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시대,
끊임없이 진화하는
서비스

글. 정화선

일본 트렌드 칼럼니스트이자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생활에 밀접한 소비재와 리테일 산업에 대한칼럼을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사지 않고 삽니다>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 등의 책을 썼다.

최근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40조 1,000억 원으로 54.8% 성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콘텐츠 중심에서 나아가 유형의 재화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을 구독으로 채울 수 있게 됐다.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가능해지다

초기의 구독 서비스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하였으나 최근 수년간 유형의 재화 즉, 물건의 구독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 취향을 저격한 옷을 골라서 보내주는 서비스, 매달 차종을 바꿔 탈 수 있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 집으로 커피나 술을 보내주는 서비스 등 의식주를 아우르는 전 영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물건이 넘쳐 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소유 여부에 집착하지 않는다. 제품으로 인한 효용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내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다. 자동차를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모빌리티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내 이름으로 소유한 차가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구입할 때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자동차를 바꿔가며 타는 것이 가능하니 자동차를 구입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2020년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구독 서비스의 확장의 기폭제가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술 구독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엄선된 전통주를 보내주는 ‘술담화’와 전문가가 선별한 와인을 보내주는 ‘퍼플독’은 국내의 대표적인 주류 구독 서비스이다. 이들은 단지 술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것을 넘어 술을 만든 양조장의 스토리, 전통주나 와인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 궁합이 좋은 음식 등의 정보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술을 마시는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하였다. 특히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데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가격으로 집에서술을 마시는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구독 서비스는 다시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옷, 액세서리, 커피 등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어 큐레이션해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다. 이들은 구매 의사결정의 빈도가 높은 제품들로, 고객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구독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맡긴다. 구독 서비스가 내 취향을 정확히 짚어내고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보내줄 것이라 믿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 때문에 소비재의 구독 서비스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자동차, 그림, 가구 등 비싼 내구재의 구독 서비스다. 내구재는 의사결정의 빈도가 낮고 구입하는데 큰 비용이 드는 제품들이다. 최근의 구독 서비스는 비싼 내구재를 일시적인 기간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고객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적정 수준의 가격으로 다양한 자동차, 가구 등을 사용해볼 수 있도록 즉,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따른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준다.
바쁜 현대인은 이러한 가치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

취향 저격 제품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다

사람마다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따른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준다.

바쁜 현대인은 이러한 가치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구독 서비스는 평소에는 시험해 보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제품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종류가 무궁무진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도 제각각인 제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커피를 들 수 있다.

커피 시장의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 또한 고급화되고 있다.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고 싶지만 점포에서 파는 커피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거나 혹은 어떤 커피를 마셔야 할지 모르는 경우,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저격하여 커피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 대표격인 서비스는 미국의 트레이드 커피(Trade Coffee)다. 2018년 시작한 서비스로 400종 이상의 원두 제품 중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엄선해서 보내준다. 트레이드 커피는 홈페이지의 설문 응답을 통해 고객의 취향을 파악한다. 고객은 현재 커피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기구를 사용해 커피를 내리는지, 커피에 우유나 설탕 등을 첨가하는지 등 5~10가지의 문항에 답하고 트레이드 커피는 개개인에게 맞는 원두를 제안하고 배송한다. 소비자는 커피를 맛본 뒤에 홈페이지에 피드백을 전달하고 트레이드 커피는 고객이 전달한 피드백 데이터를 쌓아가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정교하게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추천한다. 트레이드 커피는 소비재 구독의 표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개개인의 니즈를 파악하여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주는 구독 서비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헤어 케어 브랜드 펑션오브뷰티(Function of Beauty)는 고객의 헤어 타입에 관한 설문 결과에 근거하여 맞춤형 샴푸를 만들어 준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들은 개개인에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거나 혹은 만들어 주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퍼플독

©술담화

©술담화

©Trade Coffee

엔데믹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사는 곳도 구독한다

2019년 일본에서는 ‘한곳에 정착해 머물며 살다’라는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민 벤처 기업의 구독 서비스가 화제가 되었다. 어드레스(ADDress)라는 주거 구독 서비스는 월 4만 4,000엔 (약 44만 원)을 내면 일본 전국에 위치한 민박 시설을 언제든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2019년 4월, 13개 시설로 사업을 시작한 어드레스는 현재 숙박시설을 210개까지 확대하였다.

어드레스는 ‘앞으로는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 거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며 일하는 장소의 제한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도 월 44만 원에 다양한 곳에서 살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된 프리랜서와 1인 사업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재택근무와 워케이션이 확산되면서 서비스 신청자가 쇄도하기 시작하였고 신청자 중 대부분은 회사원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별해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도 다수 등장하며 비즈니스 모델 또한 진화하고 있다.

구독의 시대, 제품을 단순히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거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등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만족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의 취향과 안목,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경험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추어 구독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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