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와 메타버스, 신대륙인가 환상인가?

글.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자 한국게임학회장,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이다. <인공 지능 없는 한국>, <한국형 혁신의 길을 찾다> 등 다양한 저서를 출간했으며 IT, 게임 산업 분야의 전문가다.

* 메타버스: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나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 현실 세계와 같이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 세계를 일컫는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등장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메타버스, NFT만 들어가면 주가가 폭등한다. 작년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경우에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NFT을 도입한다는 발표로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대망론자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과거의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의 뒤를 잇는 제3의 정보화 대혁명이 될 것이다’

프로스포츠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말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프로스포츠를 홍보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 가상 경기장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에 프로스포츠 5개 종목 7개 단체를 나타내는 5개 가상 경기장 맵을 제작했다. KT위즈 야구단의 경우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여 수원 KT위즈파크 가상야구장을 만들었다. 그 안에서 선수와 만날 수 있고 응원가와 응원 동작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혁명’을 스마트폰 혁명을 잇는 제3의 혁명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개념이 혼란스럽고 내용이 중복되며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더구나 10여 년 전 메타버스1.0으로 부를 수 있는 ‘세컨드라이프’의 실패도 있다. 미국의 린든랩(Linden Lab)이 제작한 세컨드라이프는 2002년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07년에는 이용자 120만 명이 6,500만 시간 동안 이용하였고, 2008년 전반기에는 3억 4,500만 달러가 세컨드라이프 내의 39개 가상세계에 투자되었다. 그러나 2016년 세컨드라이프는 서버를 폐쇄하고 소멸하였다.

세컨드라이프 ©shutterstock

메타버스가 환상이 되지 않으려면

메타버스 급부상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코로나19에 의한 외부 활동의 제약이다. 사람들의 대면 활동이 극도로 제약됨으로써 인간을 대신하여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과정에서 메타버스가 등장하게 되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고, 언택트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였고 온라인 접속 시간이 늘어났다. 또한 과거에는 메타버스 활용이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로 제한되었으나, 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를 보조할 플랫폼 용도나, 어스2와 같은 가상 부동산으로서의 메타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코로나에 의해 수면 밑에서 견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이후 성공한 플랫폼은 없다. 또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한 메타버스 콘텐츠는 방치된 채 폐허로 변한 것이 대부분이다. 메타버스는 구축된 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로 전락해 버린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구축한 제페토 내 청년창업센터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이 5,000만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제작한 메타버스 앱은, 1월 초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누적 방문자 수가 5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앱에 접속하면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 건물 안에서 벽에 붙어 있는 정책 홍보 영상이나 참여 기업 소개 자료를 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인천광역시 서구가 구청 홈페이지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속에는 메타버스의 본질인 유연한 소통보다는 기존 홍보 내용을 제공하는 등 기능이 제한적이다. 이렇듯 마케팅이나 홍보의 도구로 로블록스, 제페토 내에 무엇인가를 설치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정작 홍보 부스를 설치했을 때, 유저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어렵다. 현재의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핵심 세대인 MZ세대는 광고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메타버스는 구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어떻게 이용자 풀을 형성할 것인가’다. 메타버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앞서 유저들의 유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구축 후 관리와 업데이트도 핵심적인 문제이다. 엔터테인먼트라는 영역, 즉 콘텐츠라는 영역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이나 서비스 영역, 또는 금융이나 부동산 등의 영역과 전혀 다르다. 그런 점에서 현재처럼 마구잡이식의 메타버스 구축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날 것이다.

이런 메타버스 구축의 한계는 프로스포츠 업계의 메타버스 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위에서 언급한 프로스포츠 업계의 제페토 활용은 홍보나 마케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메타버스 기반 가상 비즈니스의 가장 일반적이고 초보적인 단계의 수준에 와 있고, 스포츠 팬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고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 때문에 홍보 효과 역시 의문시된다. 이런 점에서 프로스포츠 업계의 제페토 ‘실험’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가상 부동산 어스2 ©earth2

메타버스 성공을 위한 조건

그렇다면 메타버스 성공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는 목적성 확립이다. 특히 가상세계형 메타버스에서는 분명한 목적성이 존재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메타버스의 중요한 콘텐츠인 게임은 퀘스트라는 분명한 목적성을 유저에게 던져준다. 반대로 대부분의 메타버스는 목적성이 없어 유저들이 당황하고 빠져나간다. 메타버스에 들어갔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성이 없으면 해당 메타버스는 실패한다.

둘째, 엔터테인먼트 요소이다.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갔을 때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게임 플레이와 같은 뚜렷한 유희적 즐거움은 아니더라도 다른 가상공간과 차별화된 요소가 필요하다. 메타버스가 유저에게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전달하지 못할 경우 유저의 이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셋째, 실용성과 편리성이다. UI, 즉 유저 인터페이스가 어려우면 이용자들은 쉽게 이탈한다.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갔을 때 조작이 어렵거나, 방문하고자 하는 장소나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없다거나 하는 실용성과 편리성의 저하는 찾아오는 유저를 쫓아내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위와 같은 조건들을 충족하는 프로스포츠 업계의 사례는 국내에도 해외에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 해외에는 프로스포츠 메타버스를 광고하는 그린파크라는 기업이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NBA 농구와 같은 스포츠게임을 모바일로 즐기는 수준이다. 그나마 꾸준히 시도를 하고 있는 곳은 스포츠 용품 제조 기업이다. 그러나 나이키나 아디다스조차도 신발에 센서를 부착해 러닝 정보를 기록하거나, 아니면 가상의 피팅을 통해 제품 구매 이전에 가상으로 시착해 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한국의 프로스포츠 업계는 메타버스라는 거대 담론에 휩쓸리기보다는 이미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같은 스포츠 게임(특히 모바일 게임)을 기반으로 한 팬덤의 영역 확장과 마케팅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일시적으로 만들기는 쉽지만 성공시키거나 유지하기는 어렵다. 한때 대성공을 거두었던 세컨드라이프가 던져준 중요한 교훈이다.

마인크래프트 ©shutterstock

©그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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