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푸드전문 매체인 리얼푸드 기자로, 건강식과 친환경 푸드, 글로벌 푸드 트렌드 등을 다각도로 취재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요즘 가장 핫한 단어는 헬시플레저다. 헬시플레저는 건강하다(Healthy)와 기쁨(Pleasure)이 합쳐진 것으로, ‘건강’과 ‘즐거움’ 중 어느 것 하나 빼기 싫은 MZ세대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트렌드다. 기존의 건강관리가 ‘인내와 절제’였다면, 헬시플레저에서는 ‘즐거움과 편리함’의 패러다임으로 변화된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는 건강한 식품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식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붙는 조건은 ‘간편성’이다. 조리과정에서 진땀이 난다면, ‘즐겁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분야는 프로틴 시장이다. 텁텁한 파우더로 대표되는 1세대 단백질을 시작으로, 2세대 닭가슴살 원물 시기를 거쳐 이제는 ‘맛’과 ‘간편성’까지 더한 3세대 단백질 시대가 시작됐다. 단백질도 맛있게 즐긴다는 콘셉트 아래 단백질 함량을 높인 디저트도 쏟아지고 있다. ‘단백질과자점’이 대표적인 예이다. 쿠키와 빵, 심지어 아이스크림에도 라이신이나 BCAA와 같은 필수아미노산을 보충, 단백질 함량을 높였다.
간편식 경쟁도 뜨겁다. 포장지를 뜯어 바로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단백질 제품들이다.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 주자인 두부도 변신했다. 풀무원의 ‘한끼 연두부’나 ‘순두부 그라탕’의 경우, 별도의 조리가 필요없는 신개념 두부로, 소스 또한 이국적인 볼로네제나 클램차우더 등을 사용했다. 신제품인 ‘두유 푸딩’은 달콤하게 즐기는 두유 디저트다.
그릭요거트 역시 헬시플레저에 힘입어 MZ세대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반 우유보다 많은 단백질과 꾸덕한 질감, 다양한 맛이 인기 요인이다. 그릭요거트 브랜드 ‘YOZM(요즘)’은 최근 그릭요거트를 활용한 케이크와 브리오슈번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발효 단백질인 템페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낫토도 발효 단백질이지만 특유의 맛이 강한 반면, 템페는 부담없는 고소한 맛을 가졌다.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바로 먹거나 바삭하게 구워서 샐러드 토핑, 샌드위치, 볶음밥 등에 넣어먹기 좋다.
©풀무원(순두부 그라탕)
©단백질과자점
이와 함께 단백질 파우더나 단백질 분말이 추가된 식품 구입이 증가하면서 분말 단백질 종류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특히 ‘분리유청단백질’은 최근 단백질 시장에서 각광받는 종류다. 유청에서 유당과 지방을 제거한 것으로, 우유에서도 0.66% 이하의 극소량만이 추출돼 프리미엄급 대우를 받는다. 단백질 순도는 90%에 달한다. 흡수 속도도 빨라 아미노산도 빠르게 공급한다. 무엇보다 우유 소화가 어려운 사람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국내에서는 매일헬스뉴트리션이 분리유청단백을 이용한 ‘셀렉스 코어프로틴 락토프리’를 출시,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음료나 디저트, 제빵 등으로 활용 분야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YOZM / ©매일유업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따라 음료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가 대세 키워드다. 방부제·인공향료·합성감미료·액상과당·설탕 등을 최대한 뺀 제품들이 인기다. 단순히 설탕을 뺀 ‘제로 콜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혁신적인 상품 전환은 폭넓게 번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노슈가애디드’와 손잡고 커피·아이스크림·젤리부터 하이볼·막걸리에 이르는 주류까지 ‘제로슈거’ 상품군을 빠르게 확장중이다. 롯데칠성의 경우 사이다에 이어 탐스 제로, 에너지드링크인 핫식스 제로까지 내놓았다.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는 발효 음료인 콤부차 또한 인기가 높다. 풀무원녹즙의 ‘톡스콤부차’를 비롯해 분말 스틱 타입인 쟈뎅의 ‘아워티 콤부차’ 등 최근에는 다양한 맛과 형태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즐겁게 건강을 챙기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모두는 이와 관련된 메시지 두 개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암울하지 않고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