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데이터라는 숫자를 이야기라는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꿈을 꾼다. 2018년부터 <트렌드 노트>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했다. 트렌드>
소비의 양극화는 아끼는 사람 따로 있고, 지르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서 0.5 소비와 1.5 소비가 공존한다. 아낄 수 있는 것은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끝까지 아끼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최고를 찾는다. 일견 모순처럼 보이는 이 시대 소비 특징을 분석해 본다.
소비는 묘한 것이다. ‘싸다’, ‘싸지 않다’, ‘비싸다’, ‘비싸지 않다’의 뉘앙스가 다 다르다. 이를 구분해 보면 이러하다. 절대값은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얻은 것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동경의 소비’, 소비를 하면서도 싸다, 비싸다는 가격 평가를 거의 하지 않고 대신 행복하다, 편안하다 등 자신의 감정 상태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소비’, 쓰는 금액은 1~2만 원, 많아야 10만 원을 넘지 않지만 ‘알고 보면 싸지 않다’, ‘비싸다’ 나아가면 ‘아깝다’고 표현되는 ‘필요의 소비’가 있다. 각각의 소비 특징과 해당 영역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동경의 소비, 사랑의 소비, 필요의 소비
동경의 소비는 8만 3,000원짜리 호텔 망고빙수다. 가격에 관해서라면 매년 2만 원 가까이 오른다. 소비자의 반응에 관해서라면 아래 리뷰가 대변한다.
동경의 소비는 급이 중요하다. 급이 높음을 드러내야 한다. 이 소비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 가격이 얼마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이것은 상징의 소비이다. 호텔 망고빙수라면 이건 여름의 리추얼(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편집자 주)이다. 신라호텔에서 시작해서 포시즌스, 하얏트 등 서울 시내 특급 호텔에서 모두 취급한다. 가격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격에 대한 가치 부여는 투입된 망고 개수가 아니라 망고 빙수를 먹으며 얻은 경험에서 온다. 이 경험에 참여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꺼이 줄을 선다. 동경의 소비 분야는 호캉스를 떠나는 호텔, 파인다이닝, 디저트 등 레저와 식음 분야에서 나타난다. 누림의 대중화 흐름 속에서 누구나 여름의 최고급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최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시그니엘 부산 더 라운지
©콘래드
©파크하얏트
©신라호텔
사랑의 소비는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대한민국에서 압도적인 브랜드다. 월 4만 건 이상 발현된다. 2010년 빅데이터를 관측한 이래 단 한 번도 일등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하나의 브랜드가 월에 4만 건 이상 발현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이 브랜드가 언급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브랜드의 연관어 변화를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할 정도이다. 스타벅스 연관 감성어에는 ‘행복’, ‘재미’, ‘너무 좋다’ 등 스타벅스와 함께 보낸 일상 속에서 느낀 감성 언급량이 많다. 스타벅스는 가치 평가 대상이 아니라 같이 가는 친구다.
사랑의 소비에서는 이와 같이 브랜드가 중요하다. 저 브랜드가 아니라 이 브랜드라는 것이 선택의 이유다. 브랜드에 대한 반복 소비가 일어나고 소비 빈도가 높다. 사랑의 소비는 소비자 입장에서 나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이 브랜드를 이용하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이 브랜드를 사랑하는 내가 좋다’, ‘이 브랜드의 팬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랑의 소비의 핵심은 관계지만 돈을 주고받는 거래가 일어나야 한다. 그 거래는 가격 때문이 아니라 시간 때문에 일어난다. 그 브랜드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 때문에, 그 브랜드를 이용하는 현재의 행복한 일상 때문에, 그 브랜드와 함께할 미래의 편안함 때문에 일어난다.
©스타벅스
“통신비는 아깝지만, 구독료는 아깝지 않아요.”
무엇이 아까움을 자아내는가? 차별화된 고유한 경험이 있으면 아깝지 않다. 대접받고 존중받는 느낌이 있으면 아까움이 덜 하다. 통신비는 브랜드간 차별화된 경험을 주지 못한다.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대접받는 느낌을 받기도 어렵다. 게다가 통신은 보통 제공된 것보다 덜 사용하게 된다. 제공 혜택을 다 누리지 못한다는 면에서 아까운 느낌이 부각된다.
반면 호캉스, 디저트, 그리고 ‘구독’과 같이 먹고 쉬고 무언가를 누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아깝지 않다’고 여기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통신비·배달비·배송비·주유비·택시비·관리비처럼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지만, 얻는 것의 차이점이 없는 소비를 필요의 소비라 할 수 있다. 필요의 소비는 늘 비용으로 인식된다. 반복 소비가 일어나고 소비 빈도도 높지만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아끼고 싶다. 이 비용은 집단 지성에 의해 아낄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고, 나 역시 지성을 써서 이 분야의 소비 금액을 줄인다. 알면서도 줄이지 않으면 어리석은 것이다. 지성소비는 복잡한 소비, 귀찮은 소비, 쩨쩨한 소비라고 불릴 수도 있었지만 긍정적 의미의 지성소비 혹은 과학소비가 되었다.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행위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를 따진다.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서는 철저한 가성비템을 찾아내고 공유하고 추천한다. 스스로 찾지 않아도 집단 지성이 알려준다.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곳과 쓰는 곳이 더 명확해질 것이다. 경기 침체라고 봄의 리추얼을 소홀히 할까? 사람들의 마음은 경제 수치가 아니다. 지갑은 얇더라도 기분 전환은 필요하다. 보고 배운 것도, 경험한 것도 많은 사람들은 ‘제대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