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소비자가 선택한
브랜드들의 전략

글. 김현정

김현정 선임 컨설턴트는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에서 다양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 수행 및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국내외 기업·브랜드의 Iconic Moves를 위해 최적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저성장 경제 흐름과 맞물려 업그레이드된 ‘체리슈머’는 기업이 잡아야 할 알뜰 소비자로 인식되고 있다. 체리슈머의 소비패턴 및 성향을 파악하여, 이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는 브랜드 사례를 소개한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제한에 “탈퇴하겠다”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가 내세운 계정 공유 제한 정책으로 소셜미디어가 한동안 떠들썩했다. 과거 계정 공유를 권장하며 가입자를 모아온 넷플릭스이기에 이용자들의 반발심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정책 시행으로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할 경우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이들도 많았다.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의 원조 격으로, 등장 직후 많은 사람에게 적절한 가격에 풍부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넷플릭스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용자들도 마찬가지이기에 반감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가격 인하만이 정답은 아니다

기업·브랜드의 운영 전략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는 고객의 소비행태가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소비 키워드는 단연 ‘절약’이다. 알뜰한 소비를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체리슈머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브랜드들의 노력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실 가격 경쟁은 예전부터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필수 덕목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0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대형마트 브랜드들이 ‘출혈 경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이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체리슈머를 사로잡기 위해 다시 한 번 가격 경쟁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생필품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체리슈머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을 인하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비용 대비 효율을 고려해 ‘함께’ 또 ‘따로’의 가치를 중시하는 체리슈머를 공략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당근마켓 / ©사자마켓 / ©배달의민족 알뜰배달

체리슈머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을 인하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비용 대비 효율을 고려하는 체리슈머는 ‘함께’ 또 ‘따로’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함께하면 반이 돼요

01. 계정 공유, 같이사요, 함께주문

넷플릭스 그리고 다른 OTT 서비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족 또는 지인과의 계정 공유도 비용을 여럿이 나누어 부담을 줄이는 ‘함께하면 반이 돼요’ 사례이다.

또, 당근마켓이 작년 여름 론칭한 ‘같이사요’ 서비스도 함께의 가치를 잘 녹여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중고 거래에서 시작해 지역 기반의 라이프 플랫폼으로 성장한 당근마켓은 같이사요 서비스를 통해 대량 구매하면 더 저렴한 물건을 이웃들이 함께 구매하고 분배할 수 있도록 한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높아진 배달료에 따른 이용자 부담을 줄이는 ‘함께주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다수에게 링크를 공유해 각자 원하는 메뉴를 쉽게 취합하고, 하나의 주소지에서 음식을 수령해 배달비를 나누어 낼 수 있다. 이에 더해 배달의민족은 올해 3월, 새로운 배달 서비스인 ‘알뜰배달’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동선이 비슷한 배달을 묶어 배달하는 방식으로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배달 시스템과 유사하면서도 배달비 부담이 줄어드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작년 4월 등장한 신규 배달 음식 플랫폼 두잇은 ‘배달료 0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 소비자에게 환영받고 있다. 이웃들이 함께 음식을 배달할 수 있도록 해 배달비 없는 배달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02. 공동구매 돕는 신규 브랜드 인기

한편, 당근마켓·배달의민족 등 기존의 브랜드에서 공동구매·배달을 돕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외에 공동구매를 돕는 신규 브랜드가 탄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구마켓·사자마켓·올웨이즈 등이 그 주인공인데, 이들은 무섭게 이용자 수 확보 및 투자 유치에 나서며 성장 중이다.

‘팀구매’와 ‘초특가’를 강조하는 올웨이즈의 운영사 레브잇의 대표는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심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중간유통·이윤을 제거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해 유통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03. 브랜드 + 브랜드

이렇게 소비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전략도 있지만, 브랜드와 브랜드가 함께하며 더 좋은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전략도 있다. ‘국민e든든 캠페인’은 KB국민은행과 이마트24의 만남으로 진행된 캠페인이다. 물가 인상으로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국민은행의 뱅킹앱인 KB스타뱅킹앱에 회원가입을 하면 도시락 상품을 6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만큼만 살게요

01. 소포장으로 비용 부담 감소

필요한 상품, 먹고 싶은 음식을 ‘함께’ 주문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브랜드들의 전략을 살펴봤다면,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따로’ 구매해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브랜드들의 전략을 소개한다.

CU는 채소를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싱싱생생’ 시리즈를 선보였다. 세척 채소를 1~2끼 분량으로 소분해 판매하는 것인데, CU는 유통 비용을 최소화해 대용량 판매로 가격을 낮춘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도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02. 위시리스트 모아두고, 최저가 확인하고

위시리스트를 관리하는 앱 ‘위시버킷’은 쇼핑플랫폼/몰에 흩어진 위시리스트를 하나의 채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히 흩어진 정보를 모으는 것을 넘어, 어디에서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용자는 내 취향에 맞는 상품만을 모아 두었다가 따로 발품을 팔지 않고도 가장 저렴한 채널에서 구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징으로 론칭 2개월 만에 평가 기준이 까다롭다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늘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시버킷

©신세계그룹

©BGF리테일

프로스포츠, 체리슈머를 공략하라

지금까지 체리슈머가 ‘함께’ 혹은 ‘따로’ 보이는 소비 행태에 따라 어떤 브랜드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특히, 기존의 브랜드들이 체리슈머를 타깃으로 정해 선보인 서비스, 그리고 체리슈머를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로 새롭게 탄생한 브랜드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에 가장 민감한 유통업계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프로스포츠 업계에서도 체리슈머를 고려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방안 중 브랜드와 브랜드 간의 만남으로 체리슈머를 공략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몇몇 OTT 플랫폼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독점 중계하며 이용자 수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OTT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면 비용 대비 더 밀도 있는 경험을 플랫폼 이용자이자 스포츠 팬층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 경기를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OTT 플랫폼에서 유료로 중계한 영상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체험권을 제공하거나, 스포츠 관련 독점 콘텐츠 혹은 자체 제작 콘텐츠의 시청을 위해 OTT에 가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제 경기 관람권 부여, 선수 사인 증정 등의 이벤트를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기 불황으로 문화생활/여가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 시대 상황, 이와 맞물려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소비에 나서는지 관찰하며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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