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리그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MZ세대들의 핫플레이스인 성수동 카페 거리에서 KBO 팝업스토어를 11일간 운영했다. 기존에 시도한 적 없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오픈은 어떻게 기획되었고, 또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KBO의 과거와 현재, 내일이 공존했던 특별한 공간의 이야기를 KBO 콘텐츠팀 남정연 차장으로부터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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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팝업스토어는 리그 40주년을 기념하면서 ‘KBO’ 라는 브랜드를 좀 더 특별하게 홍보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이전에 야구 굿즈의 경우 KBO나 구단 자체 로고,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고, 종류도 제한적이기 마련이었습니다. 여기에 ‘KBO가 하는 건 딱딱하고 틀에 박혀 있고 지루하다’는 편견도 있었고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 최근 트렌드에 맞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감각적인 KBO 리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 참여형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는 이벤트를 만들고 싶었죠.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KBO 리그의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체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리그의 젊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동시에 야구를 잘 모르는 MZ세대들도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야구장으로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그들이 열광하는 문화 속으로 들어가 야구를 알리자!”라는 마음으로, KBO의 역사와 야구를 통한 즐거움과 소통이 공존하는 팝업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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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이 시작된 3월부터 개최 시기를 정하고 장소 물색부터 콘셉트 기획, 파트너 미팅 끝에 6월 30일부터 11일간 성수동 카페 포제에서 KBO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어떤 콘셉트로 팝업스토어를 구성하고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원한 것은 40년의 역사만을 보여주는 전시관도 아니고, 굿즈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스토어의 개념도 아니었거든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콘셉트는 저희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팬들의 감성을 자극할 KBO만의 내러티브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한 끝에 ‘굿즈’와 ‘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KBO 40년 역사의 순간이 담겨 있는 과거 굿즈와 야구용품 등 KBO만의 내러티브 컬렉션을, ‘야구’라는 키워드가 감각적으로 표현된 공간에 시각적으로 풀어내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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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진행하는 팝업스토어여서 접근 자체가 막막했어요. 우리의 기획을 취지에 맞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대행사 한 곳에 작업을 일임하기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죠. 감사하게도 우리의 취지에 공감한 많은 분이 기꺼이 프로젝트에 동참해주셨고, 일러스트 디자인은 조인혁 작가, 팝업 컨설팅과 굿즈 기획 및 제작은 팀포지티브제로, 팝업스토어 운영 관리 등은 별도의 대행사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팝업스토어가 열린 11일간 찾아주신 총 8,500여 명의 관람객들이 우리 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평균 780명 이상, 주말은 1,100명 이상, 방문객이 가장 많았던 마지막 토요일은 1,460명이 넘는 분들이 팝업스토어를 맘껏 즐겨주셨죠. 타 브랜드 프로모터 경험이 많은 분께 들어보니 유명 브랜드도 하루 방문객 수가 200~300명이면 정말 많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관람객과 그들이 보여준 높은 관심에 놀랐고, 덕분에 KBO 팝업스토어가 더욱 빛나는 공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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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부터 공간 구성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주제를 정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Sliding to Your Life’는 올 시즌 KBO가 발표한 캐치프레이즈였는데요, 야구에서 도전과 승부, 짜릿함이 공존하는 슬라이딩의 의미를 담아 야구 그 이상을 향해 팬들의 삶 속에 열정적으로 다가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KBO 리그는 시범경기부터 한국시리즈까지 7개월 이상 리그가 진행되고, 경기 또한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치러지죠. ‘KBO 리그는 지난 40년 동안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고, 더 나아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스포츠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미가 ‘Sliding to Your Life’라는 스토어명에 고스란히 녹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40주년을 기념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함께 표현하기 위해서는 뉴트로 감성의 디자인이 적합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 KBO 로고와 캐릭터를 모티브로 활용하면 어떨지 조인혁 작가님께 의견을 드렸고, 너무나 만족스러운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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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가 완성되기까지, 조인혁 작가님의 역할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뉴트로 아트 워크의 대표 디자이너이신 만큼 올드 로고와 캐릭터,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해 KBO 리그의 40주년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MZ세대 감성에 맞게 만들어 주셨어요. 조인혁 작가님의 일러스트 디자인을 기반으로, ‘야구’를 상징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든 공간을 구성하고 다양한 굿즈도 제작했습니다.
팝업스토어는 지하 1층 전시, 1층 굿즈 판매, 3층 포토존으로 운영됐습니다. 팝업스토어의 메인이었던 지하 1층 전시 공간은 KBO의 역사를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아카이브 센터에서 여러 번 선별 과정을 거친 기록물 20여 점을 전시했고, 미니 도슨트 형식으로 관람객 안내를 진행했죠. 1층에는 KBO 굿즈 전시 및 판매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3층 포토존은 촬영 순서가 오기까지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상황도 발생했는데요, 팬 분들께서 불평 없이 기다려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KBO는 이번 팝업스토어 굿즈 판매 수익금 전액인 1,500여만 원을 한국 메이크어위시재단에 기부했고, 기부금은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부자가 KBO가 아닌‘KBO 팬 일동’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이 한국 야구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팬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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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의 모든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홍보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특히 성수동은 각종 팝업스토어의 격전지라 불릴 만큼 ‘핫플레이스’입니다. MZ세대들이 야구장으로 오지 않는다면 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직접 가서 KBO 리그를 홍보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성수동을 고집했습니다. 전시나 굿즈 판매 스토어 중 하나를 택하고, 그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공간에서 진행했다면 방문자 수나 판매량에 부담이 컸을 것입니다. 처음 진행하는 팝업스토어인 만큼, 방문자 수에 대한 예측 자체도 어려웠기에 카페같이 평소 방문자가 있는 복합 공간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시간을 내어 찾아오시는 팬 분들도 많았지만, 우연히 팝업스토어를 보고 방문한 근처 직장인, 주말 나들이객도 꽤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KBO 팬들뿐만 아니라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KBO’라는 브랜드를 알리고자 했던 저희 전략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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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가지를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썼어요. 앞서 언급했지만, 처음이라 걱정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도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을 꼽자면, KBO 팝업스토어 어디에 가더라도 ‘사진을 찍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것, 그리고 팬서비스 차원의 선물 증정이었습니다.
요즘 ‘핫한’ 공간이 있으면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아무리 멀어도 시간을 내 찾아가잖아요. KBO 팝업스토어 곳곳에서도 많은 인증샷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친구나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가져와 촬영하는 분들도 많아서 뿌듯했습니다. 팝업스토어에서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기계로 뽑는 랜덤 선물이나 무료 증정 엽서, 스티커를 받고 진심으로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팬 분들께서 경기 외적으로도 다양한 참여형 팬서비스를 원하셨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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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였고,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팝업스토어 한 번으로 야구팬이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리그가 눈에 띄게 성장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취지대로 ‘KBO 리그’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KBO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 팬 분들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평가도 있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요. 40주년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 품목이 다소 적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고, 방문자 수 예측이 어려워 일찌감치 품절된 굿즈도 있었습니다. 또 서울 외 지역에 계신 분들은 온라인 판매에 대한 의견도 주셨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고, 다음 행사 때는 이런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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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물론 올스타전도 ‘Fan First’를 최우선 가치에 두고 진행했습니다. 현재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MZ 위원회를 운영 중이고, 대학생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과 KBO 리그 40년 역사를 추억하는 야구팬 사진 공모전 등 팬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선수협과 함께 젊은 팬들이 좋아하는 e-스포츠를 활용해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KBO 40주년을 기념하는 팝업스토어였던 만큼, 매년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게 될지는 미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팝업스토어 운영을 통해 팬들의 니즈를 확인한 만큼, KBO 리그만의 내러티브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고 팬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40년의 역사 속에서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KBO 리그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은 한국 야구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