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 KBS America CEO를 역임했으며, 건국대학교 언론보대학원 겸임교수,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 리더스포럼’ 위원, 《PD저널》 [유건식의 OTT세상]과 《KBS사보》 [알기쉬운 미디어 이슈]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미디어 구독 모델>,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시장을 바꾸다>, <넷플릭소노믹스> 등이 있다.
OTT 시장이 계속 확장되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구독에 따른 이용자의 편의가 증가하고, 기업은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구독서비스를 늘리기 때문이다. 특히 이커머스와 결합한 구독서비스의 등장으로 미디어는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와 결합한 OTT 구독서비스의 특징은 무엇일까. 더불어 미디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로써의 프로스포츠는 어떤 매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구독은 상거래의 미래”라고 크리스 조지 미국 구독거래협회(Subscrip tion Trade Association, SUBTA) 회장은 주장했다. 과거 구독은 신문이나 우유처럼 정기 간행물이나 제품을 월정액을 납부하고 이용하거나 받아보는 데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발생하면서 이제 구독은 정해진 금액을 소비자가 일정 기간 지불하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등을 정기적으로 받아보거나 이용하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 글로벌 회계법인 PwC의 OTT 성장 전망
출처: PwC
최초의 구독서비스는 17세기 영국의 출판물에서 시작되었지만, 넷플릭스가 1999년 구독을 DVD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성공하면서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구독모델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특히, OTT 시장은 코로나19를 맞으면서 급성장하였고,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OTT 비즈니스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OTT 시장은 730억 달러(약 9조 1,000억 원)에 이르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0.6%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OTT 구독 시장의 팽창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OTT 서비스를 콘텐츠 소비의 미래라고 보면서 콘텐츠 투자를 확대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웰스파고 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등 9개의 주요 콘텐츠 기업의 2022년 콘텐츠 투자는 1,405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 OTT는 넷플릭스 193억 달러, 디즈니+ 123억 달러, 프라임 비디오 110억 달러, 애플TV+ 81억 달러 순이다.
OTT 시장이 팽창하는 이유는 미디어 생태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속화, 개인화, 모바일 경험, AI를 이용한 빅데이터 활용의 용이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스튜디오들은 방송 콘텐츠보다 OTT 오리지널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DTC(Direct-To-Consumer) 콘텐츠 투자 비용
출처: Variety VIP+
▶ VOD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는 OTT사
출처: AMPERE
이커머스 공룡들이 OTT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그야말로 OTT 춘추전국시대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2006년에 일찍이 OTT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2021년 4월 글로벌 프라임 가입자가 2억 명을 넘어섰고, 아마존은 2022년, 프라임 비디오 콘텐츠에 1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스포츠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2033년까지 11년간 NFL과 1,0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으로 계약했다. 여기에는 2022년부터 NFL 금요일 경기 패키지를 독점으로 중계하는 최초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포함되었고, 이에 대한 비용은 연 10억 달러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IMDb TV는 프리비(Freevee)로 이름을 바꾸었다. 프리비의 광고 증가는 아마존의 매출 다양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마존은 2021년 광고 매출이 2020년에 비해 32% 늘어난 31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페이스북과 구글에 이은 글로벌 3대 광고 플랫폼이 된셈이다. 이런 성장에는 게임 중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NFL을 중계하는 프라임 비디오 스포츠, 프리비의 힘이 컸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아마존 카피캣으로 2020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쿠팡은 2021년 쿠팡플레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1,000억 원을 투자했다. 쿠팡플레이는 ‘로켓와우’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유지(Lock-in)하거나, 구독서비스를 확장시키는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즉, 쿠팡은 아마존처럼 무료배송을 받으면서도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소위 ‘쿠팡 유니버스’에서 놀게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쿠팡플레이에서 콘텐츠 로딩 전에 광고 영상을 삽입시킬 수 있으므로 콘텐츠를 보다가 쿠팡에서 쇼핑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22년 4월 현재 쿠팡플레이 다운로드가 100만 건이 넘었고, 4월 이용자는 228만 명 정도 되며, 이용자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mazon Prime Video
쿠팡플레이 스포츠 섹션 ©쿠팡플레이
네이버는 2020년 10월 CJ EN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지분 맞교환에 합의하고, 네이버플러스 가입 고객에게 지난 2021년 3월부터 티빙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CJ ENM은 티빙의 이용자가 한 달 만에 25% 이상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2021년 8월 구독 서비스 ‘T우주’를 선보이고, 아마존 무료배송, 11번가 3,000포인트를 기본 제공하고, 웨이브 라이트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커머스 공룡들은 영상시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OTT 구독 시장으로 직접 또는 제휴를 통해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구독모델은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의 존속을 보장할 수 없다.
아마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22년 1월 말 기준으로 2년간 주가가 57%가 올랐으므로 이커머스 공룡의 OTT 진출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쿠팡은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출시 1년 만에 이용자가 359만 명(590% 증가)으로 늘어났고, 오리지널
<어느 날>
공개 이후 시청 시간도 46% 증가하여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1년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1년 지난 시점에서 59%가 하락한 것을 봐서는 아마존처럼 성장하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한편, 프로스포츠 자체에서 직접 OTT 서비스를 추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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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의 프로리그인 NBA, NFL, MLB, NHL 등이 자체 스트리밍을 제공하고 있고, 국제배구연맹(FIVB)도 발리볼월드TV(volleyballworld.tv)를 월 7.99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1년에 4만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OTT FIFA+(fifa.com/fifaplus)를 런칭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권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접속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12년 전에 주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욱 탄력을 받고 있어 현장성이 높은 프로스포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OTT 춘추전국시대에 프로스포츠는 방송에서 마지막 남은 보루이다. 방송 광고 시장이 축소됨에도 불구하고 제56회 슈퍼볼의 30초당 광고 단가가 700만 달러(약 89억 5,000만 원)로 상승하였다. 이에 방송과 OTT 업체 모두 프로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무한 경쟁하고 있다.
©fifa.com/fifaplus
국내에서도 JTBC가 2019년에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 확보를 시작으로 tvN은 5월 20일 tvN 스포츠 채널을 개국하였으며, TV조선은 축구협회가 주최하는 대표팀 경기를 2024년 8월까지 중계하기로 했다.
프로스포츠의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은 무한하다. 올림픽위원회가 OBS를 통해 직접 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포함하여, 미국 프로스포츠협회가 OTT 서비스를 하는 동향을 참고하여 국내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OTT 서비스를 커머스로 연결시켜 수익을 창출하여 프로스포츠도 활성화시키고, 프로스포츠인의 복지도 향상시키며, 스포츠 꿈나무와 아마추어의 지원을 통해 스포츠 전체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