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궁금증과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블라인드 마케팅’이 활발한 유통업계. ‘꿈나라맛’ 코카콜라, ‘맵치 김치핫소스’ ‘민트초코버거’ 등 이색적인 콘셉트로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유통업계의 블라인드 마케팅을 들여다본다.
김현정 선임 컨설턴트는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에서 다양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 수행 및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국내외 기업·브랜드의 Iconic Moves를 위해 최적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우리는 다양한 자극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요즘 큰 인기를 끄는 콘텐츠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유독 “도파민이 폭발한다”는 내용이 많다. 기쁨, 행복,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도파민.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브랜드 마케팅에서도 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행보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 중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호기심, 궁금증을 느낄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하기 보다 정체를 감추거나, 작은 힌트만 제공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을 ‘블라인드 마케팅(Blind Marketing)’이라고 한다. 특히, 이미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해 있어 각 기업·브랜드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식품·유통업계에서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때 소비자는 더 특별하고, 소셜미디어에 인증도 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 심리를 자극해 성공적인 블라인드 마케팅을 잘 수행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가장 먼저 오뚜기의 사례를 살펴보자. 오뚜기는 2021년 ‘순후추라면’을, 지난해에는 ‘순후추콘’을 출시했다. 1974년 출시 이후 오뚜기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순후추’ 제품을 활용한 것이다.
특히 순후추콘은 예측할 수 없는 맛에 큰 화제가 됐다. 오뚜기의 제품화 이전부터 소셜미디어와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후추와 소금 등을 뿌려 먹는 레시피가 확산되어 온 데다, 레트로한 감성의 순후추 디자인을 그대로 활용한 아이스크림콘의 등장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했고, 소셜미디어 내 인증 붐을 일으켰다
인기에 힘입어 올 1월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 CGV와의 협업으로 ‘순후추팝콘’을 출시했고, 2월에는 ‘순후추떡볶이’까지 순후추 라인업에 추가시켰다.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오레오’의 사례도 살펴보자. 미국의 대표 샌드위치 쿠키 오레오를 국내에 선보인 동서식품은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세대의 관심을 얻기 위해 한정판 미스터리 쿠키 제품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사실 이 미스터리 오레오 이벤트는 미국에서 먼저 크게 화제가 되었고, 매출 상승에도 기여를 했다고 한다. 누구나 아는 맛인 국민 간식 오레오의 미스터리함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최적의 제품이었나 보다. 온라인상에서 ‘미스터리라는 수식어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제품 포장지에 그려진 물음표가 호기심을 더 자극해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맛이 궁금한데 오프라인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온라인에서 힘들게 구매했다’ 등의 소비자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열어보기 전에는 구성품을 알 수 없는 ‘럭키박스·럭키백’ 역시 블라인드 마케팅의 사례이다. 언박싱(Unboxing)은 언제나 기대되지만, 럭키박스의 언박싱은 조금 다르다. 소비자에게 행운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더 큰 기대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브랜드가 한정판 럭키박스 판매나 이벤트를 진행하곤 한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가 럭키박스 이벤트를 활성화했다고 평가받는데, 판매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이 될 수 있도록 물건을 구성하고 음료 쿠폰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해 출시 후 매번 빠르게 품절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은 2021년부터 ‘블랙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초 한정판 상품’을 구하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하고 블랙박스를 구매한다. 평균 30초 만에 판매가 완료돼, 돈이 있어도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이 블랙박스. 실제로 구매에 성공한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쁨을 표현하거나, 구매 팁을 전하는 모습도 보인다. 블랙박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품이 검은색의 심플한 박스에 포장되어 배달된다. 박스를 개봉하는 그 순간까지 두근거림이 유지되며, 시그니처 박스를 배경으로 두고 인증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제격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매주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유저의 앱 재방문까지 유도하는 중이다.
©스타벅스
©솔드아웃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펀슈머(Funsumer)’,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모디슈머(Modi-sumer)’ 등 이 시대의 소비자를 지칭하는 용어가 참 많다. 지칭어가 많은 만큼 소비자는 항상 특별한 경험을 하길 원하고 기대한다. 이에 기업·브랜드는 기존의 문법에 따른 마케팅만을 고수하기보다 우리 브랜드를 더 잘 각인시킬 방안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예시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조합을 선보이거나, 소비자에게 행운의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부여하는 등 말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브랜드 활동이 마케팅 성공사례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브랜드가 소비자 뇌리에 강력히 각인되지는 못할 것이다. 또, 오로지 이슈만을 얻기 위해서 진행되는 블라인드 마케팅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모든 마케팅 전략 수립 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주요 타깃층의 페르소나를 면밀하게 구성해 그들의 특성을 공부하고 반응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지향점이 담길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