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야 본다!
숏폼 신드롬 그 이유

글. 김치호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콘텐츠 산업에 대해 연구하고 참여하며, 미래의 리더를 교육하고 연결하여 세상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1분 남짓 짧은 영상으로 이뤄진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올라온 콘텐츠를 즐겨보는 것. 바야흐로 숏폼의 시대! 일각에서는 숏폼 콘텐츠가 정신건강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콘텐츠 소비문화로 숏폼이 급부상한 이유를 분석해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주역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하고,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연장 이후 승부차기에서 이기며 3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22년 12월 말까지 카타르 월드컵 시청에 대한 FIFA의 공식적인 집계는 확인되진 않았으나,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시청자 수가 35억 7,0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309만 명이나 스트리밍으로 시청했다고 하니, 이번 월드컵에 이 수치를 훨씬 상회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영국 BBC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1,040만 명이 시청하고, 이 중 절반가량인 700만 명이 스트리밍을 통해 보았다고 한다.

2022년 월드컵은 시청자 수 및 스트리밍 비율의 증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숏폼 콘텐츠가 생산되고 공유된 것이 더욱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네이버는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월드컵 페이지 내 ‘숏폼’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고,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네이버에 따르면 월드컵 숏폼 콘텐츠 조회수는 일반 월드컵 경기 영상 대비 편당 약 2.6배 높았다. 이러한 숏폼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황희찬 선수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은 장면인 ‘어게인 2002, 꿈은 이루어진다’로 14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2022 카타르월드컵 ©네이버스포츠 / ©kozico0914 / ©moresojuplease

2022 카타르월드컵 ©네이버스포츠 / ©kozico0914 / ©moresojuplease

숏폼의 시대

최근 스포츠로까지 확대된 숏폼 콘텐츠는 2020년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를 시작으로 각종 챌린지가 크게 유행하며 주목받았다. 말 그대로 숏폼(short-form)은 ‘짧은 영상’을 의미하며, 15초에서 10분을 넘기지 않는 콘텐츠로 정의된다. 숏폼은 영상 제작과 공유가 쉽다는 특성을 이해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고, 요즘은 전 세대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유튜브가 발표한 2022년 최고의 인기 크리에이터 Top3에 오른 채널의 공통점은 10분을 넘긴 영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소수이다.

이처럼 숏폼 콘텐츠가 인기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디바이스의 변화’이고, 두 번째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팬들의 트렌드 변화’이다.

‘디바이스의 변화’는 집이나 거실에서 TV를 통해서만 시청하던 콘텐츠가 모바일이나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외부에서 이동 중에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집안에서도 가족이 각자의 방에서 각자가 소유한 디바이스로 각기 다른 콘텐츠를 시청하기도 한다.

‘콘텐츠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흔히 아는 스낵컬처(snack culture)에 익숙해지면서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길게 보는 것을 힘들어하고 짧게 소비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텍스트나 이미지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세대가 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검색 자체도 영상 사이트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Z세대는 실제로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고, 단지 시청하는 것만을 넘어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나아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의 팬이 되기도 하고, 팬 자체가 크리에이터로서 참여하기도 한다.

▶ 숏폼 콘텐츠의 인기 요인

숏폼의 부작용

이러한 인기를 얻고 있는 숏폼 콘텐츠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이 비용을 지불하고 봐야 하는 콘텐츠를 짤막하게 숏폼으로 제작된 콘텐츠로 대체해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본방 사수’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짧은 요약을 더 많이 시청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콘텐츠 제작사의 수익 저하뿐만 아니라 저작권에 대한 이슈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방송사가 요약본을 직접 만들고, 유튜버에게 저작권을 허용해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편,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폭력과 선정적인 소재가 자주 사용되기도 하고, ‘챌린지’ 스타일의 영상도 질식게임처럼 위험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분은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고, 특히 동조하기 쉬운 청소년에게 부정적이고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숏폼이 문해력 저하와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분 이내의 흥미 위주로 제작된 영상만을 꾸준히 시청하면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지고, 디지털 리터러시와 문해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롱폼에 비해 숏폼에만 집중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과몰입과 스마트폰 중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발표된 연구도 있다.

2022 올해의 유튜브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TOP 10

©유튜브

#1 : 숏박스
#2 : 너덜트
#3 : 1분요리 뚝딱이형
#4 : 꽉잡아윤기-Kwakyoongy
#5 : 성시경 SUNG SI KYUNG
#6 : 싱글벙글
#7 : 오사카에사는사람들TV
#8 : 정찬성 Korean Zombie
#9 : 1분미만
#10 : 침착맨

디지털 마케팅의 진화

하지만 숏폼 콘텐츠는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CU는 CU 아르바이트생이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편의점 고인물’이라는 숏폼으로 제작해 39일 만에 전체 동영상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했다.

스프라이트는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거’라는 콘셉트로 음식 옆에 스프라이트를 놓은 TV광고를 숏폼으로 제작하여 SNS에 업로드하며 인기를 끌었다. KB금융그룹은 ‘전세보증보험 반환보증이 무엇인지’, ‘국민연금 해지가 가능한지’ 등과 같이 고객이 궁금해 할 사항들을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다.

한편,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 등 숏폼 플랫폼도 협업을 통해 마케팅 활동과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틱톡은 콘텐츠 커머스 시장에 참여하였으며, 인스타그램 릴스는 인스타그램 샵 기능과 연동하여 다양한 브랜드를 노출하고 판매로 연결한다. 유튜브 쇼츠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해 채널 트래픽을 늘리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라이브 커머스나 굿즈 판매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확대 중에 있다.

물론 숏폼 플랫폼과 숏폼 콘텐츠가 디지털 마케팅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각 플랫폼의 특성과 적합도를 이해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보통 깔끔하고 감성적인 섬네일이 사용되는 반면, 틱톡에서는 상품과 주제를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섬네일에 상품명을 텍스트로 넣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인지도를 얻기 위해서는 콘텐츠 문법이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인기를 끄는 숏폼 콘텐츠 포맷은 스토리텔링 콘텐츠,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정보성 콘텐츠 등이다. 마지막으로 이용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이 참여하기’, ‘지금 구매하기’와 같은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한다.

스포츠 콘텐츠의 미래

다시 스포츠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아무리 열성 팬이라고 하여도 관심 있는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숏폼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숏폼 콘텐츠는 SNS를 접목한 형식으로 다른 팬 또는 친구들과 쉽게 콘텐츠를 공유하고 재생산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의 즐거움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 Delaware North의 리포트에 따르면 2030년에는 스포츠 실황 중계권보다 숏폼 비디오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8년 안에 SNS 클립 등과 같은 숏폼 콘텐츠의 구매비용이 생방송 권리 비용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도 Z세대의 경우 소수만 두세 시간의 스포츠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다수의 Z세대는 유튜브, 틱톡과 같은 다른 플랫폼을 통해 소비한다고 한다. 결국 스포츠도 라이브 콘텐츠뿐만 아니라 짤막한 형태의 숏폼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간 전 세계적으로 68조 달러 규모가 숏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세대로 이향될 것이며, 숏폼을 선호하는 대표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보다 5배 이상의 부를 축적할 것이다. 결국 미래를 위해서는 자산 가치가 커지는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숏폼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CU 유튜브 채널

©USA Today Sports

“2030년에는 스포츠 실황 중계권보다 숏폼 비디오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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