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이자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삼정회계법인)의 감사부문 유통소비재산업본부 상무로 ‘2022 미래 리테일 혁신 세미나’에서 ‘유통산업 트렌드’를 발표 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넘어 주문 즉시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배달과 유통 서비스의 경계를 허문 퀵커머스 시장에 관련 기업의 진출이 증가하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앞으로 퀵커머스가 배송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그 추세를 살펴본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간단한 장보기도 온라인으로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고, 더 빠른 배송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유통업계는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익일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을 넘어 주문 즉시 배송하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퀵커머스는 퀵(quick)과 이커머스(e-commerce)의 합성어로, 주로 근거리를 대상으로 도보·오토바이·자전거 등을 이용해 1~2시간 이내에 빠르게 배달하는 서비스 형태를 말한다. 이커머스의 핵심이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이었다면 퀵커머스는 빠른 배송 속도가 핵심 경쟁력이다. 퀵커머스는 주로 근거리 배송에 적합한 도심의 소형 물류센터나 주거지 인근 근린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주요 배송 품목은 식품이나 생필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퀵커머스 시장은 2020년 250억 달러 규모였고, 2025년에는 약 7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5년 5조 원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푸드 딜리버리 업체 위주로 전개되었던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및 식품 기업 등이 진출하며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 치열한 속도 전쟁과 함께 퀵커머스 시장 선점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며 비즈니스 형태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다양한 업계에서 퀵커머스를 도입하며 편의점·대형마트·H&B스토어 등 유통업체를 비롯해 푸드 딜리버리, 식품 기업에서도 치열한 속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유통업체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 역량을 활용하여 배송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 중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월마트와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물류를 내재화해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기업으로 꼽힌다.
월마트는 소비자가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주문 후, 결제 시 ‘익스프레스’ 배송을 선택할 경우 기존 점포를 활용해 2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을 배송 거점으로 삼고, 매장 반경 500미터를 기점으로 30분 이내 배송을 목표하고 있다. 국내 유통 기업 중에서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가 2시간 내 배송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물류 내재화를 통한 진출은 속도를 보장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오프라인 매장 및 배송 역량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추진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하여 일부 기업의 경우,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두 기업 간 제휴를 통해 각 사가 가진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푸드 딜리버리와 유통업체가 파트너십을 체결할 경우, 상품 재고 운용과 물류센터 구축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버이츠나 딜리버루 같은 푸드 딜리버리 기업이 까르푸, 세인즈베리 등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것이 그 예다.
스타트업들은 한층 더 빠른 배송으로 퀵커머스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가 시행된 동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며 단기간에 성장한 이들 스타트업은 10~20분 내 초고속 배송을 외치며 퀵커머스 시장 내 차별화를 도모했다.
초고속 배송 서비스의 타깃은 급하게 생필품이나 식료품이 필요한 사람들 혹은 도시에 사는 바쁜 1~2인 가구 소비자이다. 초고속 배송을 내세운 스타트업은 주요 도시에 자체적으로 구축한 촘촘한 물류망을 기반으로 초고속 배송 혹은 10분 배송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주로 다크스토어 형태로 도심 곳곳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고 배달원을 상주시켜 주문 즉시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통해 상품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퀵커머스 격전지로 꼽히는 유럽 퀵커머스 시장에서는 고릴라스(Gorillas), 플링크(Flink), 게티르(Getir) 등의 스타트업이 경쟁 중이다. 고릴라스와 플링크는 2020년에 설립되어 단기간에 유니콘으로 성장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인스타카트(Instacart)와 고퍼프(Gopuff)가 퀵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두 기업 모두 기업 공개를 고려 중인 상황이다.
퀵커머스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고정비로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 단독으로 살아남기에 쉽지 않은 구조이다. 국내에서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처럼 추가 투자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퀵커머스 스타트업은 기업 매각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에 따라 자본력을 보유한 퀵커머스 기업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하게 일어나며 퀵커머스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이 퀵커머스 비즈니스에 뛰어들며 시장이 과열된 만큼 지배적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퀵커머스 기업 간 우열 다툼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퀵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규모 유통 기업의 경우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단숨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기업을 선별하여 퀵커머스 시장 내 지배력 강화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이미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 점포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 내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퀵커머스 시장은 2강 혹은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승기를 잡게 될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퀵커머스의 편리함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은 이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주문 건당 단가 향상, 안정적인 상품 공급 등, 퀵커머스에 나선 기업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 속도 경쟁을 넘어 수요 예측 역량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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