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사회에서 살아남는 브랜딩 전략,
나노 타깃팅

글. 박현정

핑크플래닛 대표. 제일기획, 휘닉스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카피라이터, 브랜딩 디렉터로 일하며 삼성전자, 동서식품, SKⅡ, KT, 제일제당 외 여러 브랜딩을 담당했다. 다양한 기업의 카피라이팅, 디자인과 브랜딩을 총괄하며 성공적인 인사이트 브랜딩을 이끌며 강의도 진행한다.

과거, 고객에게 꼭 맞춘 개인화 서비스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개인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제 누구나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개인화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초개인화 시대에 기업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초개인화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과 더불어 프로스포츠 업계에서 도입할 만한 방안을 소개한다.

나노사회, 개인은 관심과 취향으로 연결된다

우리 사회는 유대 중심의 공동체 사회에서, 하나의 글로벌 사회로 변화하며 급격한 개인화를 경험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과 유교사상도 자본 중심의 사회로 재편되면서 희석되었으며, 그 자리를 대중 중심의 물질 문명이 대체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표준화된, 글로벌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국가가 가지던 구속력과 유대는 약화되면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가치관이 부각되고, 이를 다시 각 나라 정부가 표준화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화 속에서 부유하는 개인을, 디지털 네트워크가 관심사와 취향 중심으로 연결하고 있다.

현대의 개인은 자신의 관심과 취향을 통해 다른 이와 연결된다.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이 두드러지는 네트워크 속 미디어와 채널을 통해 생존하며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찾게 된다. 한 사람이 무언가에 관심을 표현하거나 취향에 맞는 것을 찾으면 디지털 미디어들이 계속해서 그와 연결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추천하고 커뮤니케이션한다. 연결은 강화되거나 약화되거나 지속되거나 끊어지면서 이용자를 중심으로 취향과 관심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각 네트워크간의 연결은 약하지만 네트워크 안에서의 연결은 강하다.

“개인은 관심과 취향이 두드러지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다. 각 네트워크 간 연결은 약하지만,
네트워크 안에서의 연결은 강하다.”

취향을 오픈하는 순간, ‘완벽한 나의 세계’

이 네트워크 안에 연결된 어떤 인물을 상상해보자. 1987년생 김지연 씨,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고 골프·헬스 등 스포츠를 즐기며, 친구들과 야구·축구 경기 관람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야외·실내 스포츠를 즐기는 시간이 적어지고, 경기장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유튜브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경기를 본다. 온라인 클래스에 등록하고 혼자 스트레칭과 요가를 즐기기도 한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늘면서 이동 시간이 줄고 친구와 같이 경기를 응원하며 맛있는 것을 먹거나 다른 팬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크게 줄었다. 대신 좋아하는 선수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면서 타 팬들과 연결되어 댓글달기를 즐긴다.

이런 김지연 씨와 연결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때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인가’ 보다 ‘어떤 취향과 관심사를 가졌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간단하면서 깊이 있게 연결된다. 이러한 연결은 해시태그를 쓰는 것처럼 간단히 취향을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팔로워·팔로잉 같은 구독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내 취향의 동영상을 보면 그와 비슷한 동영상이 추천된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면 그 책을 산 다른 사람들은 추가로 어떤 책을 구입했는지 볼 수 있다. OTT 서비스에서 영화를 선택하면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이 고른, 비슷한 취향의 다른 영화가 계속 추천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실수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내 취향을 오픈하는 순간,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치와 콘텐츠가 추천되며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깊어지며 연결되어 결국 완성된다. 그 안에 있으면 ‘완벽한 나의 세계’가 구축된다. 이 세계에 빠지면 나와 다른 취향의 세계와는 만날 일이 없어지기도 하고 접하는 정보가 달라지니, 타인의 의견이 낯설어지거나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완벽한 ‘Another World’다.

초개인화 시대, 브랜딩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같은 취향으로 이어진 개인 간에도 관심사만 공유하고, 인간적인 유대는 약해서 각자 신체적·물리적으로 고립된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은 극도로 세분화되고 파편화된 나노사회 속에서 공동체적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개인 단위로 파편화되고, 고립된 사회 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독립적 개인인 나만의 관심과 선호, 그리고 취향이다. 이는 한편 나의 취향을 지지하는 팬들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작은 트렌드, 작은 팬덤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나와 나의 팬들만 공유하는 매우 프라이빗한 것일 수 있다.

아주 긴밀하고 매우 프라이빗한 이른바 초개인화 시대, 기업과 브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타깃에게 다가가야 할까? 지금까지 코어 타깃을 설정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면 초개인화 시대에 브랜딩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브랜딩은 타깃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정확한 타깃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인사이트, 어떤 메시지도 타깃에 따라 다르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타깃을 정하기 위해서는 페르소나를 분석하여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여기서 페르소나는 가면, 인격 등을 뜻하며 브랜드의 타깃을 생생한 실물로 묘사하기 위해 설정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타깃 페르소나가 경험할 감정지도 만들기

광고인 데이비드 오길비는 ‘디너파티에서 내 옆의 아름다운 여자가 어떤 물건을 살 것인지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 대답하듯 메시지를 써내려간다’고 한다. 좀 더 흥미롭고 환상적으로, 가능하다면 아주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내 옆에 앉은 사람에게만 들려주는 고백처럼 쓴다고 한다. 이렇게 정확한 타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생생하고 실재하는 타깃의 표준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타깃 페르소나라고 하며, 이는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 프로필을 만들 듯 실재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가상의 페르소나를 치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타깃으로 생각되는 그룹을 인터뷰하고 분석하여 타깃 페르소나의 프로필을 설정한다. 페르소나의 프로필에는 이름·별명·사진·보이스·성격·나이·사는 곳·직업·맥락·동선·관심사·니즈·목표·행동 등 다양하고 생생한 정보가 포함되며, 만든 이의 개성과 브랜딩의 목표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하여 다듬고 완성해나간다.

브랜딩을 위해 딱 한사람만 타깃팅 한다면 누가 떠오르는가? 떠오른 바로 그 사람에게 오롯이 집중하여 커뮤니케이션하라! 딱 한 명의 타깃을 정했다면 페르소나를 완성하고, 그에게 감정이입하여 그의 목표와 콘텍스트를 고려하며 시나리오를 만든다.

페르소나가 자신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지 동선을 스케치하고, 그가 경험할 구체적 감정지도를 만든다. 브랜드와 접촉하면서 시간·장소·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터치 포인트를 만들어보고, 이때 페르소나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며 표현해본다.

브랜드의 타깃 페르소나가 여러 유형이라고 생각되면 데이터에 근거하여 페르소나를 각각의 프로필로 만들고 제각기 다른 모습에서 공통점을 추출하여 하나의 유형으로 그룹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타깃 페르소나를 중심으로 메시지를 구성하여, 마치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듯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인사이트 브랜딩이다.

나노타깃의 욕구를 찾아내고 유대관계를 구축하라

코로나19 상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람 간의 심리적 거리도 한층 두터워졌다. 물리적으로 부딪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그동안 돌보지 못한 자기 자신에 집중하고, 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취향과 연결된 세계에 접속하여 작은 팬덤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홀로 존재하며, 취향으로 연결된 아지트를 단단히 구축한 개인에게 기업과 브랜드가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 한 명의 타깃, 즉 나노타깃을 찾아내고 그의 취향과 연결된 긴밀한 나노네트워크를 찾아내는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노타깃의 유형을 그룹화하여 타깃팅하는 인사이트 브랜딩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개인의 취향과 개인 속으로 숨은 초개인화 시대, 나노타깃팅을 하라. 나노타깃과 대화하기 위해 페르소나의 세부 프로필을 설정하여 관심사와 취향·행동·동선·감정·목표에 따라 세세하게 대화를 설계하라. 설계된 시나리오에 따라 나노타깃의 반응과 감정을 세세하게 피드백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팔로워가 돼라. 나노타깃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팔로잉할 수 있게 하고 소식을 궁금해 하고 대화하고 싶게 하라. 나노타깃과 보다 긴밀하게 사귀기 위해서는 나노타깃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추어 기업과 브랜드를 더 세세하게 나누어 나노기업과 나노브랜드로 다가가는 인사이트 브랜딩을 시작해야 한다.

마케팅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브랜딩의 시대이다. 기업과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은 한 발짝 뒤로 하고, 흩어져 숨어 있는 나노타깃과 긴밀하게 사귀며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노타깃의 숨어 있는 욕구를 찾아내 그 인사이트를 매개체로 과거 사회가 해왔던 유대관계의 역할을 브랜드가 하게 될 때, 나노타깃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공감하고 친구가 되어 관심사를 나누고 연결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나노타깃과 유대관계를 구축하게 되면, 나노타깃의 실 같은 네트워크 속으로 연결되어 단단하고 서로 성장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초개인화 시대, 나노타깃팅을 하라. 과거 사회가 해왔던 유대관계 역할을 브랜드가 할 때,
나노타깃과 브랜드는 서로 성장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PROSVIEW THEME : EXPERT INSIGHT

이 페이지 공유하기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