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문화스포츠 분야 기자. 주로 방송 연예 미디어 관련 기사를 전하고 있으며, 특히 기획 연재 코너 ‘토종 OTT, 넷플릭스를 넘어서’를 통해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현황과 목표 등을 전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지난 6월, 쿠팡플레이가 도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퍼졌다. 중계권 확보와 관련해 수백억 원이 거론됐지만 결국 시청자의 다양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보편적 시청권 논란’에 단독 중계권 확보는 좌절됐다. 이후 포털·OTT·인터넷방송국·이동통신사 등이 온라인 중계권 협상에 뛰어들었고, 네이버·웨이브·아프리카TV·LG유플러스가 그 권리를 따냈다. 이는 최근 여러 콘텐츠 기업이 독점 콘텐츠, 즉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잘 보여준 사례로 남는다.
‘본방사수’ 시대가 저물면서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OTT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 OTT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무려 300개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경쟁 중이다.
국내 OTT 시장 역시 성장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OTT 시장은 약 7,800억 원 규모. 2012년 이후 연평균 28%의 성장을 거듭했다. OTT 이용률 역시 가파른 증가세다. 2017년 36.1%에 불과했던 OTT 이용률은 지난해 66.3%로 껑충 뛰었다. 오락·연예(69.8%), 드라마(37.2%), 뉴스(27.8%), 스포츠(21.8%) 순으로 이용자의 61.7%가 주 5일 이상 OTT를 이용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는 인터넷에 연결 가능한 ‘기기’를 기반으로 방송·인터넷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OTT로 정의한다. 기존 통신사·방송사가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도 OTT로 본다.
OTT 이용률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국내 주요 가입자 기반 OTT 매출 현황
단위: 원 / 자료: 글로벌 OTT의 진입에 대응한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 과제(최진응)
올 하반기 국내 상륙하는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까지 합세하면 국내외 OTT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경쟁 우위를 위해 국내외 OTT가 총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다.
넷플릭스가 2021년 한 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약 5,500억 원) 투자를 공표한 이후, 토종 OTT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중을 늘렸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매일 방송 3사로부터 100여 편의 신규 콘텐츠를 공급받으면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스튜디오를 출범했고, 400억 원 규모의 영화 펀드도 조성했다.
국내 최대 포털이자 1위 웹툰·웹소설 플랫폼 네이버와 손잡은 티빙 역시 올해 8,000억 원을 시작으로 5년간 5조 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8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2022년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KT의 행보 역시 공격적이다. 올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KT는 하반기에 OTT 시즌을 분사해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2023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자해 1,000개에 달하는 원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오리지널 드라마 100개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 최초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왓챠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늘린다.
이들 OTT 업계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 유형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드라마·예능·영화 등에서 벗어나 스포츠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파급력 및 신규 가입자 유입 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OTT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넷플릭스와 달리 스포츠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성장한 경우다.
국내에서는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가 론칭 초기 스포츠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했다. 쿠팡 플랫폼의 주 이용자가 30~40대(여성 57%, 남성 42%)라 타사 대비 교육과 스포츠 콘텐츠에 주력한 것이다. 쿠팡플레이 측은 “손흥민 선수의 인기 덕분에 토트넘 경기 중계 시 반응이 좋았고, 고정 팬층이 두터운 여자 배구 또한 중계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웨이브와 토종 OTT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티빙도 올해부터 스포츠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지상파 3사의 주 시청자인 30~50대를 흡수한 웨이브와 달리 티빙은 2039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이에 지난 6월 12일 개막한 유럽축구연맹 유로 2020을 티빙 최초로 단독 중계했는데,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로 2020 기간 동안 티빙의 20~30대 남성 시청자 비율은 16.44%로, 이전 한 달(14.49%)보다 2% 정도 상승했다. 티빙은 8월 개막한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도 단독 생중계하고 있다. 2021~22시즌부터 향후 3년간 국내 독점 서비스하는데,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가 ‘아시아 축구 선수들의 요람’인 만큼 남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강호동·서장훈·허재·이동국·김동현·박세리·김연경 등으로 탄생한 ‘스포테이너’ 시장과 함께 스포츠예능 제작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변화다.
프리미어리그 중계 ©쿠팡플레이
유로 2020 티빙 독점 생중계 ©티빙
분데스리가 경기 단독 생중계 ©티빙
오리지널 골프 예능 <골신강림> ©티빙
티빙은 8월 오리지널 골프 예능 <골신강림>를 선보인다. 티빙 측은 “신동엽·강호동·이수근의 출연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며 “골프가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에게 대중화된 점이 콘텐츠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야구 프로그램 <마녀들> ©웨이브
웨이브 역시 “여성 야구 프로그램 <마녀들>은 웨이브가 투자한 첫 번째 오리지널 스포츠예능으로, MBC 방영 당시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VOD 시청자 반응이 뜨거웠고 신규 가입자 유입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웨이브는 인터넷·모바일 무료 실시간 TV플랫폼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합병해 만들어진 OTT다. 2020 도쿄올림픽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한 웨이브는 ‘푹’ 시절부터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등을 중계해 왔다. 2021 KBO 리그도 중계했다. 스포츠 경기 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웨이브 측은 “OTT로 선보였던 옥수수 시절부터 경기장 전체를 초고화질로 보는 ‘5GX 와이드뷰’와 ‘한발 빠른 중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프로야구의 경우 응원팀·관심팀 설정, 해당 팀 중계 알림, 순위 정보 등을 제공하고, 여러 경기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멀티뷰, 와이드뷰 등 5GX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해 왔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스포츠 콘텐츠가 “단기간 신규 가입자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회 종료 후 잔존 비율이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으나 고객에게 OTT 이용 경험을 갖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요즘 스포츠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예능 제작을 적극 검토 중이다. 스포츠 예능 점유율이 높게 나올 뿐 아니라 스포츠 중계와 달리 비용에 대한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웨이브 측은 “스포츠 중계는 경기나 대회별 소요 비용이 천차만별이라 건별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빅 이벤트 개최 시 일시적 점유율을 높일 수 있으나 평상 시 점유율 기여도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첫 오리지널 스포츠 예능 <마녀들>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시즌2가 방영됐고, 지난 7월 16일엔 골프 소재 예능 <편먹고 공치리>를 SBS 방송에 앞서 독점 선공개했다. 웨이브 측은 “<마녀들> 시즌1은 방영 후 약 10주간 누적 시청자수 90만 명을 기록하며 오리지널 스포츠 예능의 포문을 열었다”며 “여성 축구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 골프 예능 <편먹고 공치리> 등도 점유율이 높게 나오고, 스포츠 소재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라켓소년단>도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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