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업을 바꾸다

경쟁 위한 선택 아닌 생존 위한 필수

글. 오상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기업교육 Ph.D 과정 주임교수이자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필요한 역량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등의 저서가 있다.

“당신은 변화 없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가?” 만약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예!”라고 답을 할 수 있는 리더가 몇 명이나 될까? 단언하건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세상에 처음 던졌다. 첨단기술 간, 산업 간 융합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과 신기술이 탄생하는 거대한 서막을 알린 것이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탄생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사물인터넷(IoT)의 ‘초연결’과 인공지능(AI)의 ‘초지능’이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그런데 기업이 바라본 4차 산업혁명은 조금 달랐다. IoT, 클라우딩 컴퓨터,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로봇 등 공허한 기술의 나열과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동시에 거대하고 완전한 변화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기술이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해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코로나19는 인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이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디지털 세상을 코로나19의 안전지대로 여기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 커다란 타격과 리스크를 가져온 코로나19가 기업의 4차 산업혁명 과제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앞당기는 기폭제(Trigger)가 된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세상은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냈다. 결국 이에 맞춰 기업도 완전히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기업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경쟁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오직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어떤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바로 변화하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가 간소화(Simplify)의 경험 가치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핀테크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든 비밀번호나 지문 하나로 결제가 가능하게 하여 소비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버튼만 누르면 송금이 가능한 카카오뱅크, 토스 뱅크 등의 디지털 은행과 삼성페이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이 내놓은 경험 가치는 현금이나 카드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일상생활을 즐기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게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핀테크가 가져온 혁신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단지 편리함이라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에 그냥 사용할 뿐이다.

두 번째는 가상현실(AR, VR)의 경험 가치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등장한 VR관광 ‘퍼스트 에어라인(First Airline)’은 도심 한복판에서 국제선 항공기를 탄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가상 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한다. 최근 가장 핫하게 회자되고 있는 메타버스는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고, 파티를 하며,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게 가상현실의 경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기업은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움을 채워주어야 선택받을 수 있다.

세 번째 경험 가치는 커스터마이징이다. 이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상품을 구성해 공급하는 일종의 맞춤 서비스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사양을 적용해 가장 최적화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미래형 공장이라 불리는 스마트 팩토리, 3D 프린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시스템 등이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미 우리 일상에는 커스터마이징의 중간 단계라고 불리는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패스트푸드 매장의 키오스크에서 음식에 들어갈 다양한 토핑을 내가 정할 수 있고, 금융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RA: Robo-Advisor)는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대출상품, 보험, 자산 관리를 추천해준다.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룩(Ecolook)은 개인의 SNS 계정 속 사진을 분석해 패션 전문가와 AI 알고리즘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준다.

간소화, 가상현실, 커스터마이징이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새롭고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함을 말해준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오직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카카오페이 ©shutterstock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조건

케임브리지 경영대학원의 스텔리오스 카바디아스 교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40개 기업을 심층 분석했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한 6가지 조건을 정리했다.

첫 번째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다. 개별 고객의 니즈에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약 배송 스타트업 필팩(Pillpack)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제품이 아닌 의약품이라는 특화된 제품을 서비스한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약에 대한 모든 정보 제공과 24시간 상담, 원스톱 배송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월 20달러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했다. 이것이 이미 식상한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으로 만든 비결이다.

두 번째는 폐쇄 반복 프로세스(The closed loop process)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소비 과정은 제조-사용-폐기의 단편적인 구조다. 그러나 폐쇄 반복 프로세스는 제조-사용-재활용으로 이어져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다. 세계 최대 주문형 콘텐츠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의 터닝 포인트는 독자적으로 제작한 콘텐츠 유통이었다. 기성 콘텐츠들은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서비스되어 차별화를 갖기 힘들지만, 자체 제작 콘텐츠는 넷플릭스 내에서 얼마든지 재사용할 수 있는 차별화를 어필했고 성공했다.

세 번째 비즈니스 성공 모델은 자산 공유다. 에어비앤비는 여행객에게 자신의 집을 공유하고, 우버는 주변의 이동하고 싶은 사람에게 자동차를 공유한다. 이러한 행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양쪽 모두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을 때 실행으로 이어진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여행객을 위한 트렁크 보관 서비스인 시티스테이셔(CityStasher)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시티스테이셔는 관광지 주변이나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상점 주인들의 자투리 공간에 여행객들의 가방을 맡아주는 플랫폼을 온라인에 만들었다.

네 번째는 사용량 기준 과금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가 아니라, 실제 사용할 때만 요금을 납부하도록 한다. 고객은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기간에만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좋고, 기업은 고객 수를 늘릴 수 있어 이득이 된다. 도심을 돌아다니는 전동킥보드나 자전거 등도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한다.

다섯 번째는 상생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마켓컬리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는 AI를 활용한 주문 예측 시스템을 통해 현지의 농산물 생산자의 상품을 직매입하고 식품 폐기라는 리스크를 분산시켜 비용 절감과 재고 부담을 줄인다. 생산자는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고객은 신선식품을 현지에서 바로 공급받는다는 신뢰와 경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여섯 번째는 민첩하고 조정이 쉬운 조직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전통적 조직의 위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하고 시장의 수요를 더 잘 반영해 실시간으로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 여섯 가지 특징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무엇이 다를까? 기술과 고객의 수요가 장기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센서 기술의 발달은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렇게 수집된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체계화시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IoT, IoB(생체인터넷) 등 서로 연결된 기기들과 클라우드 기술로 분산되어 있던 데이터를 처리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VR, AR 기술로 제조 공정의 효율화가 가능해졌으며, 나노 기술과 3D 프린팅 등 제조 기술의 발달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모든 것은 좀 더 편하게, 재미있게, 쉽게, 간편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니즈와 연결된다. 스텔리오스 카바디아스 교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성공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이 6가지 특징을 얼마나 경쟁력으로 확보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어떠한 측면에서도 경쟁사보다 압도적이지 않다면 성공 확률은 희박하며,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특징을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과 차별화할 수 있다면 과감히 시작해보라고 말한다.

에어비앤비 ©shutterstock

우버 ©shutterstock

프로스포츠 업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해야할 일

그렇다면 프로스포츠 업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IT의 확장이자 데이터의 확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단순히 IoT, 5G,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채널 다변화와 기존의 플랫폼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다. IT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에서 기존의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화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콘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둘째, 비고객(non-customer)에 집중하고 비연관 산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의 비즈니스 성공 전략은 우리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또한 지속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때면 기존 사업과 연관된 것만 찾았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렸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지금은 클라우드 시스템 사업인 아마존 웹서비스(AWS)로 돈을 벌고 있다. SNS 서비스로 시작한 페이스북은 온라인 마켓의 확장과 페이스북 페이로 암호화폐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구글은 검색 광고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노화 방지를 연구하는 캘리코, 스마트 홈, 금융업, 우주 산업 등 상상을 초월할 만큼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 디지털 기업인 이들은 비고객에 집중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연관 사업의 확장을 실현하는 중이다.

셋째, 고객의 경험 범위를 최대한 확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사용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단순히 서비스를 받고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경험이 전부였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이를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동수단에 지나지 않던 자동차는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의식주와 문화생활, 쇼핑을 즐기는 곳이 되었다. 저축과 대출 기능에 머무르던 은행은 인터넷 뱅킹으로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주는 동반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산업의 경계는 물론 일상생활과 직장생활 사이의 경계도 허물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먹거리가 숨어 있다.

넷째, 기존 절차를 과감하게 깨뜨려 기업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리더에게 경영은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절차의 집합체다. 따라서 경영의 모든 영역에는 절차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조직은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이러한 절차 중심 사고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의 아날로그 시대에 적합한 전략이다. 소비자가 개인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요구하고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디지털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리더는 절차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사업 전략과 의사결정, 투자 등 모든 과정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각을 멈추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면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일밖에 못하는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리처드 파스칼은 “성인은 생각을 통해서 새로운 행동방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결국 리더처럼 행동한 뒤에야 리더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행동을 하지 않으면 패턴적 사고나 경험적 사고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시스템 아마존 웹서비스(AWS) ©shutterstock

페이스북 온라인 마켓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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