 소셜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하고 이를 즐긴다. 이런 이들은 사실 소수에 가까우나 워낙 눈에 잘 띄기에 과다 대표되는 경향도 있다.
더 많은 다수의 Z세대는 사실 혼자 있고 싶지만 소통은 하고 싶은, ‘개인화된 사회성’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연결되고는 싶지만 노출되고 싶지 않은 특성이다. 개인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댓글로 소통하면서 운영되는 ‘라디오’같은 형식의 ‘스푼라디오’ 플랫폼이 잔잔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다. 오프라인에서는 느슨한 모임과 행사를 조직하고, 온라인에서는 지속적으로 ‘밈과 코드’를 형성해 소통하는 것. Z세대의 SNS, 커뮤니티 활동을 이해하고 그들과 호흡하기 위한 몇 안 되는 대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드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취향별 세분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1만 명의 1만 개의 취향을 마케터 한두 명이 분석해 접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화를 통해서는 가능하다. 아니 이미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그 자체로 알고리즘의 추천 결과다. 프로스포츠도 엄연한 서비스 상품이고 고객의 구매여정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내 취향에 딱 맞는 스포츠, 내 성향에 딱 어울리는 이벤트와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Z세대도 반드시 움직일 것이다
*밈: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1976)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모방 등 비유전적 방법으로 전달된다고 생각되는 문화의 요소’로 정의된다. 문화의 전달 단위나 모방 단위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