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A&M교수.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 박사 학위를 받은 스포츠 전문가. 스포츠 관중 심리를 중심으로 감성과학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연구를 수행 중이다.
3C(Contents, Community, Commerce)는 잘나가는 기업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처럼 3C 상호간 선순환을 일으켜,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익으로 이어지는 해외 프로스포츠 단체 사례들을 소개한다.
온라인의 접속 열기와 현장감을 오프라인 매출로 이어주는 플랫폼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정된 고객의 접속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모든 채널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이른바 옴니채널 마케팅(Omnichannel Marketing)이 고객소통과 관리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선도하는 브랜드들은 저마다 각기 차별화된 콘텐츠로 접속 트래픽을 모으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하며, 거래가 이루어지는 커머스까지 한 번에 관리하는 웹사이트와 앱을 앞세운다. 3C에 대한 개념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기술 발전을 통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를 관리하면서 브랜드들은 보다 일관되고 효과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와 관련된 콘텐츠와 커뮤니티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각종 하이라이트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펴져 나가고, 다양한 웹사이트와 온라인 카페를 통해 커뮤니티가 유기적으로 형성되었다. 여러 채널을 통한 데이터의 범람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수의 메시지가 노출되는 작금의 상황은 스포츠 조직들에게 위기로 인식될 수 있다. 이때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정착시킴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변환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복합적이고 동적인 스포츠 콘텐츠 생태계에서 구단이나 리그가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각 구단과 리그는 콘텐츠 생산의 주체로서 공식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정통성과 정당성(Legitimacy)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스포츠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에게 가장 일차적이고 공신력 있는 재원이 되는 동시에 문화선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품위(Social Authority)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공식 플랫폼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구매 및 소비가 이루어지는 구매처의 대명사 격(Top-of-mind awareness)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달성하는 것은 구단과 리그 입장에서 커다란 도전이 될 수 있다. 반면에, 팬들이 어디에 있든지 통합된 플랫폼으로 유입하는 옴니채널 마케팅을 정착시킨다면 지속적인 팬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동력과 자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마케팅 전략 개선과 도전정신으로 프로스포츠 플랫폼을 업데이트하고 있는 구단과 리그들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옴니채널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스포츠 팀의 한 예로 맨체스터 시티 FC를 들 수 있다. 올해 맨체스터 시티는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 유니폼 판매, 중계방송 정보 등을 홍보했다.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이 캠페인은 100만 명 이상의 팬들이 팀 콘텐츠와 상호 작용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단적인 예시를 넘어서 맨체스터 시티가 만든 플랫폼의 성공 요인들을 알아보자.
첫째, 맨체스터 시티의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App)은 상호보완적으로 설계되었으며 다양한 접점을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두 채널의 콘텐츠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통해 스포츠 팬들에게 원활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디자인과 담론의 일관성은 사용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
둘째, 맨체스터 시티 플랫폼의 품질관리는 고급화된 이미지와 함께 정당성과 신뢰감을 부여한다. 그들의 앱은 프리미엄 제품처럼 보이고 느껴지도록 디자인되었으며, 앱의 콘텐츠 역시 고품질로 제작되었다. 이는 팬들과 신뢰를 쌓고 앱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 인터페이스 향상, 접속속도, 콘텐츠의 해상도 및 내용 모두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그들은 자체 e스포츠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업로드를 통해 플랫폼 내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진행한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의 팬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의 플랫폼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색깔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에 노출된 다음 세대 팬들은 팀과 더욱 친숙해지고 커뮤니티 내에서 소속감을 향상하게 된다.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긍정적인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맨체스터 시티 FC 앱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소비자들에게 구독료를 받고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그가 있다. 바로 전미 농구 협회, NBA다. 물론 무료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미국 3대 스포츠 리그 가운데 유일하게 어린 세대의 유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NBA의 유료 서비스에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년 9월 NBA는 새롭게 디자인한 NBA 앱을 런칭했다. NBA 앱은 기존의 리그패스(League Pass)와 NBA TV의 플랫폼의 역할뿐만 아니라, 단문 및 장문의 콘텐츠를 통해 팬과 팀간의 소통을 도모하는 통합된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한다. 이 앱은 때로는 NBA의 팬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앱의 역할도 수행하며, 세로형 콘텐츠와 인스타그램 및 틱톡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NBA의 구독 서비스는 프리미엄 리그 패스와 일반 리그 패스 두 가지로 나뉜다. 기본 NBA 리그 패스의 연간 구독 요금은 99.99달러(USD)이며, 월간 요금은 14.99달러다. 반면 프리미엄 리그 패스는 연간 129.99달러이며, 월간 요금으로 19.99달러다. 이는 이전 앱 런칭 이전 가격과 비교해 약 50% 저렴해진 것이다. 두 가지 패스의 주요 차이점은 영상 시청 시 광고 노출 유무와 하나의 기기에 추가로 동시에 사용 가능한 기능에 있다. 이 패스는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NBA 리그의 모든 경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NBA 역사에 관한 단독 콘텐츠부터 리그 패스 전용 방송 및 스트리밍 옵션, 맞춤형 경기 요약, 원하는 장면을 원하는 방식으로 시청하고 실시간 통계까지 전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NBA는 ‘NBA ID’라는 새로운 멤버십 프로그램을 앱과 함께 출시했다. 이 멤버십의 특징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팬들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NBA ID 멤버십은 무료로 가입할 수 있으며, 혜택은 오직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경기 티켓, 비하인드 콘텐츠 시청, 그리고 올스타팀 선발에 대한 투표권을 갖는다. 플랫폼을 통해 커뮤니티의 현장감과 존재감을 높인 사례다.
NBA ID 멤버십 프로그램은 NBA의 새로운 멤버십 제도로,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검색은 적거나 검색 없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NBA 앱의 목표이자 특징이다. ©NBA
NBA 앱은 소셜미디어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팬들에게 친숙한 사용법뿐만 아니라, NBA TV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NBA
미국 3대 리그 중에서 젊은 세대의 유입에 관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스포츠 종목이 메이저 리그 야구(MLB)다. 가장 많은 경기 수 대비 가장 느린 게임 진행으로 어린 팬들의 관심을 사지 못하고 있다. MLB는 무려 20여 년 전부터 인터넷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경험이 있지만, 이는 주로 기존 팬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런칭한 MLB.com과 MLB.TV는 3C를 활용한 옴니채널 마케팅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MLB의 공식 앱은 앞서 설명한 두 스포츠 단체의 앱과 마찬가지로 앱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채널을 제공함으로써 팬들의 커뮤니티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각 소속 팀들의 경기 티켓, 라이선스 상품, 그리고 선수들의 용품 경매까지 최소한의 정보검색으로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실시간 중계에는 애니메이션 기반 기술들을 재현함으로써 경기와 관련된 데이터와 각종 상황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특히, MLB에서 운영하는 볼파크(Ballpark) 앱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경기티켓을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방문 시 앉은 자리에서 음식도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볼파크 앱은 MLB 아이디(ID)와 연동되고, 원하는 팀을 지정하면 해당 팀 구장의 지도 및 메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기장 안에서의 상호작용이 손바닥 안에서 이루어지면서 경기장 분위기의 경험에 일조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해외 스포츠 단체의 사례에는 3C와 옴니채널 마케팅의 노력들이 녹아 들어있다. 팬들과 더욱 강력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통합을 기반으로 웹과 앱 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접점마다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와 메시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관된 이미지와 담론은 사용자가 통합된 플랫폼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며, 그 편안함은 친숙함으로 이어져서 반복된 사용 패턴을 이끌어낸다. 팬들의 사용습관을 유도하면서 긍정적인 팬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깊은 참여도와 충성도를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도적인 플랫폼에는 반드시 실험적인 시도들이 있었다. 소개된 해외 사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내에서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기 전에 생각난 제한점들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팬들이 경기 중에 통계를 공식 앱에서 확인하고 자리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통신망 관리와 공신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체 기능 수립이나 협업 등에 있어서 품질관리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한 예로,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는 아직까지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되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 긴 줄을 서는 것보다 음식을 사서 들고 들어가는 게 팬들로서는 더 편하다. 미국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소비자들이 경기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마저 직접관람 경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엄격한 규정의 적용과 공신력 있는 운영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경기 티켓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것은 스포츠의 핵심적 일차 소비자인 직접 관람객과의 거래와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좋은 좌석의 경기 티켓을 구매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티켓을 구매하는 전체적인 과정의 경험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암표’를 되파는 것은 불법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경기 티켓이 재거래 되는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이 합법적으로 활발히 운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손쉽게 표를 재판매할 수 있는 이러한 플랫폼들이 점점 더 구단과 리그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2차 시장은 시즌 티켓 회원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다. 모든 경기를 참석하기 힘들고 지인에게만 주기 보다는 합법적인 2차 시장의 수요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표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인 시즌 회원권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2차 시장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미래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3C 관리의 시너지 효과는 의심할 여지없이 지속적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더 깊은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잊을 수 없는 팬 경험을 극대화시킬 것이다. 혁신적 IT 서비스의 적용방안을 고민할 때 우리의 스포츠 기반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협회와 구단 그리고 유관단체들이 긴밀하게 공조해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