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김현정은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에서 각각 수석 컨설턴트, 컨설턴트직을 맡아 다양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 수행 및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국내외 기업·브랜드의 Iconic Moves를 위해 최적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나노사회, 기업들은 ‘초개인화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맥락과 현재 처한 상황을 이해해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필요한 부분을 예측해서 개인에게 정확히 맞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과 브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을까. 이들 사례와 더불어 프로스포츠에 접목할 만한 방안을 제언해본다.
일상 속 고객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파악해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초개인화’. 최근 몇 년간 초개인화가 마케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기업과 브랜드에서 초개인화 서비스 구축과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서비스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보았다.
첫 번째 유형은 ‘취향의 확장’이다. 초개인화라는 개념이 젊은 세대 중심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 소비 행태에서 출발한 만큼, 소비자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하다.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optify)가 취향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히는데, 스포티파이는 개인의 음악 취향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적절한 음악을 큐레이션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용자가 자주 듣는 음악과 유사한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된 ‘Your Daily Mix’와 같이 장르, 아티스트, 상황 등에 이용자의 취향을 녹여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들을 제공하고 있다.스포티파이는 개인화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구현한 업계 최고의 개인 맞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스포티파이의 경우처럼 취향의 확장 유형은 산업군을 막론하고 고객의 이탈을 막고자 하는 기업과 브랜드에서 주로 고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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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ify For the Record (newsroom.spotify.com)
두 번째 유형은 ‘편의의 확장’이다. 그동안 내게 모두 필요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무언가를 위해서 전체 서비스를 감내해야 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개개인의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니즈를 포함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대중이나 모호하게 특정된 그룹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오히려 고객에게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고객 각자의 특성, 행동, 선택 그리고 과거의 이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면서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편의의 확장을 대표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사례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A)이다. BoA는 2018년, 에리카(Erica)라는 가상의 금융비서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 앱을 통해 다양한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개개인의 자금력과 지불 능력, 사용 출처 등을 분석해서 자산 관리나 투자 자문까지 안내할 수 있게 되었다.
에리카는 2021년에 이미 사용자 1,700만 명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게 재무 설계를 해 주고 컨설팅해 주는 ‘라이프 플랜(Life Plan)’이라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결혼, 육아, 주택 구입 등 인생에서 목돈이 필요할 때를 목표로 설정해 이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데, 두 달 만에 150만 명이 가입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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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 라이프플랜 예시 화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쇼핑 편의의 확장을 실현한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세포라(Sephora)는 앱 내에서 고객이 증강 현실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버추얼 아티스트(Virtual Artist)’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실시간 위치를 분석해 주변 매장의 이벤트나 추천 제품의 정보를 담은 모바일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많은 수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세포라가 당일쇼핑 및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쉽트(Shipt)와의 제휴 소식을 전했다. 이제 고객 개개인이 선택한 세포라의 맞춤형 뷰티 제품을 각자의 집에서 즉시 받아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Sephora Virtual Artist ©Heather Adorna
마지막 유형은 ‘경험의 확장’이다. 개인에게 맞춤화된 초개인화 서비스는 소비자가 기업과 브랜드를 통해 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을 확장한다. 소비자의 과거 구매 혹은 서비스 이용 내역을 기반으로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해 주는 것을 넘어, 특정 상황이나 일정에 따른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한 단계 고도화된 초개인화 서비스의 등장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자유여행 앱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트리플(Triple)은 초개인화 서비스로 이용자의 여행 경험을 확장한다. 트리플은 다양한 여행 상품의 예약과 함께 여행자의 실시간 위치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광지별 맛집 리스트 등 유용한 콘텐츠들을 제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여행 일정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경험 확장에 나서고 있는데, 일정과 여행 스타일에 최적화된 숙소·티켓·투어 등의 여행 상품을 추천하고 일정을 함께하는 동행자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개인 맞춤형 여행 패키지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트리플 앱
초개인화 서비스는 브랜딩에 있어 이상향과 같은 것이다. 대다수의 브랜드는 끊임없이 초개인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활동은 1:1로 이루어졌을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비용과 기술, 접근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는데, 최근에 와서야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극복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훨씬 더 세분화된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향후 초개인화는 지금까지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고 모든 영역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에는 어떻게 초개인화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을까. 주요 소비자층이자 디지털 네이티브가 다수인 젊은 세대들은 스포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 여기며, 국민 전반이 점차 프로스포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여러 조사 결과가 있었다. 대중화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프로스포츠로서는 주어진 상황들이 녹록지 않다. 이제는 프로스포츠에도 새로운 기준과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현장의 관중 수나 광고료, 중계권료라는 전통적 수치를 넘어 ‘찐팬’을 만들 수 있는 초개인화 서비스에 눈을 돌려 보자.
‘취향, 편의, 경험의 확장’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프로스포츠에도 접목할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취향 측면에서는 스포티파이의 사례와 같이 취향 공동체를 하나의 팬클럽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치맥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지정 좌석에서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매칭해 주는 서비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편의 관점에서는 예매의 불편함과 경기 일정을 놓친다는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BoA처럼 AI가 날씨, 응원하는 팀, 좋아하는 좌석 위치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예매에 대한 의견을 자동으로 물어보고 승인하면 원스톱으로 결제까지 되는 서비스가 효과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험의 관점에서는 직관이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경험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트리플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보면, 팬이 여행을 계획할 때, 해당 지역의 스포츠 경기 추천과 동반자 할인권 제공, 그리고 경기장 좌석까지 고객이 선택한 음식을 배달해 주거나 실시간 위치를 분석해 주변 맛집이나 즐길 거리를 추천하는 등의 경험의 확장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초개인화 서비스를 유형에 따라 접근해 본다면, 기존 팬들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팬을 유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지점들이 보일 것이다. 시도하는 자체로도 이미 데이터를 쌓아가는 과정이 되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