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왜
체험 마케팅에 집중하는 걸까

글. 허태윤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야외 대면 활동이 급증하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쳤던 브랜드들도 다시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쇼룸을 필두로 팝업 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 편집숍을 넘어 제품 대신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브랜드 가치를 확장해가는 기업들. 자신들의 기업 철학을 공간으로 환원해 소비자들을 만나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이들의 특징을 알아본다.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 뉴진스

2022년 7월 걸그룹 ‘뉴진스’가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뉴진스는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에 17주 연속 진입했고, 데뷔곡 ‘어텐션’은 11월 11일부터 28일까지 멜론 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12월 7일 기준 스포티파이 팔로워는 총 102만 8,968명으로, 이는 올해 데뷔한 그룹 중 가장 많은 스포티파이 팔로워 숫자다.

뉴진스는 아이돌 그룹도 ‘오감을 통한 체험 마케팅’으로써 영상과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뉴진스의 브랜드 이념은 “시대를 불문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아 온 아이템인 ‘청바지(Jeans)’처럼,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것.

이에 따라 단순히 10대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냈다. X세대부터 Z세대까지 아우르는 콘셉트로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체험 기반 프로모션 방식으로 출발부터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에서의 체험을 위해 데뷔와 동시에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이 화제가 되었다. 지난 8월 중순 여의도 더현대백화점에 마련된 뉴진스의 팝업 스토어는 갓 데뷔한 걸그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그 수가 1만 7,000여 명에 달했는데, 일부 팬들은 장장 6시간을 기다려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팝업 스토어의 모든 기념품과 장치들은 레트로 감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가 있다. 각종 스티커로 장식된 CD플레이어, 공중전화 부스의 수화기를 통해 듣는 음악, 실제로 인화한 3×5 사진과 90년대 잡지풍의 화보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포닝(Phoning)’이라는 팬 전용 앱을 출시해 자신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Phoning’은 ‘Phone’과 ‘ing’의 합성어. 자신의 팬이 될 이들이 새로 출시된 앱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사용자 경험을 쌓아 나가는 데 서툴지 않은 디지털 친화적인 소비자라는 걸 염두에 두고 마련한 서비스인 셈이다.

앱의 구성 역시 레트로풍 디자인과 장치들로 가득하다. 음악 외에도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사진과 짧은 클립, 멤버들이 주고받는 채팅, 공식 일정을 볼 수 있는 캘린더가 있다. 무엇보다 캘린더 활용법이 독특하다. 팀의 공식 일정 알림 기능(‘Hurt’ MV 공개, KBS 제49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 등)과 개개인의 SNS 타임라인(하늘 보기, 쿠키 만들기, 연습 열심히 하기 등)이 혼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뉴진스를 디지털로 한층 더 가까이 체험하게 한 것이다.

©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명품 브랜드들의 팝업 레스토랑

명품 브랜드들의 체험 마케팅 역시 흥미롭다. 이들은 최근 자신들의 브랜드를 걸고 식당을 오픈했다. 구찌의 ‘구찌 오스테리아’는 이태원 ‘구찌 가옥’에서 미슐랭 최고 등급인 3스타 셰프가 만든 요리를 선보였다. 예약은 오픈된 지 4분 만에 마감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하게 했다.

루이비통 역시 청담동 쇼룸인 ‘루이비통 메종’ 4층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지난 5월에 한 달여 간 운영한 팝업 레스토랑은 정식 오픈을 하기도 전에 모든 시간대가 매진됨은 물론, BTS 멤버인 제이홉이 방문하는 등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가 내놓은 음식은 어떨까’ 궁금해 하는 이들로 인해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어 9월, 청담동에 두 번째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자마자 30만 원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예약권에 웃돈까지 붙었다. 이들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디자인과 매장, 스토리를 통한 브랜드 체험을 중심으로 럭셔리를 만들어왔기에, 체험 마케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명품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에게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 진입 장벽이 낮은 식음료 분야로 그 브랜드 경험을 확장한 것이다.

브랜드 팬덤은 이제 제품을 이용하는 순간뿐 아니라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대감 속에서 자라난다. 그리하여 구찌 가옥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구찌 스니커즈를 꿈꾸고, 루이비통의 비건 정신이 담긴 꽃비빔밥을 먹으며 루이비통 백을 추앙하는 것이다.

©구찌 오스테리아

©구찌 오스테리아

“브랜드 팬덤은 이제 제품을 이용하는 순간뿐 아니라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대감 속에서 자라난다.”

전통 브랜드의 체험 마케팅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전통 브랜드들 역시 체험 마케팅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객경험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죽염을 만들어 죽염은 물론, 각종 생활용품과 건강식품, 죽염식품까지 생산하는 ‘인산가’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는 높기로 유명하다. 사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매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구매율이 높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인산가는 죽염 생산 시설이 있는 경남 함양에 체험 시설을 만들어 전통 방식의 죽염 생산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함은 물론, 죽염이 들어간 음식을 제공하고, 숲 체험 및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웰니스 호텔에서의 하룻밤 등 죽염을 매개로 한 힐링캠프를 운영한다. 이 캠프를 다녀온 사람들은 소금을 아홉 번 굽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죽염에 양념된 각종 음식들을 맛보며 관련된 인산의학 강의를 듣고, 지리산 자락의 둘레길을 걸은 뒤 산속에서 잠에 든다. 자연스럽게 인산 죽염의 효능을 믿고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체험 마케팅 덕분에 2021년 인산가의 매출은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일품요리와 인스타그래머블 공간으로 승부

인스턴트 라면과 카레를 만드는 전통 식품회사 오뚜기의 체험 마케팅도 독특하다. 오뚜기는 논현동의 조용한 골목길에 ‘롤리폴리 꼬또(Rolypoly Cotto)’라는 브랜드숍을 냈다. 자그마한 레스토랑 어디를 둘러봐도 오뚜기의 로고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오뚝이 모양의 다양한 소품들이 오뚜기 브랜드숍임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오뚝이는 이 레스토랑의 이름에 있다. 롤리폴리는 영어로 오뚝이를 뜻하고, 꼬또는 이태리어로 벽돌집을 뜻한다.

이 식당의 메뉴는 라면과 카레다. 그런데 좀 다른 것은 오뚜기가 만드는 식품과 식재료를 넣어 알라까르떼(일품요리)로 변신시켰다는 것이다. 오뚜기의 진비빔면으로 만든 육회비빔면, 오뚜기 열라면으로 만든 우삼겹 파채라면, 오뚜기 카레로 만든 오징어 먹물 크림카레가 그것이다.

전통 식품업체 오뚜기의 새로운 브랜드 체험은 이뿐이 아니다. 이 공간은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하다. MZ세대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30~40분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지만,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다. 건물 안쪽 정원에는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각종 오뚝이 콘셉트의 오브제와 굿즈들로 가득하다.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어색하지 않다. 롤리폴리 꼬또는 이처럼 MZ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오뚜기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발견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를 알리는 공간이 아닌, 발견을 통해 체험하는 새로운 오뚜기의 브랜드 공간인 것이다.

©오뚜기

잊지 못할 체험으로 마음을 움직이다

사실 이러한 체험 마케팅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개념이 아니다. 1990년대 말부터 브랜드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적 특징이나 편익 이외에도 고객들이 오감을 통해 총체적으로 브랜드를 인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때문에 체험 마케팅을 통해 잊지 못할 체험이나 감각을 경험하게 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시도를 해왔다.

1980년 말 스타벅스의 성공은 전적으로 체험 마케팅에 의한 것이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단순히 커피 한잔 마시는 공간이 아닌, 집이나 일하는 공간과는 다른 스타벅스만의 문화를 체험하는, 제3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카페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 늘 같은 커피향이 흐르는 공간, 커피에 어울리는 재즈음악과 가벼운 음식을 제공하는 감성적 공간, 원목 느낌의 의자… 인테리어 역시 집과는 다른 편안한 스타벅스만의 고객 경험을 만드는 요소였다.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고객 체험을 만들어내는 스타벅스는 당시 최고의 체험 마케팅 사례였고,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고객 경험을 통해 성공한 브랜드들을 연구한 뉴욕 컬럼비아대학 번 슈미트 교수는 1999년 체험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제품의 특징이나 제품이 주는 단순한 이익을 말하는 과거의 마케팅과 달리, 고객은 브랜드와 관련해 새로이 접하는 체험을 통한 인상적인 기억과 감각을 경험함으로써 브랜드를 기억하고 향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 슈미트의 5가지 유형의 체험 마케팅

팬데믹으로 인해 각광받는 체험 마케팅

이러한 체험 마케팅은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감각 마케팅의 형태이다. 감각 마케팅은 고객의 미적 접근의 감각을 자극할 때 느끼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둘째, 감성 마케팅이다. 감성 마케팅은 고객의 기분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감성적인 자극을 통해 브랜드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한다. 셋째, 지성 마케팅이다. 지성 마케팅은 고객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여 고객에게 창의적으로 접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넷째, 행동 마케팅이다. 행동 마케팅은 체험 행동을 하는 데 다양한 선택권을 주어 육체적 자극과 감각적으로 자극되는 느낌들을 보다 극대화하여 고객에게 능동적 행동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섯째, 관계 마케팅이다. 관계 마케팅은 브랜드와 고객 간의 상호적이고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도록 브랜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여기서 ‘감각·감성·인지’는 모두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체험들로, 이러한 체험을 이끌어내려는 마케팅 캠페인은 개별 고객들의 감각·감성·창의적 인지를 목표로 삼고 이루어진다. 반대로 ‘행동과 관계’는 사회문화적으로 공유된 것이다.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체험적 혼합물과 타인과 공유된 체험적 혼합물이 합쳐져서 총체적 체험이 되며, 체험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은 총체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험 마케팅이 최근 들어 각광받게 된 것은 코로나19와 무관하지 않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은 가상세계 속의 경험을 한층 더 심화시켰고, 우리 일상의 패러다임을 디지털 가상세계로의 변화를 가속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판매를 위한 기능적 공간으로서 오프라인의 역할은 상당 부분 온라인이 대체할 수 있지만, 브랜드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서 온라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즉, 팬데믹이 브랜드에게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온라인 속에서 제품과 서비스 경험의 차별화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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