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2005년 매일경제에 입사해 경제부, 정치부, 산업부, 국제부, 디지털테크부를 거쳤으며, 액셀러레이터인 미라클랩에서 디렉터와 CES 2023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미래 10년, 빅테크로 미리보기> 등 8권을 공저했다.
챗GPT의 돌풍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소설과 논문, 시 등 다양한 유형의 글은 물론이고, 예술 작품까지 생성해내면서 AI의 능력은 이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입증했다. 단어 하나면 글과 그림, 영상까지 만드는 생성형 AI에 대해 알아보고, 그 미래를 전망해본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작성한 스타일로 도시를 주제로 시 한편을 써줘.”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에 이렇게 입력하니, 프로스트 스타일의 시 한 편이 뚝딱 나타난다.
챗GPT를 계기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비영리 스타트업 오픈AI의 챗봇이다. 1,750억 개에 달하는 매개변수로 학습한 초거대 인공지능 GPT-3.5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챗GPT는 현지시각으로 2022년 11월 30일(한국시각 12월 1일) 출시된 이래 단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을 의미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1억 명을 돌파한 서비스다. MAU가 1억 명에 도달하는 데 틱톡이 2년, 인스타그램이 2년 6개월, 유튜브가 2년 10개월, 페이스북이 3년 2개월인 점을 고려할 때 상승세가 매섭다고 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이용자 요구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물을 생산하는 인공지능을 가리킨다. 텍스트·오디오·이미지 등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하지만 독창적인 내용물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입력창에 시, 소설, 에세이, 리포트, 설명서 등 원하는 형식을 요청하면 바로바로 답변을 하거나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때문에 생성형 인공지능은 업무의 미래로 불린다. ‘CES 2023’에 참석한 인공지능 전문가인 니나 쉬크는 “2025년이면 할리우드 콘텐츠의 90%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
<데드풀>
의 주연배우이자 미국 알뜰폰 업체 ‘민트모바일’의 보유자로 유명한 ‘천재 마케터’ 라이언 레이놀즈는 챗GPT를 활용해 광고 문구를 만들고 나서 “무섭긴 하지만 굉장히 설득력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레이놀즈는 “챗GPT에 내 말투로 광고 대본을 작성할 것과 농담과 욕설을 섞어 민트모바일의 프로모션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명령했다”면서 “챗GPT를 활용해 만든 첫 공식 광고”라고 덧붙였다. 이후 민트모바일은 해당 광고를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집행,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런 텍스트 투 텍스트형 인공지능은 챗GPT뿐 아니다. 광고 카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서비스는 오래 전에 등장했다. 카피닷에이아이나 프레이즈 같은 서비스는 회사 비전을 입력하면 AI가 이에 걸맞은 광고 카피를 즉석에서 만들어 낸다. 또 국내에서는 뤼튼테크놀로지가 문장 추천 인공지능을 내놓아 시선을 끌기도 했다.
기계 번역이 자유로운 문장 작성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밀어내고 있다면, 컴퓨터 비전은 디자이너의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그래픽 툴 플랫폼인 어도비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례 이벤트인 ‘어도비 맥스 2022’를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인 ‘센세이’를 선보였다. 센세이에 ‘바다에 떠 있는 해적선’이라고 입력하니 몇 초 만에 금문교 아래를 지나가는 해적선이 나타났다. 해골과 십자형 돛이 달린 영락없는 대항해 시대의 갤리온 선박이다.
필요한 배경은 살리고 불필요한 피사체만 골라 삭제하는 기술인 ‘힐링 브러시’는 신기술이다. 포토샵에 탑재돼 있어 언제든 사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파도가 치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는데 주변에 수많은 인파들이 같이 나올 경우 지금까지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지만, 센세이의 기술을 사용한다면 불필요한 인물들을 즉석에서 지울 수 있다.
어도비 외에 컴퓨터 비전 영역에서 대표적인 인공지능은 오픈AI의 ‘달리2’, 스태빌리티AI의 ‘노블AI’, ‘미드저니’ 등이 있다. 특히 미드저니는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에서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앨런이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을 제출해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이 문장을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미드저니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미술 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오픈AI의 챗GPT 화면 ©오픈AI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제작해 1위를 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위키미디어
도전적인 과제는 문장을 입력하면 동영상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구글은 작년 10월 미국 뉴욕 사무실에서 인공지능(AI) 연례 콘퍼런스인 ‘AI@: 불가능을 탐험하다’를 열고 맛보기 기술을 선보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은 AI가 사람들을 돕는 서비스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술은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구글은 문장을 입력하면 이미지뿐 아니라 동영상과 음악을 창작하는 인공지능을 선보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매진 비디오’ ‘페나키’ 모델이다. 구글은 이날 문장만으로 동물원에서 움직이는 기린 등을 동영상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매진 비디오는 초당 24초 프레임으로 최대 1280×768 해상도 비디오를 생성해냈다. 물론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움직임이 아직은 완벽히 자연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동영상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뒤에는 초거대 인공지능이 자리잡고 있다. 초거대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와 매우 흡사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 뇌의 뉴런 사이를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파라미터다. 인간 두뇌의 시냅스는 약 100조 개에 달하는데,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는 수천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로 학습돼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자는 조만간 인간의 두뇌와 흡사한 인공지능이 태어나리라 전망하고 있다.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는 막대한 자금이 쏠리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액은 2022년 21억 달러로 2년 전보다 425% 폭증했다. 또 오픈AI가 챗GPT를 무료로 풀다보니 다른 빅테크는 비상인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챗GPT의 업데이트 버전을 검색 엔진 빙(Bing)에 탑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S는 오픈AI와 손잡고 챗GPT 기반 인공지능인 GPT-3.5를 GPT-4.0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테크 매체인
<테크크런치>
는 “챗GPT는 긴 문장에 대한 답변에는 몇 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하지만 GPT-4.0으로 무장한 챗GPT는 답변이 훨씬 빠르고, 보다 인간적으로 글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검색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 수준이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검색 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84%로 압도적이고, 그 다음 MS 빙 8.9%, 야후 2.6%, 얀덱스 1.5%, 덕덕고 0.8%, 바이두 0.6% 순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역습을 시작한 이유다.
이에 구글은 챗GPT에 경쟁할 AI 테스트에 나선 상태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람다(LaMDA)’를 활용해 챗봇 ‘견습 시인(App-rentice Bard)’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구글이 ‘클로드’라는 새로운 인공지능 챗봇을 개발 중인 앤스로픽과 제휴 관계를 맺고 4억 달러(5,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경쟁이다.
▶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점유율
2023년 1월 말 기준 ©스태티스타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뜻하지 않는다. 새로운 윤리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각종 직업이 통폐합될 수 있어서다. 챗GPT를 활용해 리포트를 내는 학생들이 늘어나다보니 제로GPT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논문 표절 검출 사이트인 턴잇인은 올해 말까지 인공지능이 작성한 문장인지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때문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마저 인공지능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설 정도다. 오픈AI의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도구들은 오용되거나 나쁜 행위자들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면서 “이 기술이 가져올 영향을 고려할 때 모든 이들이 지금부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는 향후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직업을 꼽아 시선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단순 프로그래머, 저널리스트, 광고 카피라이터, 법무사, 시장 조사 분석가, 재무 분석가, 트레이더, 그래픽 디자이너, 회계사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만큼 사람들의 사유가 풍부해져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