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바꾸면
매출이 달라진다

비즈니스 컬러 브랜딩

글. 이랑주

국내 최고의 비주얼 전략가. (주)더블엑스브랜드디자인그룹과 (주)랑만주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위닝 컬러>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등을 집필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색상을 중요하게 여기고, 디자인한다. 똑같은 제품도 색을 바꾸면 매출이 10배로 달라지기 때문. 색상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히 한 사례들을 통해, 색상이 브랜드에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과연 어떤 색이 우리 브랜드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본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색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뇌는 선택적으로 어떤 것은 길게 기억하고, 어떤 것은 금방 잊어버린다. 또 어떤 것은 빨리 인지하고, 어떤 것은 느리게 인지한다. 그렇다면 빨리 인지하되 오래 남는 정보는 어떤 종류일까. 바로 시각 정보다. 시각 정보는 그 어떤 형태의 정보보다 빠르고, 한번 인식되면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은 바로 이 시각 정보를 활용한 상호 교감을 말한다. 이 중 색은 가장 강력한 요소로, 비중이 매우 크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 중 87% 정도가 시각 정보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면, 그 87%의 정보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게 바로 ‘색’이기 때문이다.

색이라는 시각 정보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빠르게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유사한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두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각기 다른 종류의 색을 쓰는 것이다. 색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가지 않던 제품에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색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매출이 실제로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색은 없는 소비자도 만들어낸다

몇 년 전 TV에서 한 광고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정수기 광고였는데 빨간 배경에 놓인 초록색 정수기 옆에 어떤 유명 배우가 앉아, 별다른 말없이 “예쁜 물!”이라고 딱 한 마디만 하는 것이다. 다른 정수기 회사가 자신들의 초정밀 필터 기능이나 제품 관리 서비스를 자랑할 때, 이 회사는 ‘물이 예쁘다’라고 접근했다. 지금은 정수기에 색을 입히는 경우가 꽤 있지만, 그때만 해도 정수기는 거의 흰색 계열이었다. 그런데 초록색 정수기가 나온 것이다.

그 제품을 만든 회사는 기존에 안마의자를 만들었다. 안마의자 회사에서 만든 정수기가 물을 여섯 번이 아닌 일곱 번이나 깨끗하게 걸러준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더 신뢰할 수 있을까.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고 소비자들이 사게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부족한 전문성을 메꾸고도 남을 차별화된 요소로 무엇이 가능할까. 이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아예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바로 ‘예쁜 물’이다. ‘예쁘다’는 요소를 도입하니 더 깨끗한지, 더 전문성이 있는지를 물을 이유가 없어졌다. 예쁜 물이니 가격이 더 저렴할 필요도 없다. 색으로 새로운 구매욕을 만들어낸 것이다. ‘색깔 있는 정수기’ 사례는 컬러 마케팅의 기본 원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컬러 마케팅의 기원이 되는 파커의 빨간 만년필 사례도 이와 같다. 지금은 만년필을 사용하는 고객층이 다양하지만, 100여 년 전만 해도 만년필은 상류층 남성들만 쓰는 물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크기는 컸고 색은 주로 검정색이거나 갈색이었다. 그러던 만년필 시장에 1921년 파커가 ‘듀오폴드’라는 이름으로 빨간색 만년필을 내놓았다. 립스틱을 연상시키는 색과 디자인을 지닌 이 제품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당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만년필을 사용하는 층이 다양해지던 흐름 위에 올라탄 전략이었다. 매출은 폭발했다. 색을 바꿨을 뿐인데, 자기가 살 제품이 아니라 생각했던 물건을 사람들이 사기 시작한 것이다. 색으로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수요,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킨 이 사례는 컬러 마케팅을 이해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었다.

동일 제품이라 하더라도 다른 색을 이용해 소비자를 새롭게 발굴할 수 있다는 법칙은 항상 머리에 넣어두면 좋다. 특히 매출을 높이는 제품에 새로운 색을 더하면 판매가 더 확대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분홍색 병에 담긴 향수가 히트하면, 곧이어 같은 제품이지만 연두색 병에 담긴 향수를 출시한다.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새롭게 만들어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판매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동일 제품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색으로 변화를 주어서 판매 폭을 더 넓게 확대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남자 배구선수들이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이유

컬러 마케팅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 바로 스포츠 분야이다. 컬러 마케팅이 뭔지는 몰라도 ‘붉은 악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붉은 악마를 알고 있다면 이미 컬러 마케팅을 경험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동질감과 끈끈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국가별 축구 유니폼 색상을 보면 그 나라 국기 색상에서 가장 많은 모티브를 가져온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파란 유니폼은 프랑스 혁명 때부터 쓰인 삼색 국기 가운데 자유를 상징하는 파란색에서 온 것이고, 스위스의 붉은색 유니폼도 중세 십자군의 군기에서 따온 것이다. 하늘색과 흰색의 아르헨티나 유니폼, 노랑과 녹색의 브라질 유니폼은 마치 그 나라 국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한국 대표팀의 붉은색 유니폼 또한 태극기의 붉은색에서 온 것이다. 이렇듯 국기의 색상과 연결된 유니폼 색상은 국민들의 연대와 끈끈함을 증폭시키는 매개체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컬러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9년 우리카드 우리WON 배구선수들의 원정 유니폼이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여성팬들을 더 많이 코트로 오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구단은 유니폼의 컬러를 바꾸는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파커사에서 만년필의 컬러만 바꾸어서 새로운 고객을 발굴했듯이 유니폼을 컬러를 바꾸어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려 한 것이다.

프로배구 경기를 보면 선수들 유니폼뿐만 아니라 코트의 컬러 또한 알록달록하게 바뀌고 있다. 수원 실내체육관의 바닥은 수원을 홈구장으로 쓰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의 색깔인 연두색을 코트에 입혔다. 처음 바뀌었을 때 파격적인 색상으로 인해 많은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바뀐 코트의 색으로 인해 공이 선명하게 눈에 잘 띄고 더욱 생기발랄해졌다는 관객 의견이 많았다.

선수들의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유니폼 색상, 코트 디자인, 응원 도구 등에 컬러 마케팅을 도입하면, 시각적 즐거움의 다양화로 더 많은 스포츠 관객을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2019 우리카드 우리WON 유니폼 ©우리카드 우리WON 프로배구단

구단 컬러를 적용한 수원 실내체육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요가 수강생이 늘어나는 매트 색깔은?

2008년 방송사 EBS에서 진행한 ‘빨간 방과 파란 방’이라는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모두 빨간색으로 칠해진 방과 모두 파란색으로 칠해진 각각의 방에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20분이 지난 것 같으면 방에서 나오라는 미션을 준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빨간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14~17분쯤 됐을 때 방을 나왔고, 파란 방 사람들은 21~27분 정도 지났을 때 나왔다. 방 안에 있을 때의 모습도 달랐다. 빨간 방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지 않고 긴장한 모습이었다. 파란 방 사람들은 인사도 나누고, 수다도 떨고, 편하게 눕기도 하는 등 20분이 지나서도 나올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빨간색이 사람을 긴장시키기 때문이다. 긴장을 하면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10분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파란색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과 편하게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가버린 것과 비슷하다. 이를 응용하면 어떻게 될까. 회의를 빨리 마치고 싶으면 빨간 방에서 하면 된다.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일인데도 길게 느껴지게 하고 싶으면 빨간색을 곳곳에 활용하면 된다. 영화제와 같은 행사장에 까는 빨간색 카펫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기도 하지만, 행사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하여 행사의 무게감을 더하는 효과도 있다.

시간을 느끼는 정도가 색에 의해 달라지는 것에서 보듯이 색은 사람의 신체, 심리, 사고 등에 영향을 끼친다.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으면 사람들과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색채 심리학자 캐런 할러(Karen Haller)가 정의한 ‘심리학적 원색’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수없이 많은 색 중에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색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심리학적 원색은 네 가지인데 빨강, 노랑, 파랑, 초록이 그것이다. 각각의 원색들은 인간의 무엇에 영향을 미칠까.

심리학적 원색
4가지

빨강 :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

노랑 :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파랑 :

지성에 영향을 미친다.

초록 :

신체,감정,지성의 균형을 의미한다.

네 가지 심리학적 원색의 기본 성질을 이해하면 나에게 맞는 컬러를 찾기도 편하다. 활동력을 강조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경우에는 빨간색을, 지적인 능력을 높여줄 것 같은 제품에는 파란색을 쓰는 게 기본이다. 같은 업종이라 해도 어떤 측면이 부각되길 원하느냐에 따라 색을 다르게 쓸 수 있는 힌트가 된다. 사람의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키는 요가나 명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라면, 아무리 사람들의 눈에 빨리 띄고 싶다고 해도 자신의 주제색으로 빨강을 선택하면 안 될 것이다. 더 전문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유튜버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싶다면 노란 매트보다는 파란 매트를 사용하는 게 훨씬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똑같은 요가 업종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젊은 층을 겨냥하여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주제색으로 파랑보다는 노랑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온라인에서 색을 잘 사용하는 방법

공간을 넓게, 입체감 있어 보이게 하는 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필요하다. 오프라인과 달리 언제 어느 때나 접속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무한히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온라인이지만 웹사이트, 앱 화면 등은 기본적으로 사각형의 작은 평면 공간이다. 한정된 크기와 형태의 공간이기 때문에 단조로워 보이기 쉽고, 답답해 보이기 쉽다. 특히 제품을 보여줄 때가 문제다. 온라인은 실물이 아닌 제품의 작은 이미지를 사각형 안에 넣는 방식을 택한다. 최대한 제품을 잘 보여주기 위해 사각형 한가운데에 크게 넣으면 도리어 더 답답해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색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제품을 더 멋진 방식으로 선보일 수 있다. 일단 정해진 사각형 이미지라는 공간을 입체감 있어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한정된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려면 원근감이 필요하다. 색을 이용해 이 원근감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이 바로 그러데이션 배색이다. 똑같은 화면이 더 커 보이려면 그러데이션은 한 가지 색에서 자연스러운 단계로 변화를 줄 수도 있고 두 가지 색, 혹은 여러 가지 색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데이션 기법의 가장 큰 장점은 같은 공간을 더 넓게 느끼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러데이션 색상을 강하게,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러데이션 색상을 약하게 하면 된다.

그 사이트에 물건이 더 많아 보인다면

온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오프라인보다 제품이 더 많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보이는 이미지가 작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빨리 찾고 싶어 하는 욕구도 있다. 이 두 가지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프라인에서 색을 사용해 제품을 진열하는 방법과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색을 사용해 제품을 효과적으로 진열하는 데에는 크게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 색을 사용해 제품을 효과적으로 진열하는 다섯 가지 방법

온라인 시대에는 색의 중요성이 더 크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발달만 그 요인이라 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색을 구현하는 기술 발전이 더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디스플레이 기술은 정점에 달했다. 수많은 컬러의 차이를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컬러TV의 발전사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똑같은 컬러 화면이라도 해도, 10년 전의 화면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화면이 표현할 수 있는 색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이제는 인간의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색을 기술로 만들어내고, 모니터로 구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파란색이라고 해도 옅은 파랑, 짙은 파랑 정도가 아니라 ‘미네랄 블루’ ‘인디고 블루’ ‘스민트 블루’ 등 미세하게 다른 색들이 등장했다. 여기에 다양한 이름을 붙이면서 색에 대한 감각은 더 예민하게 발달하고 있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색색의 이미지들을 보면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 브랜드를 신뢰하는 기준으로서 색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생태계에서 성공하려면 온라인에서 고객과 컬러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온라인 시대에는 색의 중요성이 더 크다. 온라인 생태계에서 성공하려면
온라인에서 고객과 컬러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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