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글. 이경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이자 <코로나19 이후의 미래> 저자.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서 정부와 민간에 걸쳐 다양한 자문과 컨설팅을 수행하는 혁신 실천가다.

코로나19가 10년 이상 앞당긴 디지털 전환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디지털 전환의 개념과 더불어,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최신 기술과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기준을 제시해본다.

디지털 전환, 도대체 뭐길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DX(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 담당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하고, 문화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삼성, SK, 한화 등 대기업들과 금융권 및 정부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전환’이라는 용어가 대유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정부도 ‘전자 정부’라는 용어를 버리고 ‘디지털 정부’로서 차세대 혁신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선사시대 이래 국가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경쟁우위를 누려왔다. ‘지식의 힘(Knowledge Power)’은 다섯 가지 부분적 힘의 합과 같은데, 수집력·분석력·축적력·전달력·활용력이 그것이다.

우리가 이제까지 접해왔던 ‘정보화 시대’의 ‘지식의 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온라인과 컴퓨터를 잘 다루던 사람들에게 있었다. 바로 우리가 ICBMS라고 하는 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소셜미디어와 같은 기술들을 잘 다루던 기업들의 세상이었던 것이다. 아마존·네이버·카카오톡·구글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이 정보화 시대이다.

물체와 장소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제조업이나 스포츠업계, 의류산업, 병원 등은 내부 운영이나 고객 서비스를 위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으로 정보 제공만을 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정보 기술을 활용했지, 실질적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혁신을 하지는 않았다.

정보화 전환이 데이터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 혁신인 반면, 디지털 전환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실체에 가상을 혼합하는 것이다. 온라인이 중심이 아니고, 실체가 중심이라는 게 차이가 있다. 실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와 사물에 인공지능·블록체인·5G와 같은 디지털 기술들을 혼합하여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물체)에 인터넷(가상)이 연결되고 인공지능(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면, 디지털 전환이 된 인공지능 자율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점포(물체)에 멀티비전 센서(가상)가 연결되고 인공지능과 5G(디지털 기술)가 결합되면 인공지능 무인점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실체와 가상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결합을 통한 혁신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고 부른다.

그러면 디지털 전환은 무엇을 의미할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프로세스·조직·제도·인사·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근본부터 바꾸자”라는 시도가 바로 디지털 전환이 된다. 실체(Physical)와 가상(Cyber)을 연결하고 여기에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 바로 ‘초연결 사회로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 디지털 전환의 개념과 6대 핵심 기술

팬데믹 이후에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 가트너(Gartner)는 2021년, 글로벌 CEO들에게 ‘팬데믹 이후에 경제가 재개되는 현 시점에 앞으로 어떻게 미래 변화를 하겠냐’는 설문조사를 하였다. 이에 ‘원가를 절감하고 원상회복하겠다’는 CEO는 24%밖에 불과했다. 10명 중 7~8명은 ‘현재 사업의 영역을 새로운 생태계로 대변혁을 이끌고, 고객 서비스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혁신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한 변혁의 수단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는 이견 없이 모두가 ‘디지털 기술’이라고 응답하였다.

주역에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는 말이 있다. “궁한 자는 변화하고, 성공한 변화는 통하며, 모두가 공감하면 오래가는 뉴노멀이 자리 잡는다”는 말이 된다. 주역의 ‘변화’에 대한 가르침처럼, 팬데믹이 가져온 어려움은 인류의 삶과 행동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사회와 경제에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수단은 바로 디지털 전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결론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CES2021의 기조연설에서 “팬데믹 이후 2년 동안 걸릴 디지털 전환이 2개월 만에 다 이루어졌다”라고 역설하였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의 디지털 전환은 두 배 이상 가속화되고 있다고 미래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이제 기업과 기업의 경쟁을 뛰어 넘어 산업의 생태계가 재탄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들로 모든 산업들이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잃어버린 일자리 회복을 위해 한국(디지털 뉴딜), 미국(인프라 플랜)에서 추진되는 5G·스마트시티·인공지능 산업들의 육성으로 인해 혁신 촉발 기술들의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속화되고 있는 산업 분야의 한 가지 예가 1995년부터 우리 생활 속에 등장한 인터넷 서비스의 산물인 ‘콜센터’이다. 고밀도 직접형 인간 중심의 콜센터는 팬데믹 기간 동안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폐쇄되고 활동이 위축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 선도산업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20개국 언어에 능통하고,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며, 24시간 연중무휴로 고객과 소통하는 인공지능(예: 아멜리아 Amelia)으로 콜센터를 바꾸는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AI 챗봇 아멜리아 ©아멜리아 트위터

또한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자율자동차 무인 배달업체인 뉴로(NURO)에 정식 사업권을 주었다. 현재 도미노 피자와 월마트 등의 주문 배달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고, 이 서비스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오토바이 택배 산업이 팬데믹 디지털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자동차 무인 배달업체 Nuro ©Nuro

“팬데믹이 가져온 어려움은 인류의 삶과 행동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고, 변화의 수단은 바로 디지털 전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결론이다.”

스포츠 산업 디지털 전환의 동향

최근 WHO는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풍토병처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사회적 격리와 마스크를 쓰는 것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모으고 사업을 하는 스포츠 구단·노래방·놀이시설들은 지금과 같이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살펴본 디지털 전환 – 즉, ‘오프라인(경기장)과 온라인(가상)을 결합하고 디지털 기술(블록체인 등)을 합체’하는 것이 강력한 도구와 방법이 될 것이다. 프로스포츠 시장도 문화 콘텐츠 시장 이상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실력이다.

팬덤을 만드는 실력의 기준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프로농구협회는 팬데믹 이후 무관중으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 블록체인과 동영상을 결합한 놀라운 디지털 자산 서비스(NFT)를 내놓아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였다. 베스트 샷, 버저 샷, 우승 샷, 선수별 최고의 장면 모음 등의 동영상을 디지털화하여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탑샷(Top shot)’이라는 상품이다. 이 한정판의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져 복제와 위조가 불가능하고, 소유자를 확실하게 판별할 수 있어 크게 히트를 쳤다.

©NBA Top Shot

©NBA Top Shot

하나의 동영상에 대해 최저 9달러에서 경매를 시작했는데, 20만 불을 호가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러한 미국프로농구협회의 성공은 축구 구단에도 옮겨져서 스페인의 축구 리그에서도 소속 구단의 선수들에 대한 디지털 자산(사진, 동영상)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디지털 자산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인 Z세대를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도 시도되고 있다. 2020년 크게 성공하여 전 세계 10억 명의 Z세대가 활용하는 틱톡에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구단이 최근 전용 채널을 개설하였다. 이 채널에는 단순 축구 경기 동영상뿐 아니라, 손흥민이 훈련하는 모습과 동료들과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Z세대라는 미래 팬을 확보하고, 이들을 구단의 정식 회원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고객 기반은 경기장뿐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획기적 서비스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 기반이 있으면 플레이어의 디지털 자산을 판매하거나 메타버스 기반 미래 서비스로의 대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성공 요인

맥킨지 컨설팅 그룹은 “향후 사라지거나 뒤처진 기업들은 ‘우리가 왜 이랬을까?’ 하는, 다시 말하면 디지털 핵심 역량을 갖추는 데 게을렀던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지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딱 5년 남았다. 이 5년 안에 DX(디지털 전환), 다시 말하면 조직의 문화·제품·서비스 등 모든 것을 바꾸지 못하면 10년 후에는 사라지거나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V-TOP’이라는 필자가 만든 모델이 있다. 비전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V는 명확한 미래, 디지털 전환의 비전(Vision)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비전 위에 TOP를 섞어서 변화해야 한다. 즉, 디지털 기술(Technology)·조직과 제도(Organization)·프로세스(Process)까지 모든 것을 일거에 바꾸는 전면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 이것들을 우리는 변화 촉매라고 부른다.

첫째는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들을 혁신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두 번째는 역량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임원부터 사원까지 모두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역량에 대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제도와 조직문화까지도 같이 바꿔야 한다. 세 번째는 소유 및 서비스하는 제품과 프로세스까지 바꾸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과 혁신이 수반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도전에 직면한 프로스포츠 업계와 선수들은 군중의 호응이 적거나 없는 상황에서, 팬들과의 소통 증대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상 경기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팬들의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의 신성장 동력의 서비스 창출을 위해 ‘오프라인+온라인+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놀라운 디지털 전환의 추진을 기대한다.

©토트넘 핫스퍼 틱톡

▶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한 V-TOP

“미래의 신성장 동력의 서비스 창출을 위해 ‘오프라인+온라인+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놀라운 디지털 전환의 추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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