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기술,
ICT에서 프로스포츠의 답을 찾다

글. 정지규

경일대학교 스포츠융합학과 교수. 경북체육회 스포츠경영기획단 자문위원이자 경일대학교 스포츠단장. <스포츠 방송권(방송문화진흥총서 211) 스포츠를 비즈니스로 변신 시킨 황금의 열쇠> 저자

2022년, 우리는 지금 ICT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I), 가상 및 증강현실(VR/AR), 사물인터넷(IoT)과 메타버스(Metaverse), 5G와 같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들은 세상을 빠르게 바꾸어가고 있으며, 프로스포츠 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실, 신체 능력과 공정한 경쟁이 중요한 스포츠와 최첨단 ICT와의 융합 시도가 썩 어울려 보이는 조합은 아니다. 스포츠에 대한 테크놀로지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스포츠의 본질을 퇴색시키거나,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할 개연성도 있다. 때문에 초창기 스포츠와 테크놀로지의 만남은 매우 조심스러웠고, 제한적이었다. 좀 더 좋은 경기력을 위해서 하는 훈련의 ‘과학화’가 중심을 이루었고, 경기 자체 또는 훈련 외적인 부분에 테크놀로지가 개입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는 스포츠, 특히, 프로스포츠 산업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스포츠과학과 스포츠테크놀로지가 훈련방법과 장비 등에 주로 영향을 주었다면, 지금의 최첨단 ICT 기술은 중계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판정 및 판독, 선수선발 및 전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프로스포츠 전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각각의 세부 영역에서 최첨단 ICT 기술이 스포츠산업에 미치고 있는 트렌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계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분야

오랫동안 스포츠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단순히 경기의 상황이나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는 데 머물러 있었다. 팬들은 좀 더 생생하게 경기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알고 싶어 했지만, TV·라디오·신문·잡지와 같은 소위 올드미디어로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첨단 ICT 테크놀로지는 이러한 팬들의 욕구를 단숨에 충족시켜 주었다. 5G로 대표되는 광대역 무선 통신망의 상용화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중계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가상 및 증강현실 테크놀로지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경기장 외의 공간에서 경기장과 거의 동일한 관람 경험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프로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VR, AR을 활용한 중계방송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상용화되고 있으며, 수년 내에 완전히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ICT는 스포츠콘텐츠 제작 환경 또한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전문 인력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경기를 포함한 스포츠콘텐츠의 영상 편집 및 제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AI를 통한 기사 작성 및 생중계 방송, 하이라이트 영상 편집이 주요 소셜네트워크 사업자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고, 완성도면에서도 기존 서비스에 뒤지지 않고 있다.

둘째, 선수 선발 및 전술 분야

프로스포츠에서 선수를 선발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직간접적으로 선수의 플레이를 보거나, 데이터를 분석해 전문 인력이 이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주로 전문성을 갖춘 해당 종목 선수 출신의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가능했다. 이러한 스카우트 방식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제한된 인력이 정해진 선수들만 볼 수 있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특히 축구와 같이 데이터가 공격 부분에 편중되어 있는 경우, 우수한 수비수들을 뽑는 방법은 추천받거나, 평판이 좋은 선수에 대한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숨은 진주’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쉽게 구축 가능한 영상트랙킹 플랫폼의 등장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방송사에 의해 중계가 되지 않는 유소년 아마추어 경기들은 영상을 포함한 기록이 DB화 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첨단 ICT 기술 상용화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스포츠경기에 대한 트랙킹과 중계를 가능하게 해 주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및 각종 자료들은 서버 등 다양한 형태로 저장이 가능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단시간 내에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전술 및 전략 분야 또한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스포츠경기에서 상대해야할 대상에 대한 분석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첨단 ICT는 보다 심도 있고, 정확도 높은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여러 가지 발생 가능한 조건에서 어떤 전술과 전략이 최적인지를 알 수 있으며, 이러한 분석에 대한 이해와 적용을 누가 더 잘 하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판정 및 판독 시스템

전통적으로 스포츠 경기의 판정은 심판, 즉 인간이 해 왔다. 인간은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고, 필연적으로 실수는 발생한다. 심판이 아무리 집중한다고 해도 오심은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오심도 시합의 일부이다”라는 말 또한 나왔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시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산업화되고, 성장하였고, 시합의 일부인 오심으로 인한 폐해 또한 너무 커졌다.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많게는 수백억, 수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최첨단 ICT의 도입은 오심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VAR 등 각종 비디오 판독 시스템과 호크아이(Hawk Eye)와 같은 광학 판독시스템은 여러 종목에서 만연하던 오심율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오심이 사라진다는 것은 해당 종목의 신뢰가 그만큼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보다 상품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스포츠분야에서 가장 오랜 기간 난제였던 공정이라는 이슈가 ICT를 통해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마케팅 영역

프로스포츠가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인 팬들의 마음을 더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의 총화는 얼마나 좋은 마케팅을 하느냐로 귀결된다. 흔히들 마케팅을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 내지 좋은 프로모션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나 프로모션 이전에 소비자인 팬들이 원하는 욕구 내지 요구를 알아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장에 오는 관중들을 일일이 전수 조사하거나,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보는 관중들의 여러 특성들을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다. 실제로 할 수도 없었거니와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문제였다. 설사 자료를 확보한다고 해도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기법 또한 마땅하지 않았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인공지능 시스템은 프로스포츠 구단이나 팀들로 하여금 팬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손쉽게 분석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는 더 많은 스포츠팬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줌을 의미하며, 프로스포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프로스포츠의 생존 걸린 ICT기술 도입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스포츠산업과 ICT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테크놀로지 간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을 비롯한 프로스포츠 선진국들은 ICT기술을 활용해 스포츠산업의 발전과 저변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관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최첨단 스포츠ICT 시장규모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17.9%씩 고성장하여 2026년에는 40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팬데믹 또한 역설적으로 비대면 스포츠ICT기술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ICT기술을 접목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거나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특정 최첨단 ICT 기술이 프로스포츠에 왜 필요한지, 어떻게 적용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의사결정자들의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은 짧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산업적 측면에서 제대로 된 자립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모기업으로 대표되는 메인스폰서의 무조건적인 지원 없이는 곧바로 무너지는 구조를 가진 팀이나 구단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최첨단 ICT기술을 수용하고, 적용하는 자세 또한 다소 소극적이거나, 보여주기 식인 경향이 없지 않다.

해외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통한다고 해서 해당 테크놀로지가 국내시장에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한국 프로스포츠 시장에 맞게 한발 먼저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제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배제하는 의사결정과정 또한 필요하다.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에 있어서 최첨단 ICT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적용할 것인지는 더 이상 기회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필수이자 생존의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 스포츠와 첨단기술의 접목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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