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소비자를 사로잡는
프로스포츠의 전략

#1 NC 다이노스 : 팬 성향별 2023 시즌 티켓 판매
글. 장강훈 스포츠서울 기자 / 사진 제공. NC 다이노스

#2 SSG 랜더스 : 모기업의 대규모 할인 행사 ‘랜더스데이’
글. 장은상 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 제공. SSG 랜더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역시 장기 불황에 등장한 전략적 소비자의 만족을 위해 현장에서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전략을 모아보고, 전략의 배경 및 성과, 계획 등을 들어본다.

#1 NC 다이노스

팬 성향별 2023 시즌 티켓 판매
다양한 니즈 가진 팬들을 겨냥하다
글. 장강훈 스포츠서울 기자    사진 제공. NC 다이노스


MZ세대의 가치소비와 불황 속 등장한 체리슈머는 프로스포츠의 ‘직관 고객 유치 전략’에도 영향을 끼쳤다. 가격·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소비하는 가치 소비자와 가성비를 철저히 따져 소비활동을 하는 체리슈머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민폐 끼치지 않는 소비자’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체리슈머의 소비 성향은 프로스포츠라고 다르지 않다. 구단은 고객의 소비유형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가 팬 성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시즌 티켓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팬 선택 폭을 넓힌 2023 시즌 티켓

NC 다이노스 마케팅팀 관계자는 “올 시즌 티켓 전략은 팬의 다양한 요구와 성향에 최대한 부응하는 것”이라며 “팬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더 많은 팬이 홈구장인 창원NC파크를 찾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팬 성향을 들여다봤더니 팬들은 ‘내가 희망하는 위치의 좌석’과 ‘티켓 가격’을 크게 고려했다. 원하는 좌석을 선점하려는 팬은 시즌 티켓을 구매하지만, 가격대가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구단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월별, 상대 팀별, 시기별 등으로 쪼개는 전략을 수립했다. 가령 ‘롯데와 주말 3연전’을 원하는 좌석에서 보고 싶은 팬은 조금만 빠르게 움직이면 원하는 좌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혼자 ‘직관’하는 팬은 N타입, 여러 명이 함께 응원하는 것을 좋아하는 팬은 C타입 등으로 나눠 구매할 수 있고, C타입은 종이로 된 티켓북 형태로 제공해 기업에서 임직원 복지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주 직관하는 팬에게는 ‘N년차 N% 추가할인(판매금액의 최대 15%)’을 적용해 이른바 마일리지를 쌓는 듯한 경험도 제공한다.

비인기좌석은 일반 티켓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경기 시작 두 시간이 지나면 내야 5,000원, 외야 2,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252티켓’을 내놓아 퇴근이 늦은 직장인이나 학생 팬의 호평을 받고 있다. 홈팀은 원정팀보다 일찍 훈련하는데, 관중석은 통상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개방한다. 이 시간이면 홈팀은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난 뒤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팬을 위해 ‘오픈 프랙티스 티켓’도 올해 출시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에 입장할 수 있는 ‘특권’을 주는 셈이다.

관계자는 “개막한 지 두 달밖에 안 돼 판매 성과를 얘기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티켓 상품 출시에 구단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팬도 있고, 실제 예매율 증가로 이어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티켓 가격도 불가피하게 인상했는데, 부담을 호소하는 팬이 적지 않다. 일부 팬은 일반 티켓보다 저렴한 시리즈 티켓(특정팀과 경기)을 구매해 지인과 관전 희망일을 분배해 구장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체리슈머가 KBO리그에도 일반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NC 다이노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팬 만족

팬을 불러 모으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야 재방문 팬도 증가한다. 관계자는 “구단은 팬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 실패도 하지만, (팬에게)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창원NC파크 옥상 공간에는 카트 체험장인 아이언카트를 운영 중이고, 스크린야구장과 셀프사진관도 설치돼 있다. 야구 관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놀이를 경험할 수 있어서 팬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말에는 창원NC파크를 공원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테일게이팅’으로 이름을 붙인 행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과 농수산물 등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뿐만 아니라 먹거리와 즐길거리도 준비해 경기 시작 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관계자는 “경기가 있을 때 구장을 돌아다니는데 팬이 구장시설이나 티켓 상품, 경기운영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말씀하신다. 우리도 팬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며 피드백을 받고 있다.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시장상황을 확인해 좋은 티켓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팬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2 SSG 랜더스

모기업의 대규모 할인 행사
야구팬을 신세계 소비자로
글. 장은상 스포츠동아 기자    사진 제공. SSG 랜더스


SSG 랜더스의 모그룹인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신세계백화점·SSG닷컴 등 온·오프라인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망을 갖춘 종합 유통서비스그룹이다. 신세계그룹 19개 계열사의 주력 사업 대부분은 국내 소비자들의 주요 소비 전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소비재 중심의 이러한 사업구조는 신세계그룹과 SSG 랜더스 간의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모그룹의 지원을 일방적으로 받아 단순 홍보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과거 프로야구단과 달리, 지금의 SSG 랜더스는 야구팬들을 신세계그룹의 소비자로 확장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규모 할인 이벤트 ‘랜더스데이’ 개최

신세계그룹의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랜더스데이’는 이러한 구조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신세계그룹은 SSG 랜더스를 창단해 KBO리그에 참여한 2021년부터 그룹 차원의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랜더스데이를 개최해 오고 있는데, 야구팬들은 물론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를 찾는 고객들로부터도 큰 호평을 얻고 있다.

불황의 시대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확실한 ‘당근’을 통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어야 하는데, 19개 계열사의 참여를 한 번에 유도할 수 있는 랜더스데이는 신세계그룹의 최대 히트작이라 할 수 있다. SSG 랜더스의 존재가 19개 계열사의 참여를 이끈 촉매제가 된 셈이다.

2021년에 진행한 제1회 랜더스데이에는 이마트·SSG닷컴·이마트24 등 3개사만이 참여했다. 4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4일 간의 이벤트에서 달성한 매출은 무려 약 1,700억 원. ‘랜더스벅 유니폼’, ‘랜더스 버거팩’, ‘랜더스 골프공’ 등 SSG 랜더스와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콜라보 상품이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자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야구 마케팅에 대한 니즈는 이후 수직상승했다.

2022년에 진행한 제2회 랜더스데이에는 무려 18개 계열사가 나서 상반기 최대 규모 쇼핑 축제가 만들어졌다. 2022년 랜더스데이는 4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 간 약 4,0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SSG 랜더스가 2022년에 통합우승을 차지하자 ‘2023 랜더스데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더 커져 갔다. 예상대로 2023 랜더스데이는 2022년의 우승 기운을 이어가 ‘축포’를 터트렸다. 올해 4월 1일부터 7일까지 7일 간 열린 제3회 랜더스데이에는 신세계그룹 19개 계열사가 참여했고, 이번 해 매출은 전년보다 30% 늘어난 약 5,4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과 SSG 랜더스의 시너지 극대화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야구단을 활용한 유통 비즈니스와 야구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야구팬들을 신세계그룹 소비자로 유입시키고, 신세계그룹 소비자를 야구팬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랜더스데이의 긍정적인 파동 역시 강조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 랜더스데이 기간에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고객이 전년 대비 15~20% 가량 늘었다. 매년 프로야구 개막 시즌에는 랜더스데이 행사를 한다는 걸 인지하게 된 야구팬들이 늘고 있다. 상당수 신규 고객 유입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고객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다. 상당수 고객들이 SNS에서 “프로야구 개막 기념 이벤트이지만, 물가 부담이 큰 시기라 생필품 할인 혜택 등이 큰 도움이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로스포츠를 사랑하는 ‘팬’ 역시 넓은 범위에서는 현실을 살아가는 ‘소비자’다. 불황의 시대 속에서는 강한 ‘팬심’에만 의존한 마케팅이 효율을 낼 수 없다. 똑똑한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이끄는 방법을 프로스포츠 산업 역시도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는 팬 성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시즌 티켓을 판매하고,
SSG 랜더스는 모기업의 대규모 할인행사로 실속 소비를 추구하는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PROSVIEW THEME : FIELD REPORT I

이 페이지 공유하기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