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문가. X세대의 영향력에 대해 분석하고 <영 포티, X세대가 돌아 온다>를 집필했다. 세대 분석과 트렌드로 데이터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MZ세대 이후 새로운 트렌드 리더로 ‘잘파(Zalpha)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잘파세대’란 1995~2009년 사이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Alpha)’세대를 합친 신조어다. 잘파세대는 MZ세대를 하나의 세대로 묶어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등장한 단어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가 너무 광범위해 하나의 행동양식이나 소비성향을 정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잘파세대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시기에 성장해 어떤 세대보다도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세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 리더, 잘파세대를 주목해보자.
잘파세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미래의 소비층을 잡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호주 매클린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알파세대가 매주 250만 명씩 태어나고 있다. 2025년이면 22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30년에는 전 세계 노동인구 중 잘파세대가 45%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명실상부하게 다음 세대의 소비와 생산을 이끄는 주력 세대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자료: 매클린들연구소
출생년도별 세대 구분 및 특징
잘파세대가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완전히 대중화된 세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 세대다. 어린 시절을 아날로그 세상에서 보낸 밀레니얼세대와는 결이 다르다. 최첨단 기술을 어려서부터 경험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이들 중 특히 알파세대는 Z세대보다도 디지털에 익숙한 ‘선진적 디지털 세대’라고도 한다. 유아기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자란 세대다. 아날로그 방식을 경험한 적이 없고 디지털이 전부인 디지털 온리(Digital-Only) 세대다. 자연스럽게 게임·메타버스·AI 등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에 빠르게 적응하고 손쉽게 다룬다. 코딩 교육을 받은 경우도 많고,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익숙하다. 그만큼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잘파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 상위 10개 중 절반 이상이 엔터테인먼트 및 SNS 앱으로 나타났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 4월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1020연령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카카오톡(1,445만 명), 유튜브(1,420만 명), 네이버(1,284만 명), 인스타그램(941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사용시간이 364억 분이었으며, 가장 자주 사용한 앱은 카카오톡(270억 회), 인스타그램(81억 회), 유튜브(60억 회)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뿐 아니라 생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유튜브·틱톡·로블록스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로서 수익 창출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는 상당수의 구독자를 거느린 키드인플루언서(Kidinfluencer)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주도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잘파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출처: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잘파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연령에 비해 구매력이 높다는 점이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부모의 집중적인 돌봄을 받고 부유하게 자라났기 때문이다. 잘파세대의 부모는 밀레니얼세대다. 개인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밀레니얼세대의 아낌없는 돌봄과 투자를 받고 성장한 잘파세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소비에 있어서도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가치소비 성향이 강하다.
자연히 명품 소비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명품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아이돌에 큰 영향을 받는데, ‘명품 언박싱’이나 ‘명품 쇼핑 브이로그’ 등 명품 소비를 콘셉트로 한 잘파세대 유튜버나 10대 인플루언서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첫 명품 구매 연령은 평균 15세다. 밀레니얼세대보다 3~5년 빠르다. 보고서는 2030년에는 잘파세대가 세계 명품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한다.
명품뿐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소비를 지향하며 친환경·젠더리스·재미 등 신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일상생활이 거의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SNS에서 화제가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빠르게 반응하며 소비 자체를 놀이처럼 즐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발빠른 기업들은 재미를 우선시하는 잘파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빵빵이
잘파세대를 공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더현대 서울이다. 더현대 서울은 웹툰에서 애니메이션,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각종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는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 오프라인까지 방문과 구매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진 잘파세대의 호응을 얻으며 ‘팝업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인기 유튜브 캐릭터 ‘빵빵이’의 생일파티를 콘셉트로 한 팝업스토어에는 4일간 1만 명이 다녀갔다. 생활 속 에피소드를 B급 감성 개그로 녹여내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빵빵이의 팝업스토어에서는 ‘춤추는 빵빵이 인형’, ‘아크릴 스마트톡’, ‘빵빵이 수면안대’ 등 약 15종의 굿즈를 오프라인 단독으로 선보이며 잘파세대의 ‘오픈런’을 유도했다.
식품 앱 중 CU의 ‘포켓 CU’와 GS의 ‘나만의 냉장고’ 등 편의점 앱은 알파세대와 Z세대 모두에서 설치 수 상위 10위권에 포함되며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잘파세대가 자주 찾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편의점도 온라인을 넘나들며 고객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GS25는 지난 8월 ‘제1회 천하제일 갓생대회’를 열고 편의점을 주제로 한 그림그리기, 숏폼 영상 제작, 상품 마케팅 공모전 등을 진행하며 잘파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또한 CU는 지난 8월 포켓CU 앱에서 ‘그르르… 갉’이라는 제목의 이벤트를 실시하며 편의점 의자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그르르… 갉’은 플라스틱 편의점 의자를 끌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로, 편의점 의자에 앉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진실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SNS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벤트다.
세대별 사용 식품 앱 TOP 10
순위 | 알파세대 | Z세대 | M세대 | X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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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배달의민족 | 배달의민족 | 배달의민족 | 배달의민족 |
2 | 포켓CU | 배달요기요 | 배달요기요 | 배달요기요 |
3 | 배달요기요 | 쿠팡이츠 | 스타벅스 | 쿠팡이츠 |
4 | 나만의냉장고 | 스타벅스 | 쿠팡이츠 | 스타벅스 |
5 | 쿠팡이츠 | 버거킹 | 마켓컬리 | 마이홈플러스 |
6 | 세븐일레븐 | 마켓컬리 | 이마트 | 이마트 |
7 | 맥도날드 | 나만의냉장고 | 버거킹 | 마켓컬리 |
8 | 마켓컬리 | 맥도날드 | 마이홈플러스 | 이마트몰 |
9 | 이마트몰 | 포켓CU | 이마트몰 | 롯데마트GO |
10 | 버거킹 | 메가MGC커피멤버십 | 나만의냉장고 | 버거킹 |
©CU
GS25 제1회 천하제일 갓생대회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작품 이미지 ©GS리테일
8월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10명 중 5명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유스앱을 통해 처음 금융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대비 활발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잘파세대를 선점하기 위해 금융권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0년 출시된 카카오뱅크 mini는 만 14~18세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로,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출시 1년 만에 누적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스도 2021년 만 7~16세를 대상으로 한 ‘토스유스카드’를 출시해 1년 4개월 만에 발급 100만 장을 넘겼다.
10대 이하 은행/뱅킹 앱 사용자 수 변화
출처: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대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은행은 카카오뱅크(51만 명)와 토스(31만 명)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의 증가세가 주춤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 양상으로, 디지털 플랫폼의 침투가 잘파세대와 만나 금융거래의 패턴도 빠르게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잘파세대는 프라이머리(Primary), 퓨처(Future),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세 가지 마켓을 가진 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높은 구매력을 갖췄으며, 미래 소비의 최고 권력이고, 온라인 시대에 최적화돼 부모 세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잘파세대는 이제 소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온라인 활용도 및 적응도가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며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해갈 세대로, 향후 놓칠 수 없는 핵심 소비자로 부상할 것이다. 이제 기업과 마케터들도 미래 고객인 잘파세대를 공략할 온·오프라인 융합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