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휴먼* 전성시대

글. 황서이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AI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메타버스 속 한류’를 연구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적용해 문화예술 분야의 경향과 동향을 분석하는 트렌드 연구, 한류 K-pop에 관한 융합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은 인공지능과 그래픽 기술이 만들어낸 가상현실 속 인간이다. 기업 마케팅 등을 목적으로 생성됐으며, SNS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온라인 시장에 가상인간, 버추얼 휴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에 가상인간이라는 확고한 시장이 조성된 것. 로지, 루시, 김래아, 다인 등이 가수·배우·CF모델·쇼핑호스트 등으로 활약하며, 갈수록 진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을 활용한 시장을 전망해본다.

가상인간의 막강한 영향력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한 메타버스가 현 시대를 대변하는 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에서, 관련 범주인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이하 가상인간)’ 역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가상인간이 실제 인간처럼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팔로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광고와 인터뷰,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소통하며, 미디어를 넘어 사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이하 가상 인플루언서)’이고, 특히, 광고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21년 7월,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가 신한라이프 광고의 단독모델로 등장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로지’의 흥행에 뒤이어 LG전자가 개발한 가상인간 ‘래아(Reah)’, 버추얼 유튜버 ‘루이(Rui)’, 롯데홈쇼핑의 메타버스 사업 일환으로 개발된 버추얼 쇼호스트 ‘루시(Lucy)’, 버추얼 셀럽 ‘한유아(Hanyua)’, 버추얼 걸그룹 ‘이터니티(Eternity)’ 등 개발사의 목표에 따라 각기 다른 타이틀을 가진 가상인간이 재조명 받거나 등장하고 있다.

Virtually Possible

©로지 @rozy.gram

©래아 @reahkeem

©루시 @here.me.lucy

©루이 @ruuui_li

©릴 미켈라 @lilmiquela

©슈두 @shudu.gram

©이마 @imma.gram

©한유아 @_hanyua

3D 디지털로 구현된 인간·벌·인형·캐릭터

가상인간은 실제 현존하는 인물이 아닌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3D 디지털로 구현된 인간의 모습이다. 최근 기업들이 가상인간을 활용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가상 인플루언서와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유명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외형이 인간의 모공, 솜털, 눈의 핏줄까지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유명 가상 인플루언서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형태가 아닌 벌(bee), Barbie(인형),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과 같은 존재를 가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BT21 캐릭터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등이 가상 인플루언서로서의 활동을 선언하였고, CJ ENM의 1인 미디어 DIA TV는 팬덤이 높은 인간 인플루언서를 가상 인플루언서화하는 시도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진행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건대 버추얼 아이덴티티를 가진 존재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

딥페이크와 3D 애셋의 기술력으로 탄생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처럼 가상인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크게 딥페이크(DeepFake) 방식과 3D 애셋(3D Asset)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딥페이크 방식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로, 영상에 다른 영상을 중첩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버추얼 유튜버 ‘루이’가 있는데, 몸과 목소리는 실존 모델의 것이고, 얼굴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7명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 만들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인물을 탄생시켰다.

다음으로 3D 애셋 방식은 가상인간의 외형을 일단 3D로 만들어놓고, 대역 모델이 특정 장소에서 찍은 이미지에 가상인간의 3D 외형을 합성하는 방식이다. 이후 시각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해 최대한 인간에 가깝게 보정작업을 한다. 대표적인 예로 가상 쇼호스트 ‘루시’가 있다. ‘로지’와 같은 경우, 바디 대역 모델의 동작에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얼굴을 대체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지며, 학습해야 할 표정만을 따로 연기하는 대역 배우까지 있다.

로지(@rozy.gram) ©SIDUS studio X

기술력만큼 중요한 세계관과 페르소나

가상인간을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교한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실존하는 인격체로 보이기 위해 각 가상인간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외향과 지향하는 가치관을 투영한 세계관과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있다.

먼저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가상인간 ‘로지(@rozy.gram)’의 이름은 ‘오로지’로 ‘오직 단 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녀는 MZ세대가 좋아하는 얼굴형이고, 나이는 영원한 22살,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콘셉트로 설정되었다. MBTI는 ENFP로 재기발랄한 활동가, 실제 성격은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이고, 관심사는 세계여행, 에코라이프, 패션 등이다.

2021년 1월,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 2021’에서 LG전자에서 개발한 가상인간 ‘김래아(@reahkeem)’가 큰 주목을 받았다. ‘김래아(金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방부제 나이 23살, 키는 165cm,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이자 작곡 활동을 하는 인플루언서, 싱어송라이터 겸 DJ로 설정되어 있다.

버추얼 유튜버로 알려진 가상인간 ‘루이(@ruuui_li)’는 22살이고,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RuiCovery)’를 개설하여 노래 커버, 댄스 챌린지,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고 있다. 주로 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서 기획한 콘텐츠를 유튜브에 게시하였으며, 2021년 10월 10일부로 ‘루이커버리’ 시즌1을 종료하고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예고한 상태이다.

롯데홈쇼핑이 메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here.me.lucy)’는 29세의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으로 설정되었다. 루시의 외모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특성을 조합해 탄생했으며, 향후 루시의 움직임, 음성 등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가상 쇼호스트로 활동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가수와 배우를 아우르는 버추얼 셀럽을 꿈꾸는 가상인간 ‘한유아(@_hanyua)’, 가상인간으로 구성된 K-POP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 등이 있으며, 다양한 설정과 스토리를 가진 가상인간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아담은 안 되고, 로지는 된 이유

국내 가상인간 신드롬의 주역은 2021년 7월, 광고에 등장한 ‘로지’이지만, 1997년 사이버 가수로 데뷔한 ‘아담(Adam)’이라는 1세대 가상인간이 존재한다.

아담은 20세의 남성으로 키는 178cm, 밝은 성격으로 설정되었다. 당시 음반이 20만 장이나 팔렸고, 팬클럽이 생길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 대비 기술력의 한계, 인터넷의 비활성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의 부재 등으로 ‘아담’의 활동은 지속될 수 없었다.

국내 유명 가상인간 대부분이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여성의 이미지나 음성에서 친밀감과 친근감을 느끼기 쉽고, 이미지 활용도가 남성보다 폭넓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남성 가상인간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하여 2021년 9월 17일, ‘우주(Woo Ju)’라는 이름을 가진 21살, 카멜로 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남성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또한 ‘로지’를 제작한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도 3인조 남성 가상 아이돌을 개발 중이다.

아담 ©나무위키

우주 © @woo.ju.like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 가상인간의 활약

가상인간들의 활동 무대가 제페토, 게더타운 등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고, 광고, 패션뿐만 아니라 스포츠 영역까지 그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로지’가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의 앰버서더를 맡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 일정을 올리면서 스포츠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인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의 인터뷰를 빌려 말하자면, “‘Virtually Possible!’ 현실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가상의 영역에서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존재의 이유입니다”이다. 따라서 가상인간이 인간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과의 경쟁보다는 공존의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고,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가 대한항공 점보스의 앰배서더임을 공식적으로 알린 피드 ©대한항공 점보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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