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는 프로스포츠의 ‘레인메이커* 될 수 있을까

OTT는 프로스포츠의 ‘레인메이커’ 될 수 있을까

글.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서 스포츠 기자로 근무했으며, 영국 드몽포트대(DMU)에서 스포츠 문화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스포츠문화사> <남북한 축구사 1910년부터 2002년까지>가 있다.

* 레인메이커(Rainmaker): 조직이나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도록 기원하던 미국 인디언 주술사를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 되었다. - 네이버 국어사전

최근까지 국내 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는 수익화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미국·일본·유럽과는 달리 오랜 기간 유료 구독자를 통한 수입이 없어 방송사들은 시청률에 따른 광고 판매만으로 수익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요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한 스포츠 전문 채널 스포티비(SPOTV)가 자체 서비스를 통해 유료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축했고, 이 가운데 손흥민이 활약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가 쿠팡플레이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여기에 티빙은 유로2020 대회를 독점 중계했다.

이에 따라 국내 OTT 업체에서도 구독자 수 증대를 위한 스포츠 콘텐츠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OTT 유료 서비스는 해외의 ‘킬러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여전히 OTT 서비스 유료화 트렌드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프로스포츠 OTT 유료화의 선결 조건

한국 프로스포츠가 콘텐츠 유료화를 위해 넘어서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정서법’이다. 이미 20~30대를 주축으로 OTT 구독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졌지만, 국내 프로스포츠의 유료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크다는 게 미디어 업계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국내 스포츠 중계가 유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계방송 도중 데이터·그래픽·과거 아카이브 영상들이 어우러지는 높은 품질의 프로그램이 제작되어야 한다고 스포츠 미디어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콘텐츠의 변화 없이 스포츠 경기의 매력만으로 국내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는 아직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프로스포츠의 OTT 유료 서비스는 각 프로스포츠 단체와 중계권사가 어떻게 공동 전략을 세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특정 스포츠 단체가 해당 종목의 유료 구독자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방송사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콘텐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프로단체가 OTT 업체와 직접 중계권 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OTT 업체는 스포츠 중계 제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결국 기존 스포츠 방송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스포츠 OTT 유료 서비스는 해외 킬러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국내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를 위해서는 스포츠 단체와 중계권사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방송사와 스포츠 단체의 파트너십 필요

콘텐츠 개발에는 제작 지원비의 전향적 활용이 핵심 요소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단체는 방송사가 제작한 영상을 재활용하고, 해당 종목 타이틀 스폰서의 미디어 노출을 활성화 시킨다는 명목 하에 방송사에 중계권료 일부를 제작 지원비 형태로 되돌려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OTT 유료 서비스가 연착륙하려면, 다양한 부가 콘텐츠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의 재원을 마련해 프로단체와 방송사가 차별화된 부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는 아카이브 영상의 디지털화, 스포츠 분석 프로그램 등이 필수적 요소로 손꼽힌다.

결국 콘텐츠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방송사와 스포츠 단체가 단순한 중계권 구매자와 판매자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 발전했을 때, 국내 프로스포츠의 OTT 유료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포츠 방송사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광고 시장의 포화로 더 이상 거액의 중계권료 지출을 통한 ‘킬러 콘텐츠’ 확보만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OTT 유료 서비스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방송사와 스포츠 단체가 단순한 중계권 구매자와 판매자를 넘어 진정한 파트너로 발전할 때, 다양한 부가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각본 있는 드라마’로

스포츠 미디어 업계에서는 “국내 프로스포츠 OTT 유료화는 단기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모델은 아니며,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첫 단계는 다양한 패키지를 갖춘 상품 구성이다. 방송사가 제작한 스포츠 콘텐츠가 OTT 업체를 통해 매력적인 유료 서비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스포츠 라이브 중계는 물론, 다시보기가 가능한 스포츠 분석 프로그램, 스포츠 다큐멘터리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의 패키지를 이뤄야 한다.

스포츠 라이브 중계의 최대 매력은 스포츠 경기 자체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스포츠 라이브 중계는 경기 시간이 끝나면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약점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각본 있는 드라마’ 형태로 서비스될 수 있는 스포츠 콘텐츠와의 패키징이 중요하다.

현재로는 OTT 유료 서비스가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의 ‘레인메이커’가 될 수 있을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프로단체와 방송사 차원에서 OTT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단체와 방송사 간의 콘텐츠 개발을 위한 공동투자, 다양한 패키지 상품 구성과 함께 현재 각 프로스포츠 종목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모델이 확립되어야 한다. 이는 향후 OTT 플랫폼에서 전개될 해외 킬러 콘텐츠와의 경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국내 프로스포츠 OTT 유료화 성공의 첫 걸음은 다양한 패키지를 갖춘 상품 구성이다. 중계는 물론, 분석·다큐멘터리·예능이 하나의 패키지를 이뤄야 한다.”

▶ 종목별·리그별 중계 현황 및 강점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는 종목별로 고유의 특징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각 종목별·리그별 특성에 따른 중계 현황 및 강점은 다음과 같다.

KPGA·KLPGA
KPGA와 KLPGA 골프 중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골프 참여자가 급상승해 대중적 스포츠 콘텐츠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더욱이 아마추어 골퍼들이 이제는 골프 경기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라운딩할 수 있는 국내 골프 코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골프 중계방송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는 게 골프 취재기자들의 전언이다.

KBO
2008년, 전 경기 라이브 중계 체제가 확립된 뒤 KBO리그는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스포츠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프로야구는 그동안 스포츠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하이라이트 분석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종목으로, 데이터와 과학기술이 접목된 중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경우 OTT 유료화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높은 편이다.

K리그
K리그의 최대 강점은 한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글로벌 OTT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K리그는 미디어센터 설립을 통해 이 같은 서비스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외적인 인프라도 갖췄다. 부가 콘텐츠의 개발이 강화될 경우 다양한 형태의 OTT 상품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KBL
KBL은 자체 OTT 서비스가 가능한 스포티비(SPOTV)가 중계권사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매력이 높아질 경우 가장 빠르게 유료 상품 패키지 구성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이다.

WKBL
WKBL은 중계권사인 KBSN과 협력을 통해 지난 2016년에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WKBL 아카이브 센터를 설립했으며, 향후 이를 활용한 OTT 서비스 개발이 기대된다.

KOVO
KOVO는 여자배구와 남자배구의 미디어 상품이 패키지로 결합되어 있다는 게 강점이며 이는 최근 중계권료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KBSN과의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놓은 상황이라 안정적인 중계는 물론 부가 콘텐츠 개발에 있어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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