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요즘 쇼핑, 라이브커머스

글. 박현영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의 저자.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상무를 역임, 현 블러썸미 대표.

고양이처럼 자유롭고 도도하고 싶은

일본의 동물 생태학자 야마네 야키히로 교수는 저서 <고양이 생태의 비밀>에서 ‘경제 성장기를 지탱하던 충성스런 가치가 흔들리면서 개인주의화한 현대인들이 충직한 개보다는 자유롭고 도도한 고양이의 모습에 공감한다’고 지적했다.

혼자서도 잘 놀고,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양육이 가능하며, 따로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는 고양이는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MZ세대는 고양이에게 열광하면서 그들에게 자신들의 욕구를 투영하고, 동시에 그들에게서 자신과 닮은 면을 발견한다.

‘너처럼 자유롭고 도도하고 싶어. 내가 불러도 오지 않는 너를 보니 내 마음이 흡족해. 나도 너처럼 누구의 간섭 없이 독립적이고 싶어.’

‘바람직한 몬스터’에게 다가가기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새로운 소비 권력, 우리는 그들을 MZ세대라 부른다. 눈을 뜨면서 디지털을 경험하고, 연필보다 핸드폰을 먼저 손에 익혔던 세대. 세상이 온통 0101 코딩으로 이루어졌다 생각하는 그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법,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대하는 태도 등 모든 면에서 기성세대의 공식을 거부하고 있다.

집단보다는 개체를 중요시 여기며 소유보다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수직적 의미로 ‘위’로 향하는 것보다 수평적 의미의 다양성에 열광한다. 올레길을 누가 만들었는지에는 관심 없지만, 그곳에서 내가 살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이미 즐기고 있는 이효리에게 자신의 미래 꿈을 투영시키고 있다. 나음보다는 다름이, 어설픈 완벽함보다 현재 진행형 발전을 추구하는 그들이다.

‘바람직한 몬스터’라 불리는 이들은 생긴 것은 기성세대와 똑같지만, 핏속에 디지털이라는 유전자가 흐르는 미래세대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차별성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길을 찾는 것이 기업들에게 당면한 문제다.

MZ의 소비

- 인플루언서 선택이 나의 취향

MZ세대의 소비는 개인 취향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라도 내가 원하는 욕구와 맞으면 나의 애정템이 된다. 생을 통틀어 ‘불량품’을 본 적 없는 이들에게, 품질이 나쁜 상품에서 오는 리스크는 최소화되어 있다. 대신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고르고 써야 하는 리스크는 크게 각인되어 있다. 꼭 피해야 할 위협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한번 들어 올려주면 구매 버튼을 누른다. 그 인플루언서의 취향이 나와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제니퍼 애니스톤 vs. 유튜버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은 제니퍼 애니스톤이라는 글로벌 톱스타에게 50억 원 이상의 모델료를 지불하며 유튜브 광고를 찍었다. 조회수 600만을 이루며 ‘비교적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회사 직원이 SNS 인플루언서 케이시 네이스탯에게 건넨 일등석 항공권 한 장이 더 큰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5,200만을 상회하면서 초대박 결과를 터트렸다. 유튜버에게 지불된 홍보비는 0원이었다.

케이시 네이스탯의 동영상이 제니퍼 애니스턴의 광고 동영상 조회수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유튜브

MZ의 열성

- 내 브랜드는 내가 키운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이는 인위성에는 냉담함을 보이다가 자연스럽고 우연하게 알게 되는 정보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퍼뜨리고 확산한다. 한번 내 브랜드가 되면,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키우고 아낀다.

그들은 가르치려 하면 더 도망간다. ‘나는 이렇게 좋으니, 훌륭하니, 나에게 관심 가져야 한다’고 외치면 더 멀찍이 도망가 앉아 있다. 고양이처럼 멀리서 끊임없이 관찰하며 주변을 유심히 살피는 그들이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업도 고양이 같아져야 한다. 쉽게 덤비지 말고, 서둘러 드러내지 말고, 서서히, 은근하게 유혹해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이런 스토리를 이야기 해줄 수 있고, 이런 경험을 보여줄 수 있다고, 그렇게 유혹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유혹의 중심에는 그들이 열광하는 마케팅적 도구, 새로운 소통과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소통과 거래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MZ가 빠진 라이브커머스의 매력

- 실시간 소통과 재미

라이브는 MZ들의 놀이 방식이다. 소통과 참여를 중요시 여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에 익숙한 그들에게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쇼핑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는 매력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동영상 시청과 모바일 쇼핑이 일상이 된 2020년, 코로나19는 라이브커머스에 불을 지폈다.

라이브커머스는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라이브’이기 때문에 보다 집중적인 관심을 끌 수 있고, 승패가 현장에서 내려진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넘치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실시간 댓글로 브랜드 관계자나 인플루언서, 생산자와 소통하면서 구매자의 상품 관여도는 높아진다.

홈쇼핑과 닮은 듯 다른 라이브커머스의 최대 무기는 ‘소통’과 ‘재미’다. 일반 광고나 방송보다 규제가 적기 때문에 내용 구성이 비교적 자유롭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참여의 재미를 확장시켰다. ‘지금 파시는 바지 직접 입어 보시고, 다리를 올려봐 주세요.’ 이런 요구에 호스트는 실시간으로 응답한다. 또 방송 시간에만 제공되는 ‘우리끼리 할인 혜택’도 참여의 재미이다. 지금 이 시간 이곳에 와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이점인 것이다.

▶ 프로스포츠 각 구단별 라이브커머스

©울산현대

©롯데자이언츠

©SSG랜더스

©롯데자이언츠

©kt wiz

기업이 빠진 라이브커머스의 매력

- 소비자 취향 쉽게 수집

물건을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라이브커머스는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수집 장소’가 된다. 대형 마트에 입점하거나 홈쇼핑과 같은 고가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채널에 진출하기 전, 내 상품의 경쟁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도 한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어떤 질문들이 올라오고, 어떤 면에 열광하고 반대로 어떤 우려점이 있는지… 현장에서 수집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넘친다. 어떤 고객들이 상품에 관심을 표했고, 얼마나 방송에 머물며 집중했으며,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포인트에서 나가 버렸는지… 그 하나하나가 귀중한 시장 자료가 되는 것이다.

‘개인 취향 저격’이 무엇보다 큰 숙제가 되어 있는 지금, 라이브커머스는 가장 안전하고 손쉽게 소비자의 취향을 알려주는 플랫폼인 것이다. 그립(Grip) 등 라이브커머스 기업들이 판매하는 제품들의 반품률이 1퍼센트 이하인 점은 이 거래방식이 현존하는 커머스 중 가장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 보이고 있다.

©그립컴퍼니

라이브커머스의 성장

-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성장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탄탄한 인프라를 가진 온라인 플랫폼이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플랫폼을 속속 선보였다. 또한 백화점과 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업체를 포함해 새로운 판매 채널을 찾는 소상공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서비스에 뛰어들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이미 2016년 왕홍(왕훙, ‘왕루어홍런’의 줄임말로 중국 인플루언서를 일컫는 말) 등이 라이브커머스 붐을 일으켜 자동차와 부동산까지도 팔아 치우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로 가는 항공권이 고가에 팔리기도 했다.

한 도시 전체가 라이브커머스의 플랫폼이 된 경우도 있다. 중국의 소도시 차오현은 도시 전체가 1,800여 개의 라이브 방송을 한다. 판매하는 제품은 단 하나, 중국 전통 의상이다. 기존에는 작은 소도시에 불과했던 차오현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북경보다 차오현이 좋다”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존재 가치가 급증하였다.

▶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전망

라이브커머스의 미래

- 플랫폼과 기술력 힘입어 진화

라이브커머스 인기몰이의 중심에는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접점이자 소통의 장이다. 현재 국내 시장 내 플랫폼은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킨다. 뚜렷한 리더가 없는 가운데 각각 자신들만의 개성과 장점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용자와 전자상거래 분야를 아우르는 온라인 포털, 메신저, 오픈마켓 등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들이 라이브커머스 분야에 뛰어들어 리딩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거대 IT 플랫폼사는 사용자 기반이 크다는 이점으로 호소하고 있다. 현대, 롯데와 같은 기존 유통사 및 쿠팡과 같은 온라인 유통사들은 제품의 특성과 다양성을 주무기로 시장을 접근하고 있다.

이밖에 ‘그리퍼’라는 플랫폼 소속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고 있는 그립과 해외직구 제품을 특화시킨 소스라이브 등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들도 자신들만의 이점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으려 한다.

각 플랫폼들의 특징이 다양한 만큼 그곳에 모이는 소비자들의 특성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어떤 플랫폼과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가 기업에게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되고 있다. 파일럿 실험을 통해 어떤 상품을 어떻게 시도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끊임없이 실험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현실 속에 있는 가상의 현실’, 메타버스 시대에 라이브커머스의 무궁무진한 미래가 있다. 가상의 캐릭터인 쇼핑 호스트가 실시간으로 나만을 위한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고 소통하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세상. 주문과 AS도 개인적으로 이루어진다. 라이브커머스는 메타버스와의 접목을 통해 가장 개인에 근접한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구매자들이 원하는 쇼핑 경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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