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을 모으는 브랜드의
3C 전략

글. 김현정

김현정 선임 컨설턴트는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에서 다양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 수행 및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국내외 기업·브랜드의 Iconic Moves를 위해 최적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콘텐츠(Contents) · 커뮤니티(Community) · 커머스(Commerce).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에게 필요한 세 가지 C이다. 이때, 핵심은 커뮤니티이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하며, 소비 활동에 이르게 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커뮤니티 플랫폼의 사례를 모아본다.

커뮤니티는 어느 순간 단순히 커뮤니티로만 머물지 않게 되었다. 브랜드가 커뮤니티에서 함께 소통하며 브랜드의 발전 과정에 고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하고, 어떤 커뮤니티는 하나의 어엿한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카카오가 카카오톡 앱 전면에 ‘오픈채팅’을 별도 탭으로 신설했다. 오픈채팅은 카카오톡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채팅방을 만들고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지난해 말 카타르 월드컵 때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버 오픈톡’은 2023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1월, 지상파/종합편성 드라마 대표 오픈톡을 출시했으며 7개월 만에 드라마 오픈톡 누적 사용자 수는 93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유사 관심사 기반의 대화를 가능하도록 해 이제 랜선 친구인 블로그 이웃과 더욱 손쉽게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카카오와 네이버의 행보는 ‘내 취향을 공유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원하는 인간의 니즈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흥행해 온 역사를 돌아보면, 이와 같은 인간의 니즈가 과거부터 꾸준히 발현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커뮤니티는 어느 순간 단순히 커뮤니티로만 머물지 않게 되었다.

브랜드가 커뮤니티에서 함께 소통하며 브랜드의 발전 과정에 고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하고, 어떤 커뮤니티는 하나의 어엿한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했다. 또, 커뮤니티의 성격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플랫폼의 탄생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1 ‘커뮤니티’의 중요성… 할리데이비슨·스타벅스·삼성전자

기업/브랜드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았다. 대표적으로, 1983년 창설된 H.O.G(Harley Owners Group)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의 열혈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이다. 이들은 함께 라이딩을 즐기고, 오토바이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등 강력한 소속감을 느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스타벅스가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라는 커뮤니티를 론칭했다. 국내에서는 운영되지 않았지만,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자유롭게 토론과 투표가 이루어지고 실제로 스타벅스의 운영, 그리고 신메뉴 제조에 활용되었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애니콜 커뮤니티 데이’를 개최했다. 국내 휴대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들을 초청해 신제품을 소개하고 운영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이벤트였다. 직접적인 타깃군, 즉 휴대폰 고관여자이자 시장 이해도가 높은 커뮤니티 운영자들과의 소통은 브랜드 입장에서 제품 혁신의 기회로 작용하고 고객 입장에서는 경험 혁신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 커뮤티니에서 브랜드로… 파우더룸·디팝·포쉬마크

다음으로 커뮤니티가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도 살펴보자. 대한민국 최초의 뷰티 커뮤니티인 파우더룸은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 10년 만에 법인 전환을 이뤄냈다. 올 4월에는 파우더룸 재팬을 오픈하며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파우더룸의 성장 배경으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와 전문성 있는 뷰티 콘텐츠를 통한 구매 전환을 꼽는다. 특히, 파우더룸의 모바일 앱이 생기면서 서비스 이용이 더 쉬워졌고, 앱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적립금 제도가 생겨나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정보성 콘텐츠로 제품을 탐색하고 합리적인 구매에까지 이르게 되는 고객 여정이 그려졌다는 평이다.

한편, 우리나라에 당근마켓과 무신사가 있다면 해외엔 디팝(Depop)과 포쉬마크(Poshmark)가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전 세계적으로 ‘패션 세컨 핸드 시장’이 급성장했고,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났다. 그 중 디팝과 포쉬마크는 패션 세컨 핸드 플랫폼이자 동시에 소셜 커머스 앱이라고도 평가받는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영국에서 자리잡은 디팝은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가진 유저가 있으면 팔로우가 가능하고, 이 유저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포쉬마크에서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서로 팔로우하고 정보를 나누는 등의 소통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포쉬마크를 ‘미국판 당근마켓’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소셜·커머스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포쉬마크의 마니시 샨드라 대표는 “포쉬마크는 커머스와 커뮤니티를 하나로 결합해 시작한 플랫폼이다”라고 말하며 이용자 간 상호작용과, ‘함께’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커머스의 발전을 자아낸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제 왜 디팝과 포쉬마크가 소셜 커머스 앱이라고 평가 받는지 이유를 알 것이다.

©파우더룸

©poshmark.com

#3 팬 커뮤니티 플랫폼 … 위버스

올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을 돌파했다는 하이브의 위버스(Weverse)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위버스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하지만 그 역할은 간단하지 않다. 먼저, 아티스트와 팬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팬들은 아티스트가 올린 게시글을 확인하고, 아티스트와 댓글이나 채팅도 주고받는다. 물론 팬들끼리의 소통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다양한 미디어와 온라인 카페 등에 흩어져 있던 콘텐츠를 한데 모아준다. 찾아 나서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아가 위버스만의 독점 콘텐츠까지 시청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앨범과 공연 티켓, 굿즈 등을 앱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커머스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다. 최근 BTS의 멤버 슈가가 NBA와 협업해 제작한 의류 컬렉션도 위버스샵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나의 앱에서 원스톱으로 총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용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는 하이브를 넘어 다른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혹은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이때, 새로운 아티스트의 유입은 또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만들어 냈다.

프로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참 많이 닮아있다. 마케팅 전략이 고민될 때는 아이돌이 어떻게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팬을 모으는지 공격적으로 펼치는 전략들을 살펴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왕왕 든다. 프로스포츠에도 선수와 팬의 관계가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가. 여러 경기를 통해 양산되는 다양한 콘텐츠도 있다. 그리고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와 관련된 굿즈를 구매하고 싶어 하는 니즈를 가진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게 된다면 어떨까? 많은 팬들이 프로스포츠 버전의 위버스가 탄생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가 나의 지향점과 닮아 있는지,
이 브랜드를 통해 나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지,
내가 이 브랜드를 사용할 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등을 고려하며 소비한다.

‘기능’ 아닌 ‘좋아요’가 만드는 ‘진짜 팬’

지금까지 3C를 갖추어 고객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획득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며 우리는 더 이상 필요한 ‘기능’을 찾아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는다. 이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가 나의 지향점과 닮아 있는지, 이 브랜드를 통해 나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지, 내가 이 브랜드를 사용할 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등을 고려하며 소비한다.

2022 <트렌드 코리아> 에서는 10대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라이크 커머스’를 발표했다. 이는 ‘좋아요’에서 시작하는 커머스를 뜻하는데, 나와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구매에 이르는, 소비자가 주도하는 소비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이 트렌드는 앞으로도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로 특정한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하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무언가로 구매를 끌어내는 과정의 반복 속에 진짜 팬이 생긴다.

©wevers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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