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스포츠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


팬과 구단을 잇는 교감의 대상

글. 김유경

국내 인기 캐릭터의 원류 ‘뿌까’의 개발자이자 캐릭터 전문 기업 부즈클럽 대표. S-Oil의 구도일, 메리츠화재의 걱정인형 외 여러 브랜드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개발했으며 캐릭터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캐릭터 마스코트는 경기의 흥을 돋우는 중요한 요소로 역할을 하고 있다. 캐릭터라는 매체는 어떤 흐름을 거쳐 대중에게 인식될까? 구단 캐릭터를 대중에 각인시킬 디자인 요소는 무엇일까. 흥행 캐릭터에 대한 조건은 무엇일까. 캐릭터에 어떤 추가 역할 수행을 기대할 수 있을까. 캐릭터 전반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포츠와 캐릭터 마스코트

프로스포츠 팬들은 늘 선망하는 대상과 교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대상인 선수는 가까운 곳에 있지 않고 한 구단에 오래 머무는 경우도 드물다. 이럴 때 구단의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통일성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존재인 캐릭터가 필수적이다. 캐릭터는 구단의 이미지를 대변하며 직접 사용자인 팬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존재다.

1880년대 메이저리그 태동기, Chic라는 이름의 소년이 선수들에게 장비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했던 것에서 최초의 스포츠 마스코트가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Chic는 행운을 주는 부적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후부터 살아있는 동물이 구단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거나 이미지화되어 활용되기 시작했고 나아가 사람 또는 몬스터 같은 형상의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캐릭터 마스코트 없는 구단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행운의 상징 같은 주술적 느낌이나 응원 도구를 넘어선 것이다.

Mr. Met ©MLB 뉴욕 메츠

인격을 가진 캐릭터의 탄생으로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팬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이 수행되는 환경으로써 프로스포츠는 더없이 좋은 플랫폼이다.

MLB 최초의 공식 마스코트 Joa(조아) ©MLB 시카고 컵스

Uga(어가) ©UGA 조지아 불독

Benny the Bull ©NBA 시카고 불스, Phanatic ©MLB 필라델피아 필리스

UWally ©MLB 보스턴 레드삭스, Mar-Kun ©NPB 지바 롯데 마린스

좋은 캐릭터와 나쁜 캐릭터

요즘은 바야흐로 ‘대 캐릭터의 시대’이다. 캐릭터 시장은 놀라운 속도와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곧 캐릭터는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고 거의 모든 조직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좋은 캐릭터와 나쁜 캐릭터에 대한 기준은 보는 관점과 연령대,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는 이야기가 가능하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좋은 캐릭터는 ‘매력’을 지닌 존재여야 한다.

캐릭터가 갖춰야 하는 기본 요소 중 디자인적 매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트렌드와 기호에 따라 평가가 매우 극명하게 나뉘는 요소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생성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 개발자가 캐릭터를 단순한 이미지로 인지한다면 그 순간 캐릭터는 픽셀 조각이 된다. 그러므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캐릭터는 ‘바이블’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에 간단한 설정 정도만 부여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 자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이 캐릭터가 어디에서 왔으며 현재는 어떻게 존재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 콘셉트나 스토리를 넘어 캐릭터 자체를 어떠한 존재로 인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언 ©카카오

카카오프렌즈 ©카카오

한 인간의 일대기를 한두 장으로 정리할 수 없듯 캐릭터의 ‘바이블’ 역시 최대한 디테일해야 하며, 캐릭터의 개발자와 캐릭터 간의 링크를 통해 정신적 교감을 이루는 과정에서 ‘바이블’이 완성된다. 진정성 있는 ‘바이블’은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며 대중과 교감이 가능한 캐릭터는 세대를 연결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좋은 캐릭터는 가지고 싶고 곁에 두고 싶은 감정이 들게 한다. 프로스포츠에서의 캐릭터 마스코트는 스포츠가 가진 팬덤 요소와 캐릭터가 가진 매력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시장이다.

캐릭터는 구단이나 기업 입장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할 수 있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장문의 구구절절한 텍스트보다 간단한 이모티콘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라이언’을 배제한 ‘카카오 프렌즈’는 이미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을 떠올리면 쉽다.

남이 한다고 나도 만들어 놓고 방치하고, 팬 입장에서 바라본 시선이 아닌 기업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담은 채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을 가미하고는 광고 효과를 기대한다면, 그 캐릭터는 딱딱하고 건조해지기 쉽고 결국 외면 받아 ‘캐릭터’라는 좋은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캐릭터의 호흡은 길게 생각하고 가져가야 한다. 단순하게 만들어 놓은 캐릭터의 아이덴티티가 정립되기도 전에 트렌드라는 이유로, 또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갈아 치우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초기 단계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캐릭터는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트렌드에 따른 변화 및 개선으로 성장시키고 아이덴티티를 지속 부여하여 최종적으로 헤리티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S-Oil ‘구도일’

MBC ‘MBic’

금호타이어 ‘또로’

메리츠화재 ‘걱정인형’

CU ‘케이루, 하루, 샤이루’ ©VOOZCLUB

캐릭터 마스코트의 성공을 위한 방향성

현재 프로스포츠 산업에서의 캐릭터 마스코트는 이전 세대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비주얼 문제만이 아니라 구단에서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식에도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캐릭터에 보다 집중한 이벤트, 예를 들면 마스코트 따라 그리기나 팬아트를 활용한 마케팅 등 좀 더 독창성이 요구되고 캐릭터에 집중한 방식의 사용이었다면 요즘은 단순히 이미지를 활용해 온라인에 치중한 전략으로 모든 구단에서 획일화되어 아쉽다.

캐릭터 마스코트가 본업을 뒷받침하는 단순한 서브 역할에 머물지 않고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여 최종에는 본업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 사례로, 프로스포츠 분야는 아니지만 종합 에너지 회사인 ‘S-Oil’과 그 캐릭터인 ‘구도일’을 들 수 있다.

S-Oil은 캐릭터 자체가 브랜드가 된 국내 거의 유일한 기업형 IP 사례다. 캐릭터를 사용함으로써 기업 이미지 재고에 큰 도움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정감어린 이미지와 ‘바이블’로 미래 고객층에게까지 어필하여 현재까지도 마케팅 메인으로 활용될 만큼 기업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랜디 ©SSG랜더스/한국국토정보공사

현재 거의 모든 스포츠 구단에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확장하는 단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캐릭터는, 쉽게 말해 브랜드화 될 가치가 충분하다.

캐릭터가 구단에 주는 효과는 단순 팬심 강화나 마케팅 요소 이외에도 온, 오프라인 굿즈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확장까지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캐릭터의 매력 지수를 높이는 과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캐릭터는 반드시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캐릭터의 수명을 길게 보고 그 호흡 또한 길게 가져가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전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모티콘이나 SNS 웹툰, Spot 애니메이션 등 짧게 소비 가능한 콘텐츠를 지속 개발하여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생산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 예전부터 회자된 OSMU(One Source Multi-Use)를 통한 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며 ‘구도일’ 사례와 같이 캐릭터 산업 전반으로 사업 확장까지 도모할 수 있다.

더불어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꼭 필요하다. 이는 구단 마스코트에도 다르게 적용되지 않는데 예전 사례로는 구단 마스코트가 주로 소통하는 대상이 팬이었다면 요즘에는 마스코트끼리 또는 구단 마스코트가 타 캐릭터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구단 입장이나 캐릭터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올바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프로야구 신생 구단인 SSG 랜더스의 경우 마스코트의 이름이 같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랜디가 이벤트 형식으로 SSG랜더스 응원단에 참여하는 마케팅을 전개했는데, 캐릭터 컬래버는 마블 유니버스처럼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캐릭터의 지명도를 올리는 데 있어 매우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유의해야 할 부분은 존재한다. SSG랜더스와 LX공사의 랜디처럼 같은 이름이라는 요소를 활용한 포인트가 있는 전략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단순히 캐릭터 인지도를 활용하기 위해 유명 캐릭터와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컬래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실제 캐릭터를 사용하는 사례 중 회사의 아이덴티티나 유사성, 상징성에만 치중해 정작 중요한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뽐내는 경우는 매우 찾아보기 힘들어 긴 호흡을 가지고 지속 투자한다면 최종적으로 성공한 캐릭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나라 프로 구단의 경우 간혹 구단주가 바뀌는 등의 이유로 캐릭터가 갑자기 달라지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키워온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상당히 안타깝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관계자의 사정도 이해는 하지만 예전부터 오랫동안 쌓아온 에너지를 단번에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 캐릭터 시장은 ‘곰표 밀가루’, ‘말표 구두약’과 같은 오래된 정서의 브랜드가 레트로라는 흐름을 타고 확장되어 컬래버되고 다시 큰 인기를 끄는 상황이 도드라지고 있다. 가치라는 것은 오래될수록 고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추후 언제든, 어떤 방향으로든 구현될 거라 믿고 있다. 그렇게 고유한 가치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쉽게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반면 트렌디함만을 중시한 캐릭터들에 치여 브랜드의 본질을 잃어가는 사례도 다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 ‘OB베어스’, ‘MBC청룡’ ‘로케트밧데리 로켓보이’의 이미지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OB 베어스 ‘랄라베어’ ©두산베어스

MBC청룡 ©MBC

로켓보이 ©로케트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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