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
디지털 편의성을 만나다
피지털

글.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그린스보로(UNC-Greensboro) 마케팅 전공 부교수. <리테일의 미래>, <리:스토어(Re:Store)>,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를 집필했다.

더현대서울의 언커먼스토어와 삼성동 코엑스몰 내 이마트24무인매장의 공통점은? 피지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피지털’이란 물리적 공간(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로 체험이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과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 간의 결합을 의미한다. 엔데믹 전환 이후 소비자의 억눌린 공간 경험 수요가 폭발하며, 유통산업 중심으로 피지털 마케팅 붐이 일고 있다. 주요 사례들과 함께 피지털 전략에서 유의할 점을 살펴본다.

피지털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라는 유기농 슈퍼마켓에 갔더니 셀프체크아웃 코너 옆에 아마존 원(Amazon One) 결제기가 보였다. 아마존 원은 소비자의 손금 정보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다. 한국의 세븐일레븐에서도 몇 년 전, 로봇 브니를 도입한 적 있다. 로봇 브니에 손을 올리면 손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결제 방법은 카드를 꺼내 기계에 삽입하거나 모바일 페이를 위해 전화기를 꺼낼 필요도 없이 그냥 손바닥을 스캔하면 끝나기 때문에 편리하다.

모바일 페이도 물론 편의성이 높아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모바일 페이 이용 규모는 3억 3,000만 명 인구의 45%(1억 1,400만 명)에 이른다. 한국에도 애플페이가 도입되며 삼성페이와 함께 모바일 페이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모바일 결제시스템 이용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2022년 기준 14억 인구의 85.4%가(11억 9,500만 명) 모바일 페이를 이용하는데, 이 수치는 2016년 67.5%(9억 4,500만 명)에서 6년 만에 약 20%나 늘어난 것이다.

아마존 원 결제나 모바일 페이 모두 오프라인에서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도입되었다. 이렇게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하되(Physical) 디지털(Digital) 기술을 결합하는 접근을 피지털(Physital)이라고 한다. 참고로 옴니채널은 온·오프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나(Omni)의 채널로 느껴지는 경험을 의미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과는 다른 개념이다.

2018년 세븐일레븐에 시범 설치된 로봇 브니 ©롯데정보통신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하되(Physical)
디지털(Digital) 기술을 결합하는 접근을
피지털(Physital)이라고 한다.”

홀푸드마켓에 설치된 아마존 원 ©AMAZON

피지털 핵심은 ‘소비자 편의성의 극대화’

피지털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선 대면 주문 대신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이 익숙하고, 아마존고(AmazonGo)나 이마트24 같은 일부 매장에선 결제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피지털은 기업들이 고객경험 향상의 측면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콘셉트다.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 디지털화, 메타버스를 위시한 가상현실 관련 붐은 오프라인(피지컬)이 사라지 않을까라고 의문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인간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기업들에게 관건은 보다 더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취향과 선호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인데, 그 해결방안 중 하나가 바로 피지털이다.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도 편의성을 높인 피지털을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아마존 원의 경우도, 고객의 불편함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인 것이기 때문에 점차 확산된다고 볼 수 있다.

피지털의 또 다른 형태로 계산원이 없는 매장, 흔히 말하는 무인매장도 결제과정에서 줄서기가 최소화되거나 줄 설 필요 자체가 없는 경험이다. 뉴욕의 아마존고+스타벅스 매장이 좋은 사례다. 2018년 론칭된 아마존고는 앱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들어가서 쇼핑을 하고 ‘그냥 걸어 나오면(Just Walkout)’ 몇 분 후 영수증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컴퓨터비전과 머신러닝 기술들이 소비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어떤 물건을 들고 나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와 함께 협업을 맺은 매장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음료 픽업+아마존고 쇼핑+아마존고 안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 공간에서 커피나 아마존고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아마존고와 협업한 스타벅스 매장 ©스타벅스

더현대서울의 언커먼스토어나 삼성동 코엑스몰 내에 운영 중인 이마트24의 무인매장 또한 아마존고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아마존 대시카트(Amazon Dash Cart)’라는 스마트카트는 무인매장의 초소형 버전으로 상품을 카트에 담으면 상품을 인식해 카트에 부착된 액정화면에 구매품목과 가격 정보가 뜬다. 쇼핑을 다 마친 후 부착된 결제기기로 결제를 마치면 쇼핑이 완성된다. 즉, 피지털 경험은 ‘소비자 편의성의 극대화’가 핵심이다.

아마존 대시카트(Amazon Dash Cart) ©amazon

피지털 경험의 진수, 아마존 스타일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피지털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시연한 모습을 보여주어 의사결정 과정을 도와주는 것으로, 패션과 뷰티처럼 상품을 직접 착용·시연하기 전에는 상품을 잘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 카테고리에서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미국 노드스트롭 백화점에 도입된 ‘트라이 온(Try On)’ 코너나 글로벌 뷰티 리테일러 세포라(Sephora)가 매장에서 립스틱 같은 것을 시연한 모습을 보여주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시연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한편 상품 선택을 도와준다. 한국의 이니스프리 강남역점에서도 유사한 뷰티 AR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캘리포니아에 오픈한 아마존 스타일(Amazon Style) 패션 매장은 피지털 경험의 진수를 보여준다. 매장 내 상품들은 QR코드가 부착되어 있어 스마트폰으로 자세한 상품정보를 얻을 수 있고, 착용을 원하는 상품은 사이즈를 선택해 피팅룸에 보낼 수 있다. 이후 피팅룸에 상품이 마련되어 있다는 메시지가 전송되고,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피팅룸에 들어가 보면 요청했던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피팅룸 안에 마련된 터치스크린으로 선택된 상품을 가지고 AI 알고리즘으로 추천되는 상품, 또는 다른 사이즈를 피팅룸에서 받아 착용해볼 수 있다. 이후 원하는 상품을 결제할 때는 아마존 앱으로 간편히 구매를 마친다. 즉 입장부터 결제까지 오프라인 채널의 감성과 특성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한층 더 향상된 버전으로 혁신하였다.

2023년 4월, 미국의 대형 유통마트 ‘타깃(Target)’은 드라이브-업(Drive-Up)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료품을 마트 주차장에 주차한 고객의 차로 가져다 실어주는 서비스다. 구매 시 드라이브-업 옵션을 선택하고 주차장에 도착해서 도착 알림을 보내면 직원이 주문된 상품들을 차로 가지고 와 실어준다. 고객은 매장에 들어갈 필요도, 계산대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아마존 스타일 내부 ©amazon

아마존 스타일 피팅룸 ©amazon

첨단 기술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피지털은 오프라인 경험의 향상과 개인화된 쇼핑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고 중요한 전략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모든 피지털 전략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아마존고의 경우 첫 선을 보이며 2021년까지 3,000여 개의 아마존고를 오픈할 것이라고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2023년 초까지 불과 29개 매장을 운영했고, 그나마 8개를 철수한다고 최근 밝혔다.

그 주요 이유는 소비자들의 (예상보다) 미지근한 반응과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천장의 수많은 카메라로 매장 입점 고객의 움직임을 추적해 컴퓨터비전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영상처리하는 과정 등 매장 자체에 들어가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비용이 약 10억 원에 달하는 고비용이다. 게다가 무인매장을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용을 위해서는 아마존 계정이 필수적이고, 편의점 규모의 아마존고의 상품구색(MD)이 미흡해 소비자들의 재방문 유도가 높지 않았다. 아마존에게 아쉬운 결과로 남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신 아마존은 스마트카트와 손바닥결제 시스템 아마존 원을 더 확장할 것이라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즉, 피지털 경험은 필수적으로 첨단 디지털 기술, 즉 리테일테크(RetailTech)에 기반하지만, 기술 자체에 더 방점을 두는 경우 야심차게 추진한 피지털 전략들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 소비자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대신 고객들의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술을 도입하고, 그 기술이 제공하는 경험의 반응과 고객데이터를 가지고 피지털 경험을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세포라(Sephora)가 매장에서 립스틱 시연한 모습 ©Sephora

CONTENTS :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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