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사람들의 말과 글로 이루어진 빅데이터 분석가.
이야기를 좋아한다. 데이터는 결국 이야기이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데이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2018년부터 저서 <트렌드 노트>를 출간하고 있다.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아니다. 개인미디어 시대에 우리 브랜드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면 개인이 우리 브랜드를 자발적으로퍼 날라야 한다. 이때의 질문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할까?”가 아니라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까?”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개인의 삶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개인인 나의 정체성을, 가치관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바이럴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 아니라 관련성이다. 개인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사회적 가치가 전달되기를 원한다면 10년 연구 성과가 아니라 사람들의 손으로 직접 참여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나요?” 필자가 어제 참석한 어느 포럼에서 받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도 많이 받는다. “우리 브랜드는 월 100건 정도밖에 언급되지 않습니다. 우리 브랜드에 대해서 사람들이 왜 말하지 않을까요?”
내가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질문을 했다고 생각해 보자. ‘넌 어떤 친구를 좋아해?’, ‘넌 왜 나에게 관심이 없어?’ 관심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지만 관심이 없는 데는 이유가 없다.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를 주지 못한 것이다. 브랜드 관심도도 마찬가지다. 언급량이 급증하는 브랜드에는 이유가 있지만 언급량이 줄어드는 데는 이유가 없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울트라 바닐라 라떼’를 선택한 이유는 말할 수 있지만 ‘노르말 녹차 라떼’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없다. 누군가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다면, “왜? 내가 선택했어야 해?”라고 반문할 것이다.
우리 브랜드가 사람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확산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두 가지 전제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바이럴의 주체는 대중이 아니라 개인이다. 개인은 브랜드의 대변자가 아니다. 개인은 자신의 삶을 대변한다. 따라서 개인미디어에 올라오는 브랜드는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아니다. 개인미디어 시대에 우리 브랜드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면 개인이 우리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퍼 날라야 한다. 이때의 질문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할까?”가 아니라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까?”가 되어야 한다. 전달되는 이야기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지금부터 그 특징을 알아보자.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에서는 매주 주목 받는 브랜드와 키워드를 추출한다. 지난 주 대비 이번 주 언급량의 상승 정도를 점수화하여 가장 점수가 높은 브랜드 상위 10개를 주간 단위로 도출하는 브린(Brand Rising Index&Norm) 서비스이다.
매주 상승하는 브랜드를 보면 크게 두 가지 결이 있다. 하나는 브랜드가 발신한 콘텐츠를 소비자가 퍼 나른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에서 의도하지 않았는데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브랜드 관련 이야기를 생성해서 확산된 경우이다. 소비자는 왜 자발적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가? 다시 말해 시키지도 않았고 돈을 받지도 않았는데왜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언급하는가?
첫 번째는 나의 라이프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4주에 ‘LG전자 스탠바이미’ 브랜드가 급상승 브랜드 2위를 차지했다. 한 소비자가 올린 “엘지전자 진짜 잘 하네. 이거(LG룸앤TV) 34만 원. 스탠바이미도 진짜 잘 만들었어. 올 상반기 최고 잘 산 제품이야”라고 말한 트윗이 확산된 결과이다.
이 소비자는 이 제품이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들어맞는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이 제품을 잘 샀다고 말할 때, 내가 누구인지 단박에 이해시킬 수 있다. 내가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 이동형 TV가 필요한 라이프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나의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경우다. 6월 3주차 커피빈-비건 오트밀크, 6월 4주차 풀무원-비건 만두가 급상승 브랜드 10등 안에 들었다. 이 제품, 이 브랜드에 대한 선택은 내가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말을 전하는 방식은 이렇다. “나는 가능하면 기존의 것을 비건으로 선택하려고 한다. 이번엔 만두, 풀무원 비건 만두로 바꾸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전달하는 것은 풀무원에서 비건 만두가 나왔음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특정 제품을 소비하며 가치관을 드러낸다. 그리고 같은 가치관을 드러낸 이들과 연대한다. 이 경우는 “#나의비거니즘일기”로 연대하였다.
©LG전자
©인스타그램 / ©커피빈
세 번째는 내가 이 브랜드를 응원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 브랜드가 잘 하고 있는 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다, 나는 이 점을 알아본 소수에 속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 나는 이러한 점을 알아본 사람이다. 어떤 면에서 브랜드를 응원하는 것은 나의 라이프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안고 있다. 예를 들면 5월 2주차 왓챠-언어가 급상승 브랜드로 등극했다.
“왓챠 좋은 점: ‘보고 싶어요’, ‘나중에 평가하기’ ‘재밌게 보신 작품과 비슷해요’ 이런 깔끔한 언어로 기능을 구성함. 찜, 하트, today’s pick! 이딴 말 안 씀”
왓챠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왓챠의 마니악적인 면과 잘 통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왓챠를 알아보는 나는 마니악적 콘텐츠를 지향하는 방구석 평론가이다.
6월 2주차 샘표-과일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샘표차가 액상과다를 넣지 않은 점을 칭찬함과 동시에 액상과다를 피하고자 하는 나를 보여준다. 이와 같이 소비자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신의 가치관을 보여주고 싶어서, 특정 브랜드의 특정 내용을 응원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생성한다. 소비자의 라이프가 먼저, 거기에 부합한 브랜드가 그 다음이다.
브랜드에서 아이돌과 같은 셀럽을 이용하여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급상승 브랜드에 드는 경우는 아이돌 팬들이 기존에 알고 있었던 아이돌의 캐릭터를 잘 활용한 경우이다. 아이돌의 팬들은 ‘맞아, 맞아. OO이는 저런 친구지, 알지 알지. 나는 저것을 알아보는 OO이의 팬이지, 브랜드도 이걸 알아봤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메시지에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공감하기 때문에 말을 얹는 것이다.
웃긴 콘텐츠가 확산되기 쉽다고 말한다. 웃는다는 것도 공감의 표현이다. 어느 개그우먼의 ‘도를 아십니까 롤플레잉 ASMR’이 크게 확산되었다. 이 롤플레잉 영상에 웃는 이유는 나도 한 번은 그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아무리 진짜여도 가르치려고 하면 아무도 자기 미디어에 실어주지 않는다. 개인들에게 발견되어야 하고 공감을 받아야 한다. 확산되는 콘텐츠의 비밀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다.
©왓챠 / ©샘표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가 확산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 아니라 관련성이다. 스포츠 선수와 경기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해당 스포츠에 관심이 없거나 스포츠를 관람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은 개인미디어를 통해서다. 개인미디어에 실리는 내용은 본인이 참여한 행동이다. 경기의 승리를 축하하며 열린 유통사의 프로모션, 편의점에서 파는 선수 얼굴이 새겨진 한정판 맥주,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굿즈, 경기 관람이 아니라 나들이 목적의 경기장 방문은 스포츠 덕후가 아닌 사람들이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경기 결과를 알리고 싶다면 업계 뉴스를 통하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개인미디어에서 회자되기를 원한다면 소비자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친구를 사귀려면 멀리서 진정성 있게 기도하는 것보다는 친구의 동선 속에 들어가서 친구를 자꾸 만나야 한다. 관건은 진정성이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사랑은 빈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