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기업의 전제 조건,
3C

글. 이승윤

디지털문화심리학자, 건국대학교 교수.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 <디지털 시대와 노는 법> , <구글처럼 생각하라> , <공간은 경험이다> 외

요즘 잘나가는 기업들이 갖추고 있는 공통점? 바로 3C다. 콘텐츠(Contents)·커뮤니티(Community)·커머스(Commerce)의 3C는 어느덧 성공 기업의 전제 조건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들의 어떤 특징이 이들 3C를 갖춘 기업들을 성장하게 했을까. 또 성공 기업들은 3C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3C에 집중하는 기업들, 그 이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 ‘오늘의집’, ‘무신사’와 같은 커머스(Commerce) 플랫폼 기업부터 ‘나이키’와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기업에 이르기까지… 성공 기업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3C를 기반으로 한 고객 경험 혁신이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많은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 3C에 집중하고 있다. 3C는 콘텐츠(Contents) · 커뮤니티(Community) · 커머스(Commerce)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지금 성장하는 기업들은 단순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잘 파는 것을 넘어서서, 좋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고, 이를 기반으로 핵심 고객들의 정확한 니즈가 반영된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 안에서 효율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커머스의 기능을 잘 수행한다는 의미다.

2021년 5월 ‘대학내일’이 전국 만 15~40세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70% 이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 44%는 매일 해당 커뮤니티에 접속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고 대답했다.

왜 기업이 3C를 기반으로 한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지금 시대를 흔히 ‘초개인화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미센트릭(Me-Centric; 자기중심적인)한 성향을 가진 개개인들이 뚜렷한 자신의 취향을 발전시켜 나가며, 해당 취향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가입,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대라고 하겠다.

D2C 위해 미디어 커머스로 진화

과거의 기업들은 그들의 핵심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알릴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작한 후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과 같은, 그들의 타깃 소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뉴미디어에 광고 형태로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D2C(DTC; Direct To Consumer)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미디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내는 기업이 나날이 늘고 있다. 그들의 핵심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교류하는 커뮤니티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렇듯 플랫폼 기업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미디어 커머스(Media Commerce)’이다. 단순하게 좋은 제품들을 모아 큐레이션해서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는 e-커머스 플랫폼을 넘어서서, 이제는 미디어처럼 운영되는 커머스 플랫폼을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디어 커머스는 글자 그대로, 미디어(Media)와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것으로, 기업이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한 후 이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고객들을 기업이 운영하는 핵심적인 플랫폼에 오도록 만드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오늘의집’ ‘마켓컬리’ ‘무신사’의 공통점

3C 전략을 기반으로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 중 하나는 ‘오늘의집’이다. 오늘의집은 2014년 자신의 집을 타인들에게 자랑하는 일종의 ‘랜선 집들이’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월간순이용자수(MAU)가 500만 이상인, 국내 최대 인테리어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오늘의집의 가장 큰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늘의집 플랫폼에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집을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집을 올리다보니, 이곳을 커머스 플랫폼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일종의 집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 커뮤니티적인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오늘의집은 수준 높은 집꾸미기와 관련된 다양한 ‘읽을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제공한다. ‘노하우’ 세션에는 “2년 동안은 예쁘게 살고 싶어”와 같은 MZ세대들의 욕망이 담긴 읽을거리들이 제공되고, ‘집들이’ 세션에는 자신의 집을 예쁘게 꾸민 고수들의 인테리어 관련 정보들이 ‘온라인 집들이’란 이름 하에서 콘텐츠 형태로 제공된다.

오늘의집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다른 영역에서 역시 3C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커머스 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품 분야에서는 ‘마켓컬리’가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적인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패션 분야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거래액 1조 2,000억 원을 넘기며, 한국 패션계의 아마존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3C를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무신사는 스스로를 단순한 커머스 회사가 아니라, 패션 분야의 트렌디한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이자,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일종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소개한다. 무신사는 PD와 작가들을 데리고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의 흥미로운 패션 콘텐츠들을 만들어 플랫폼 내에서 제공한다. 동시에 외부의 패션 크리에이터들을 끊임없이 키워나가며, 패션에 관심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일종의 패션 커뮤니티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금 성장하는 기업들은
좋은 콘텐츠로 고객과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의 기능을 잘 수행한다.

나이키, 전용 앱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

©Nike

스포츠와 관련된 기업들 역시 최근에 3C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플랫폼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다. 나이키는 나이키 닷컴(www.nike.com)이란 온라인 사이트와 더불어 리미티드 에디션 스니커즈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니커즈(SNKRS)’라는 전용 앱 역시 운영한다. 이 앱을 다운로드하면, 한정된 수량으로만 출시되는 다양한 리미티드 에디션 스니커즈와 관련된 다양한 드로우(응모) 행사들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앱을 통해 끊임없이 독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특별하고 의미 있는 나이키 스니커즈를 소개하는 ‘Kickcheck’와 같은 코너부터 나이키의 역사를 품은 대표 상품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비하인드 더 디자인’과 같은 코너까지, 다양한 콘텐츠들이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태로 고객들에게 제공된다.

나이키는 매일 ‘나이키 닷컴’을 들어와 나이키의 대량생산·획일화된 제품들을 들여다보는 소비자들이 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정판 제품들에 관련된 흥미로운 콘텐츠를 매력 있는 방식으로 만들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한다면, 나이키에 관심 있는 젊은 소비자들을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찾아오게 만드는 ‘콘텐츠’이기에, ‘SNKRS’와 같은 독자적인 콘텐츠에 중점을 둔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나이키는 단순하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을 뛰어 넘어서서, 커뮤니티적인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최근 나이키의 성장 전략 중 하나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해서 전달하는 고객 경험 혁신에 있다. 그 결과로 나온 대표적인 산출물이 바로 ‘나이키 런 클럽(Nike Run Club)’이란 나이키가 만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나이키가 전달하고자 하는 고객 경험의 본질

나이키가 전달하고자 하는 고객 경험의 본질은, 더 많은 고객이 그들의 제품을 신고, 입고 운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다만 이제는 단순하게 좋은 신발과 좋은 옷을 만들어 파는 커머스적인 행위만으로 그들의 임무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키란 브랜드를 끊임없이 궁금해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제품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독자적인 콘텐츠들을 생산해 내서,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그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오도록 만드는 콘텐츠 제작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나이키 런 클럽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들을 만들어, 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을 연결시켜서 다양한 혁신 경험들이 창출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이키뿐만 아니라, ‘홈트레이닝 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펠로톤 역시 콘텐츠를 통해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혁신을 일으켰다. 즉, 정기 구독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제품인 스피닝 기계나 트레드밀 등 운동 기구들의 우수성을 담은 콘텐츠가 아니라 지루할 수 있는 운동을 가능한 한 신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다. 강사들의 한 편의 예능 쇼 같은 클래스 등이 그것이다.

프로스포츠와 3C, 가장 중요한 건 ‘팬 소통’

한편, 프로스포츠 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그것을 즐기는 팬들 간의 소통 관계다. 2017년, LG 트윈스는 11년 만에 새로운 BI를 만들었지만, 팬들은 구단의 소통 방식에 만족하지 않은 듯하다. 팬들은 새로운 BI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사전에 팬 커뮤니티를 좀 더 긴밀하게 들여다보고 소통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반대로, 2020년 FC서울은 당시 K리그 구단 유일하게, 팬들과 선수간의 다양한 소통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 전용 플랫폼을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단순하게 일방향성을 띠는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팬들이 즐길 만한 독자적인 콘텐츠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선수와 팬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팬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바로 프로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 하겠다.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나이키 런 클럽(Nike Run Club)

언젠가부터 조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모바일 앱이 ‘나이키 런 클럽’이 되었다. 나이키 런 클럽 앱을 다운로드하고 실행하고 뛰면, 뛰는 재미가 배가 된다. 뛰는 동안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지, 어느 정도 거리를 뛰었는지와 같은 러닝 정보들이 끊임없이 전달된다. 운동하기 싫은 날이면, 앱 안에서 제공되는 ‘러닝 가이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유명 러닝 코치의 음성이 나오고, 이들의 섬세한 가이드 아래에 조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서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와 함께 뛰는 고객 경험을 할 수 있다. 운동을 지속시키고, 운동하는 데 지치지 않도록 하는 훌륭한 러닝 파트너를 ‘연결’시켜주는 커뮤니티적인 가치를 제공해 준다. 러닝이 끝나고 나면, 그날 조깅한 코스를 지도를 통해 보여주고, 평균 페이스와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태웠는지도 보여준다.

이런 매일의 조깅 기록들은 나이키 런 클럽을 통해 차곡차곡 쌓인다. 단순하게 혼자 이 기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인스타그램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날의 조깅을 끝내고 난 후 자신이 뛴 코스를 나이키가 제공하는 스티커로 예쁘게 꾸며서 공유한 사진들이 있다.

또 조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앱에서 서로 모여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 ‘챌린지’라는 이벤트도 끊임없이 만들어 제공한다. 챌린지에 참여하면, 전 세계의 챌린저 정보를 볼 수 있다. 챌린지를 완수한 사람들에게는, 리미티드 에디션 운동화 등의 리워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앱 내에 있는 ‘클럽’에 가서, 조깅을 좋아하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고객 경험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끊임없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나이키 제품에 노출되고, 그들의 운동 패턴에 맞는 나이키 제품을 추천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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