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기업 더에스엠씨그룹 산하 더에스엠씨 콘텐츠연구소 소속으로 소셜 미디어 콘텐츠와 밀레니얼 Z세대 트렌드를 연구한다. <숏폼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의 공저자이며, 경제경영서적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의 기획, 편집을 담당했다.
바야흐로 웹 콘텐츠 시대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앉아있던 풍경은 아득해진 지 오래다. 커뮤니티에서는 유튜브의 장면이 밈(meme)으로 돌아다니고, OTT를 구독하지 않으면 웬만한 대화조차 끼기 어렵다. 그중 가장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예능이다. 웹예능은 웹(web)에 맞춰 기획되고 웹에서 송출되는 웹 전용 예능 프로그램을 뜻한다.
웹예능은 TV 예능이 뉴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가령 유튜브 채널 <골때리는 너튜브> 콘텐츠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편집본이지만, <문명특급>은 SBS디지털뉴스랩이 제작하는 웹예능이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나 티빙 <여고추리반>처럼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10분에서 30분으로 편당 호흡이 짧으며 하나의 에피소드를 집중적으로 다뤄 기존에는 쉽게 볼 수 없던 시도와 도전이 잦다. 가령 카카오TV <플레이유>는 인터랙티브 예능을 표방한다. 라이브 방송을 먼저 진행하고 이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시청자가 작가의 역할을 맡는다. 유재석이 의상과 콘셉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시청자가 투표로 이를 결정한다. 그가 어디서 무얼 할지에 대한 지령도 시청자의 몫이다.
실물 경제와 연계한 방식도 있다. 달라스튜디오가 최근 <네고왕>의 스핀오프로 론칭한 <사달라>가 그 예다. 모든 상품을 4달러(한화 약 5,000원)에 딜(deal)하는 과정을 담는다. 시리즈 한 편이 공개되고 3시간 후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에서 판매가 진행된다.
그렇지만 이 안에서도 많은 콘텐츠가 시청자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일부는 그렇다 할 성과 없이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에 백기를 들었다. 망(亡)에 이유가 있다면, 흥(興)에는 전략이 있다. 대세를 타고 비상 중인 웹예능 콘텐츠에 날개가 된 전략은 무엇일까.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은 케이블 채널 iHQ 장수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석)>의 스핀오프 웹예능이다. 동명의 유튜브 채널에서 2년간 주 1회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로, 여전히 채널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와 화제성을 자랑한다. 시즌제로 휴식기를 갖는 웹예능에서는 보기 드문 케이스다.
<운동뚱>은 1화가 처음 공개되던 2020년부터 흥했다. 성공 공식이라 불리는 3요소를 잘 따랐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서사다. <운동뚱>은 <맛녀석>에서 사뭇 무리한 먹방 스케줄을 소화하는 멤버들의 건강을 우려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시청자와의 친밀감을 기반으로 한데다 ‘먹기 위해서라면 운동해야 한다’라는 일종의 미션을 부여해 공감대를 쌓았다.
두 번째는 캐릭터다. 김민경이 멤버들 대신 메인이 된 데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가 <맛녀석> 5주년 기자 회견장에서 책상에 고정된 벌칙 아령을 힘으로 들어 올린 날, 호쾌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매체를 탔다. 시청자는 거기서 매력을 봤고, 곧 ‘민경장군’이라는 부캐를 만들어냈다.
서사와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마지막 관문인 세계관에 진입한다. 그날 이후 민경장군은 복싱, 격투기, 축구부터 필라테스, 테니스까지다채로운 종목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도전과 성공’이라는 플롯(plot)을 만들었다. 회가 거듭될수록 타고난 ‘근수저’, 못하는 운동이 없는 ‘민경 유니버스’와 같은 밈이 생겨나며 화제를 낳았다. 밈을 주제로 한 캡처 이미지, 짤(gif), 숏폼(short-form) 영상 등의 재생산 콘텐츠는 <운동뚱>이 웹예능계 ‘장수 시리즈’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콘텐츠 공식을 떠나 인물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의 모든 것 No.19 안정환 유튜브’라는 카피를 내건 유튜브 채널 <안정환 19>는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안정환이라는 ‘스포츠인’의 IP에 의존한다. 능숙한 방송감 덕에 재미 포인트는 겉돌지 않고 스포츠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가장 인기가 높은 시리즈는 <원포인트레슨>인데, 안정환이 일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전 기술을 가르치는 포맷이다. 조회 수는 물론이고 ‘좋아요’나 댓글과 같은 시청자 인터랙션이 매우 높다. 댓글에는“한국에서 커리어 정점을 찍은 선수의 강의를 듣다니 소중한 경험”, “자극적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 진정성 있는 콘텐츠”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그런가 하면 스포츠 ‘스타’로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의 <꽉잡아윤기-Kwakyoongy>, 배구선수 김연경의 <식빵언니 김연경 Bread Unnie>, 농구선수 허재 부자의 <코삼부자 by 허웅 허훈 허재> 등은 스포츠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예능형 콘텐츠를 선보인다. 브이로그, 챌린지 등 소재를 활용하여 일반 시청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그 중 <꽉잡아윤기-Kwakyoongy>는 쇼츠(Shorts,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1분 내외 영상 전용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채널이다. 쇼츠가 밀레니얼과 Z세대의 사용 빈도가 높고, 확산이 빠른 포맷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리한 선택이다. 스포츠를 근간으로 한 IP가 웹예능과 만나 어떻게 ‘콘텐츠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웹예능은 변화가 필요할 때 과감하게 변주를 주며 성공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전략은 ‘하나’인 셈. 웹이라는 말부터 그렇다. ‘(복잡하게 연결된)-망’을 뜻하는 어원부터 촘촘하게 얽힌 듯해도 결국 ‘한 줄’로 이어진 모양새까지. 그러니까, 결국 웹 콘텐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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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쇼츠 #MyBTStory 챌린지 ©꽉잡아윤기-Kwakyoo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