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Z세대를 잡기 위해 기업이 맞춰야 하는 마지막 퍼즐은 오프라인 경험이다.
‘공간 경험’으로 뜬 브랜드와
떠야 할 프로스포츠

글·사진. 이경미

아크센츠 라이프스타일브랜드 공동대표.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공저자.
20년간 다수의 패션 브랜드에서 마케터, VMD,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고,
현재는 대학에서 공간 마케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모든 브랜드가 그들의 팬덤과 새로운 고객을 위한 필수 요소로 ‘공간 경험’을 부각시키고 있다. 공간 경험을 통해 공간의 마법을 만들어 낸 사례를 살펴보고, 프로스포츠 경기장이라는 공간에 접목할 만한 인사이트를 발굴해본다.

고객을 위한 필수 요소, ‘공간 경험’

서서히 다가오고 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변화가 팬데믹으로 인하여 급변하게 된 것은 우리 모두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 상업 브랜드의 오프라인 기획이 주 업무였던 필자 또한 지난 3년 내내 온라인 산업의 급부상으로 고군분투하며 그 변화를 절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팬데믹이 한참 기승을 부리던 2020년 8월 마케팅 리서치에서 나온 ‘Z세대 리포트’에선 “그들이 아무리 디지털에 정통하다고 해도 Z세대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는 대면 활동이며, 사교에서 학습까지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온라인으로 옮긴 것처럼 보이는 이 세대가 친구들을 만나 영화보고 쇼핑몰을 구경하고 학교 가는 것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결국 “오프라인 경험은 향후 Z세대를 잡기 위해 기업이 맞춰야 하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현재 2023년은 지난 3년간의 온라인 세계에 대한 답답함, 혹은 대면 세계에 대한 갈증이 폭발한 것처럼, 모든 브랜드가 그들의 팬덤과 새로운 고객을 위한 필수 요소로 ‘공간 경험’을 부각시키고 있다. 공간 경험이 결국 그 마지막 퍼즐 역할을 하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디깅 모멘텀’이 일상

제일 먼저 공간 경험을 위한 기획은 팬덤, 그리고 고객을 위한 장소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고객, 나아가 지금의 소비자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떠한 것에 흥미를 느끼는지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공간은 놀이터이자 교류의 장이자 나의 취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곳이다. 그리고 여기엔 취향에서 나아간 ‘디깅’이 빠질 수 없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만의 취향과 행복한 모멘텀을 찾아내어 그것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 이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즐기고자 하는 행위 즉, ‘디깅 모멘텀’이 일상인 소비자들. 이들이 지금의 고객이다.

그리고 공간은 이러한 고객들의 디깅 모멘텀에 응답하려는 듯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이기도 하고, 더 깊고 뾰족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요즘은 쇼핑하기 위해 가는 곳에서, 커피와 간단한 베이커리를 같이 즐길 수 있다. 이젠 너무 흔해진 일이다. 나아가 쇼핑을 하고 커피 한잔을 하기 위해 방문한 곳에서 아트 작품을 같이 감상하기도 하고, 음반을 고르기도 하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들을 같이 쇼핑하기도 한다. 이렇게 큐레이션 된 공간에서 다양한 쇼핑을 하고 문화를 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면, 디깅이 있는 고객들은 하나하나의 콘텐츠를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콜라보레이션 혹은 기업 후원 행사 등으로 접할 수 있었던 일상에서의 아트 문화가 점점 관심이 깊어져 국내의 아트 시장이 급부상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겠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아트페어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서울에서 열렸으며, 방문객 또한 어마어마했다는 것은 큰 이슈가 되었다. 서울의 어디를 가든 아트 콘텐츠는 공간의 필수 요소다. MZ세대들은 전시 관람을 위해 아주 작은 갤러리까지 찾아갈 정도다.

▶ ‘디깅 모멘텀’ 위한 콘텐츠가 있는 공간 셋

더 깊어지고 더 거대해진 ‘공간 경험’

자신의 취향을 경험하고 즐긴 고객들은 그 시간, 그곳에서 어떠한 특정한 경험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더욱 확고히 하며, 경험한 브랜드의 팬이 될 것이다. 가상세계가 아닌 오감을 통한 경험은 우리를 언제든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가게 해주는 마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경험들은 브랜드와 고객을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연결해준다.

소비자가 공급자도 되고 공급자가 소비자도 되는 요즘 시대에 고객들 혹은 기획자의 디깅은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된다. 그리고 이 콘텐츠가 있는 공간에서 추억속의 경험이자 새로운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즐기는 것으로 경험의 순환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브랜드에서 만드는 고객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공감 경험인 것이다.

이렇듯 공간 경험은 깊어지고도 있지만, 메타버스·AI·맞춤형 데이터와 융합되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거대한 사이즈로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온라인 데이터를 활용한 오프라인 확장으로 이슈가 많이 되었다. 뉴욕과 상해, 파리에 있는 나이키의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매장에서도 많은 경험을 할 수가 있다. 대형 LED를 활용한 화려한 비주얼부터 제품을 만드는 최첨단 기술, 클래식한 커스터마이징 체험 및 히스토리 전시, 그리고 요즘 시대의 쇼핑인 픽업서비스 등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나이키 팬이라면 당연히 방문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는 이곳에서 나이키 스토리와 함께 조던을 추억하며 직접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의 풍요 속에 이제 고객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담고 있는 공간을 찾아내고 이를 즐기러 기꺼이 방문할 것이다.

‘요즘 복합공간’ 미야시타 파크

그럼 이렇게 다양한 공간 경험의 풍요 속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더욱 많아져야 할 공간은 어떠한 형태가 있을까. 필자는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관계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복합공간의 대표적인 곳으로, 도쿄 시부야에 있는 미야시타 파크를 꼽을 수 있다.

미야시타 파크는 오랜 세월로 시설이 퇴화되고 그 존재조차 희미했던 도심 속 공원을 번잡한 주변의 상업시설과 이질감 없이 연결되도록 재탄생한 복합문화시설이다. 1층에서 3층까지는 상업시설이 입점해 있고, 옥상은 공원과 다양한 스포츠 활동도 할 수 있으며, 스타벅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정도는 기존의 복합공간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미야시타 파크

그러나 미야시타 파크는 ‘요즘스럽게 구성했다’는 것이 지금 방문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1층의 북쪽은 아시아에 처음으로 오픈하는 KITH부터 루이비통, 구찌 등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로 구성되어 있고, 남쪽은 이와는 반대로 마치 시부야의 뒷골목 맛집들을 연상시키는 음식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옥상 공원의 스타벅스는 일본 스트리트패션의 대가 후지와라 히로시가 디자인하고, 그의 브랜드 프라그먼트와 협업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 브랜드와 콘텐츠는 물론이고, 시부야의 맛집 골목과 같은 구성으로 많은 이들이 저녁 약속 장소로 찾는 시부야 본연의 역할까지…. 말 그대로 다양한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요즘의 복합공간이다. 여기에 정점은 미야시타 파크를 방문한 고객들도 같이 경험할 수 있는 열린 역할의 호텔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에이스호텔의 영향으로 로컬 소셜라이징 역할의 호텔이 많아졌고, 미야시타 파크에는 이러한 역할의 시퀀스라는 호텔이 그 공간 안에 함께하고 있다.

©미야시타 파크

현재의 공간 경험은 브랜드와 팬덤, 고객과의 만남의 장이자 놀이의 장소라는 역할로 변화했다. 또 공간은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예전의 시간은 물론 지금의 시간도 담고 있어야 한다.

‘복합공간’ 정점엔 스포츠가 있다

현재의 공간 경험은 브랜드와 팬덤, 고객과의 만남의 장이자 놀이의 장소라는 역할로 변화했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공간은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간은 예전의 시간은 물론 지금의 시간도 담고 있어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가 있다. 디자인은 물론, 그 공간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요즘의 스토리를 갖추고 있어야 젊은 세대들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찾아올 것이고, 예전의 역할 및 추억 또한 간직해야 이전 세대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대들이 융합하여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진정한 복합공간일 것이다.

이제 공간을 방문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구매하고, SNS에 올릴 무언가를 찍기 위함만은 아니다. 바로 누군가와 함께 즐기고 놀고, 그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도심에는 가족·연인·친구 어느 구성원과도 자연스럽게 즐길 공간이 필요하고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의 정점에는 스포츠가 있다. 어느 구성원과도 즐길 수 있고, 팬덤이 충족되어 있으며, 각 도시를 대표하기도 한다. 팬들이 그 나라, 그 도시를 방문하고 박물관을 방문해서 그때의 경기와 선수를 추억하고 굿즈를 사는 행위에 있어서, 스포츠는 어떠한 브랜드보다 영향력이 크다. 스포츠는 무엇보다 이를 알기에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잊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스포츠가 요즘의 공간 경험까지 더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한때 농구장과 야구장을 시즌마다 찾았던 한 팬으로서 이렇게 모든 조건을 갖춘 스포츠가 팬덤과 함께 즐기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 경험까지 더해진다면,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오감만족의 경험을 선사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공간에서 오감 통한 직접 경험을 제공하라

스포츠는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문화이자 브랜드이다. 역사가 있는 문화를 가진 브랜드는 팬덤은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도 강렬한 경험을 제공할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반스는 ‘하우스 오브 반스’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그들이 창조한 상상력을 현실화하고 팬덤과 함께 즐기는 행사를 주최한다. 런던과 브루클린에선 전용 공간을 운영하며 프리 스케이팅은 물론 공연 및 전시를 하고, 커스텀 행사들을 진행한다. “OFF THE WALL”의 슬로건 아래 서브 컬처와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반스는 이러한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문화를 팬덤에게 더욱 깊숙하게 각인시키고, 충성도를 확장한다. 젊은 작가들 사이에선 속칭 반스와 콜라보를 진행했는지 안 했는지를 어느 한 척도로 나누기도 하는 것을 보면, 브랜드가 가진 문화가 다른 영역에도 지대한 영항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문화의 융합에 대한 응집력은 그들의 공간에서 발휘되는 공간력으로 인해 더욱 굳건히 자리잡게 된다.

오프라인은 온라인과 달리 소비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찾아가야 한다. 스포츠 경기 또한 마찬가지다. 팬들은 그들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기꺼이 즐기러 간다. 그렇기에 이를 기획하고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은 좋은 콘텐츠로 그들의 투자에 충분히 보답해야 그 관계가 더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유지가 된다. 그 방법 중 가장 오래 효과가 있는 것이 바로 오감을 통한 직접 경험일 것이다.

직접 경험의 최적의 방법인 공간을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이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를 더 오래 견고하게 이어주게 하는 공간 브랜딩의 힘인 것이다.

하우스 오브 반스 런던 ©반스

PROSVIEW THEME : EXPERT INSIGHT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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