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오직 한 사람에게로 – 온디맨드 비즈니스 혁명>의 저자로, 주요 연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비즈니스모델 혁신, 지식경영, 서비스 혁신, IT 프로젝트와 평가 등이다.
어떤 업계, 어떤 업종이든, 이제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오직 한 사람에게로’라는 개념을 탑재해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가장 잘나가는 고객 맞춤 서비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것을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를 사례 중심으로 알아보고, 프로스포츠 산업군에 접목할 방안에 대해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비대면 서비스의 확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ESG 등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을 꺼리는 사람들은 식재료 구입부터 음식 배달, 각종 생활용품 구매 등 거의 모든 것들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온라인이 대세가 되어 가는 와중에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소비자들이 모든 사람에게 맞도록 디자인된 제품이나 서비스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개인화된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업들도 비스포크(Bespoke)서비스나 업(UP)가전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개인화 솔루션 제공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제품의 서비스화나 서비스의 제품화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져 온 일이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흐름과 함께 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온디맨드 :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나 전략 등을 총칭하는 단어로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 활동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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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업들이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개인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생산이나 운영 프로세스의 변경은 생산과정의 복잡성을 급격하게 증가시켜 원가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가치-원가 딜레마라고 부르는데,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이 가진 자원과 프로세스를 표준화·모듈화하여 디지털로 변환하고 온라인을 통해 기업의 생산·운영프로세스를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3D프린팅, 디지털트윈, 로봇, 모바일 기술,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이 활용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자본과 노동력에 기반한 대량생산 중심의 ‘규모의 경제’에서 기술력과 스피드, 유연성을 중심으로 하는 ‘온디맨드 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온디맨드 경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의 니즈에 맞도록 제공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나 고객의 요구에 맞춰 수정해주는 ‘맞춤화(customization)’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왜냐하면, 온디맨드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비즈니스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신들이 디자인하고 자신들의 스케줄에 따라 생산해서 수요자에게 판매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고객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고 주문하면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제공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온디맨드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앱, 넷플릭스, 카카오택시,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뱅크샐러드 등 다양한 온디맨드 서비스 사례를 보면 초개인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O2O비즈니스, 공유경제, 구독경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초개인화를 지향하는 온디맨드 서비스이다. 즉, 고객이 부르면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제조영역은 어떨까? 제조영역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기반해서 초개인화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변화가 거세다. 대표적인 예로는 봉제인형 판매사인 버드시즈(Budsies), 럭셔리 패션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과 한국의 아모레퍼시픽, 그리고 B2B 비즈니스 선도기업인 지멘스(Siemens), 그리고 식품회사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초개인화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앞서 언급된 사례들이 아직은 완전한 형태의 초개인화 서비스는 아니지만 거의 근접해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니 그 특징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디자인부터 생산, 사용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고객 개인의 상황에 맞도록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되 고객 스스로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기 충분할 만큼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이커머스에서도 쿠키에 저장된 로그데이터를 통해 어떤 고객이 가입 프로세스에서 중단했는지, 제품 구매 전에 중단했는지, 쇼핑카트에 물건을 넣고 중단했는지 등 각 단계별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화장품이나 식품의 경우 개인화를 위해서 고객의 행동 데이터뿐만 아니라 생체 데이터까지도 필요하다. 고객 스스로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지능(Hyper Intelligence)은 디지털 프로세스와 더불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초지능은 지능화된 센서를 통해 물리적이고 화학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다른 네트워크와 결합해 더욱 강력한 지능을 만들어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써, 초개인화를 가능하게 한다.
둘째는 기업의 생산·운영 프로세스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만들어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운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가진 자원과 프로세스를 표준화, 모듈화,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산, 운영,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기업의 제조 중심 문화를 디지털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디지털문화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며 개인의 역량을 존중하는 문화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역량 있는 개인들이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빠르고 싸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장려한다. 의사결정 권한이 고객 접점에 있는 개인들에게 위임되고 개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한다.
고객들은 더 이상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모두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공감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흐름은 반드시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부품이나 원재료를 공급하는 기업들도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산업 전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마다 특징이 있고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 초개인화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다만 초개인화 여정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업의 입장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초개인화 프로스포츠 산업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프로스포츠가 초개인화를 수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고객과의 상호작용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고객들은 선수 개인에 대해 그리고 회사에 대해 더 잘 알고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싶어 하며, 적극적 참여를 통해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고객 개인의 선호에 맞는 상호작용 방법, 굿즈, 스포츠용품, 행사 등이 개발되고 소통되어야 한다.
둘째, 선수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훈련방법, 스포츠용품, 식품, 의료지원 등이 개발되고 선수가 필요한 시점에 제공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고객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나 구단의 방식에 따라 훈련하거나 학습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스포츠마케팅이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선수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며 프로스포츠 산업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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