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아무튼, 잡지> 등의 저자이자 여성들의 커리어 상호 성장 커뮤니티 뉴그라운드 공동대표. 팟캐스트 <시스터 후드>를 제작·진행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여러 매체에서 칼럼을 쓴다.
배달의민족은 매주 목요일 아침 <주간배짱이>라는 뉴스레터를 보낸다. ‘배달의 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 줄여서 ‘배짱이’라고 불리는 고객이자 독자들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일상 속 음식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 ‘요즘 사는 맛’과 배달의민족에서 벌이는 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는 코너 ‘배민 B하인드’로 구성된다. 요기요는 ‘푸드탐험 뉴스레터’라는 카피를 내걸고 <요기레터>를 발행하고 있으며, 얼마 전 마켓컬리 또한 치즈를 주제로 미식가를 위한 큐레이션 뉴스레터 <더 에피큐어>의 첫 편을 공개했다.
앞서 나열한 뉴스레터들은 식음료라는 방대한 소재 안에서 각자의 브랜드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일방적인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점, 기획부터 결과물까지 잡지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점, ‘메일’로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식음료 관련 기업들이기에 가능한 시도이기도 하다. 식음료는 일상 속에서 손쉽게 접하는 부분이며, 관련 내용을 콘텐츠로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흥미로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기업 중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시도할 수 있었을 뿐, 개인 창작자와 뉴미디어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뉴스레터가 고객과의 연결점을 만드는 핫한 도구로 주목받는 중이다. 이슬아 작가는 2018년부터 <일간 이슬아>를 통해 기존 매체를 거치지 않고 독자들로부터 직접 구독료를 받아 글을 유통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시사 뉴스를 표방하는 <뉴닉> 역시 흩어져 있는 뉴스의 맥락을 정리해 뉴스레터로 발행한다. 구독자는 이미 4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이전까지 뉴스레터라는 단어에서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소식지에 가까웠다.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자사 소식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수단으로 매체를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트에서 제품 광고를 위해 전단지를 발행하듯 말이다. 지금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새로 나온 제품은 무엇인지 등 기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기 좋게 일별하여 홈페이지 가입자나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뉴스레터의 전부였다. 지금 그런 일방적인 메시지를 즐겁게 받아볼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무려 메일로, 노골적인 광고를 받아 읽고 있기에 사람들은 너무너무 바쁘고 콘텐츠나 광고는 널리고 널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꾸준히 연결될 수 있을까? 최근의 뉴스레터는 기업이 고객과 잠재 고객, 독자를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광고가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써서 읽고 볼 만한 콘텐츠를 만들되,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 그냥 뿌리는 게 아니라 고객의 메일함으로 직접 발송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뉴스레터 신청 양식의 ‘구독’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양질의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광고는 없으면 가장 좋고 있으면 티 나지 않게 혹은 재미있게, 콘텐츠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을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발휘하여 오로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를 담보해야 한다.
아무리 개인의 메일함으로 발송되는 뉴스레터라 하더라도, 이런 대량 생산 콘텐츠에 과연 어떤 힘이 있을까? 놀랍게도, 메일의 뜻인 ‘우편물’처럼 고객은 대량 생산 콘텐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기업이 뉴스레터를 통해 개인적으로 말을 걸거나 친근하게 다가오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대화형 뉴스’를 지향하는 <뉴닉>을 비롯해 수많은 뉴스레터가 구독자에게 말을 걸 듯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을 사용하는 이유다. 게다가 구독자는 뉴스레터의 ‘피드백’ 버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바로 제안할 수도 있다. 이러한 뉴스레터를 통해 기업은 광고나 홍보가 필요할 때만 소비자를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꾸준히 살펴보고 고민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쌓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교집합을 찾는 작업도 포함되며, 이것은 곧 기업 고유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드러내는 방법이 된다. 이 기업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고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등을 뉴스레터에 담음으로써 단순한 생산자-소비자의 관계가 아닌 공통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그를 기반으로 대화 나누는 아주 느슨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가 운영 중인 뉴그라운드 또한 ‘커리어 상호성장’이라는 서비스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일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 일에 관한 개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워크로그’라는 콘셉트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중이다.
요즘은 어떤 산업에서, 어떤 일을 하든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커뮤니티란 꼭 얼굴을 보고 가깝게 모이는 관계가 아니라, 비슷한 가치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연결감을 느끼는 단위를 뜻한다. 지금 뉴스레터를 만드는 일은 고객이나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이미 상당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프로스포츠 업계가 뉴스레터를 제작할 경우, 다른 업계보다 조금 더 유리한 출발선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기 비하인드 스토리, 기존 인터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수나 스태프들의 TMI(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로, 요즘은 ‘너무 사소해서 더 흥미로운 정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팬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코너 등을 뉴스레터에 담는다면 팬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구단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좋은 뉴스레터는 브랜드를 탄탄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모은다. 뉴스레터의 시대는 이제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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