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을 ‘찐 팬’으로,
굿즈 마케팅의 세계
칭찬받는 굿즈의 비밀

글. Ronnie

F&B(Food & Beverage) 마케터 10년차. 현재는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에서 굿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치열한 고민이 담긴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영민한 생각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요즘 마케팅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굿즈’다. 일부 식품 브랜드와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일으킨 굿즈 판매 열풍은 상업 브랜드를 넘어 박물관, 전시회 등 문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굿즈 마케팅의 연원을 살펴보면 가수, 배우 등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책받침, 티셔츠, 열쇠고리 등을 제작하여 팬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고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던 것이 그 목적이었다.

시초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굿즈 마케팅은 브랜드가 단순히 고객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아이돌과 같은 특정 아이콘이 되기를 지향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이 아닌 팬과의 유대를 쌓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프로 선수를 중심으로 관중을 넘어, 팬과 소통해야 하는 프로스포츠 시장에 있어서 굿즈 마케팅은 팬과의 강력한 관계를 설정해줄 가장 좋은 마케팅 수단으로 손꼽힌다.

현재도 많은 프로 구단에서 정기적으로 굿즈를 출시하고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회자되거나 열풍을 만들어 내기엔 요원해 보인다. 성공적인 굿즈 마케팅을 통해 팬덤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을, 성공한 굿즈 마케팅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콘셉트] 매번 다른 콘셉트로 변주를 준다.

굿즈 마케팅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는 스타벅스,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출시하는 상품의 공통점은 기간 한정, 특정 콘셉트를 중심으로 기획된 상품이라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뉴 이어(New Year)’, ‘체리블라썸’, ‘크리스마스’ 등의 굵직한 프로모션으로 매년 다른 디자인의 MD 상품을 출시하고, 여름과 겨울 시즌에는 서머/윈터 e-프리퀀시 이벤트로 매년 새로운 굿즈를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전시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전시를 알리고, 관람 이후에도 전시에서 기획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굿즈를 활용한다. 지난해 1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반가사유상’ 2점을 상설 전시하는 ‘사유의 방’을 개관한 후 이를 모티브로 출시한 굿즈(미니어처, 인센스 홀더 등)는 특히 20대 여성 고객 사이에서 연일 화제를 일으키며 완판 행진을 지속했다. 새롭게 개관한 전시 자체가 고객에게는 신선한데, 그 안의 ‘반가사유상’이라는 모티브를 굿즈로 친근하게 풀어 고객과의 유대를 강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굿즈 마케팅으로 흥하는 브랜드들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특정 시점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을 한정 판매하며 주기적으로 신선함을 준다. 고객들은 ‘한정판’에 매력을 느껴 상품을 구매하고, 남들은 갖지 못한 인기 상품을 가졌다는 만족감으로 특정 브랜드와의 관계를 특별하게 인식하게 된다. 특정 콘셉트로 출시된 한정 상품이 자동적으로 팬덤을 강화한 셈이다.

새로운 콘셉트를 보여준다고 해서 단순히 특정 시점에 유행하는 트렌드로 바꿔 보여주라는 의미는 아니다. 굿즈 마케팅에 성공한 브랜드들은 브랜드 본연의 헤리티지, 한 마디로 브랜드가 갖고 있는 서사에 시대의 트렌드를 얹어 가장 적절한 콘셉트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위에서 언급한 두 브랜드의 사례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알라딘 홈페이지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는 한 마디로 ‘제3의 공간’이다. 일상에 지친 고객들이 언제든 방문하여 휴식할 수 있는 공간. 일상에 늘 함께 있지만,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벅스 스스로 ‘제3의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다만 새해, 봄, 벚꽃 시즌, 크리스마스 등 고객이 일상의 작은 이벤트라 느낄 수 있는 시점마다 그 해의 새로운 디자인이 담긴 MD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뿐이다. 1년에 두 번, 가장 큰 행사인 e-프리퀀시 이벤트에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트렌드와 엮어 보여주는 전략이 더 잘 드러난다. 특히 서머 e-프리퀀시 기간에는 고객이 ‘휴식’을 연상할 수 있도록 캠핑(서머 데이 쿨러, 서머 나이트 싱잉 랜턴, 서머 체어 등), 여행(서머 레디 백, 서머 스테이 킷) 등을 콘셉트로 매년 다른 상품을 출시한다. ‘휴식’이라는 큰 콘셉트 아래 그 해에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가질 법한 상품을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아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 과정만으로도 고객들은 스타벅스가 지향하는 ‘일상 속 오아시스’라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한 번 더 느끼고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인 ‘반가사유상’ 굿즈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는 ‘반가사유상’은 그야말로 사색과 숭고함의 상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반가사유상’의 핵심 서사를 ‘사색’으로 정하고, 요즘 시장에서 가장 유행하는 ‘명상’과 관련된 아이템으로 콘셉트를 풀어냈다. ‘반가사유상’의 굿즈 중 특히 인기가 있는 미니어처와 인센스 홀더는 명상을 통한 힐링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상품으로 브랜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사뭇 진지한 서사를 상업적으로 푼 좋은 콘셉트라 할 수 있다.

성공한 브랜드의 굿즈 마케팅 사례를 보면, 프로스포츠 시장에서도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시급하게는 프로 구단별로 다른 구단과 차별화할 수 있는 헤리티지를 먼저 발굴해 내야 한다. 처음 창단했을 때 삼았던 목표,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감독의 철학, 여타 구단과 다른 차별된 운영 방식 등 우리 구단만의 이야기를 통해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하고, 디자인을 얹어 상품을 관행적으로 출시할 것이 아니라, 구단만의 헤리티지를 담은 메시지를 개발하고, 이를 구심점 삼아 시즌별로 변주하고, 구단에게 의미가 있는 시즌별로 완전히 상이한 디자인을 얹어 주기적으로 신선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굿즈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줬을 때, 고객은 하나의 신념 공동체가 되었다고 느끼며 그 과정에서 팬덤이 강화될 수 있다.

2022 New year 프로모션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2022 New year 프로모션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스타벅스 e프리퀀시 이벤트 사은품인 ‘스타벅스 서머 데이 쿨러’ 서머그린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2020년 삼일절 맞이 무궁화 머그컵, 텀블러 ©스타벅스 코리아 홈페이지

반가사유상 인센스 홀더와 마스크 굿즈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홈페이지

반가사유상 인센스스틱, 인센스 홀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뮷즈 홈페이지

“성공한 브랜드의 굿즈 마케팅 사례를 보면, 프로스포츠 시장에서도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시급하게는 프로 구단별로 다른 구단과 차별화할 수 있는 헤리티지를 먼저 발굴해 내야 한다.”

[상품 유형]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한다.

구단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서사의 구심점을 찾았다면, 이제 그 메시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상품유형을 다변화할 차례다. 시장에서 완판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굿즈들은 범용적이면서도 그 유형이 다양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아이템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되, 이미 한번 구매한 아이템은 재구매를 꺼리는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시즌별로 중복되지 않는 상품을 골라 출시한다. 유니폼, 키링, 타월 등 몇 안 되는 상품 유형 안에서 구단별 디자인만 바꿔 출시하는 프로스포츠 굿즈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신제품 마케팅에 굿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PC 그룹은 1, 2개월 주기로 새로운 굿즈를 출시하면서도 범용적인 아이템을 선보여 왔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배스킨라빈스에서 출시된 ‘클래식 오르골 시계’는 시계라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범용적인 아이템에 크리스마스의 콘셉트를 과감히 녹여 출시 직후 품절되었다. 초콜릿 브랜드 ‘키세스’와 컬래버레이션 했던 던킨도너츠는 키세스 초콜릿 모양의 가습기를 출시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가을 캠핑 시즌에는 티타늄 머그와 롤 테이블을, 간절기 시즌에는 무릎 담요 등을 출시하며 어떤 고객이라도 접근하기 쉬운 다채로운 굿즈를 출시해 고객의 범위를 확장해가고 있다.

출판 업계에서 굿즈 마케팅으로 유명한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다양한 상품 유형을 갖추되, 디자인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 출판업의 한계를 넘고 상품의 범용성을 확보하고 있다. 알라딘은 서점 브랜드답게 대부분의 상품이 출판 서적과 연계된 문구 아이템이고 보통 일러스트나 캐릭터를 활용하여 화려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지만, 의외로 패션 잡화 아이템을 판매하며 아이템에 변주를 주기도 한다. 패션 잡화는 타깃 고객이 좁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범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패션 잡화 제작 시에는 컬래버레이션 캐릭터나 일러스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디자인하여 무난한 상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상품의 유형에 맞춰 디자인의 강약을 조절하여 범용성과 다양성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다.

LG트윈즈와 잔망루피 캐릭터 콜라보
©LG 홈페이지

부천FC1995의 스마트기기 굿즈 ©부천FC1995

한화생명e스포츠와 모나미 콜라보
©한화생명e스포츠

부천FC1995의 스마트기기 굿즈 ©부천FC1995

굿즈의 상품 유형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뜨는 상품을 발굴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게 재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고객의 자발적인 언어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보면 지금도 수천만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업로드 하고 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생성해내는 수많은 사진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걸리는 아이템을 발굴해내고 이를 상품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캠핑’이라는 콘셉트의 상품을 출시하고자 한다면 ‘#캠핑, #camping, #캠린이’ 등의 고객 사이에서 흔히 언급되는 해시태그를 걸고 검색을 해본 후 반복적으로 걸리는 최신 유형의 상품들을 찾아보는 식이다. 이미 뜨고 있는 상품을 그대로 차용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아 출시하는 방식은 효율적인 반면 차별화가 어려울 수 있고, 이미 뜨고 있는 상품을 변형해서 세상에 없던 상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기획자의 고민이 더 많이 담겨 어렵지만 그만큼 고객에게는 임팩트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프로스포츠 시장은 프로 선수와 팬으로 구성된 공동체이기 때문에 굿즈 마케팅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획자가 조금 더 고민하여 매번 다른 콘셉트로 고객에게 신선함을 전달하고, 범용성 있는 다채로운 상품으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굿즈 마케팅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프로스포츠 굿즈 시장에서 남들이 안 해본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은 매우 지난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만든 상품으로 효과가 보장된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 자체가 기획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굿즈 마케팅은 단순히 상품을 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헤리티지부터 상품 제작에 따른 구매, 출시, 홍보까지 다양한 유관 부서가 얽혀서 진행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기획자의 확신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기획자가 확신을 갖지 못하면 유관부서를 목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결국 예전의 관성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굿즈 마케팅 기획자가 제대로 확신을 가지려면 결국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상품에 대해 수차례 고민해야 한다. 내부 관계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이를 통해 차별된 콘셉트를 찾아내 유관 부서를 설득하고, 시장 트렌드로 확인된 상품에 수십 개의 디자인을 얹어 고민하고 결국 가장 좋은 상품을 골라내는 전 과정을 통해 기획자의 주장이 확신으로 변모할 수 있다. 처음엔 두렵고 고되더라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노력 자체가 시장의 관행이 된다면, 굿즈 마케팅을 통한 더 많은 기회를 재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신년에는 프로스포츠 굿즈 시장에서도 완판 행진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던킨 굿즈 ©던킨

베스킨라빈스 굿즈 ©베스킨라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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