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대세론을 등에 업고, 스포츠 스튜디오로

글. 노가영

<유튜브 온리>, <콘텐츠가 전부다 1, 2> 저자.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에서 콘텐츠 투자 유통을 담당했으며, 이후 통신기업에서 IPTV 산업전략, 뉴미디어 콘텐츠 투자와 OTT 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미디어 스트리밍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본인의 전문성을 다양한 산업에서 기여 중이다.

글로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OTT는 극장과 유료방송TV 사이의 보완재를 넘어 대체재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OTT 대세론과 디지털 플랫폼 과잉공급으로 인해 Contents Only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중계권과 스포츠IP를 가진 프로스포츠 구단과 연맹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장기화된 글로벌 팬데믹이 바꾼 세상

팬데믹이 장기전에 들어가며, 다양한 산업군과 개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위드코로나’에 적응 중이지만, 일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거리두기는 4단계로 진입했으니 또 다시 맥이 풀린다. 20개월 이상 지속된 코로나는 산업 전반에 걸쳐 소비 행태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자연스럽게 수요공급 체인의 변화로 이어졌다. 마트나 백화점을 방문하는 대신 쿠팡이나 마켓컬리 앱을 열었고, 온가족 극장 나들이가 아닌 IPTV나 넷플릭스의 ‘극장 동시 개봉작’을 결제했으며, 대규모의 회사 회식은 소소한 커뮤니티별 식사로 변화했다. 물론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글로벌 팬데믹이 2021년 말에 종식될 것이라는 의학적 입장을 비치지만, 이와 무관하게 언택트 중심의 소비 행태는 이젠 일상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었다.

다양한 산업군 중에서도 미디어 소비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는데, 특히 OTT 소비와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의 대중화가 눈에 띈다. 밀폐와 밀집이 주는 심리적 불안함으로 극장과 공연, e스포츠 시장의 타격이 가장 컸는데, 홈 엔터테인먼트(IPTV, 케이블TV)의 안락함을 건너뛰고, 바로 내 손안의 OTT 소비로 이어졌다. 그리고 십수년간 당연하게 시행되던 각종 대면 행사들은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대체되는 중이다. 방구석 콘서트, 랜선 음악회라는 단어 역시 더 이상 MZ세대만의 용어가 아닌 것이 되었다.

특히,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구독형 OTT 산업은 2020년 극장 산업 매출을 최초로 추월하며 전 세계 7억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한국시장으로 국한하더라도 올 하반기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의 상륙, 아마존프라임비디오, HBO맥스와 iQiyi(아이치이)의 꿈틀거림 등 그간 극장과 유료방송TV 어디쯤에서 보완재의 역할을 톡톡히 하던 OTT들이 이제 올드미디어의 대체재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쯤 되면 OTT 대세론을 부인할 이는 없다.

“밀폐와 밀집이 주는 심리적 불안함이 극장과 공연 사업에 큰 타격을 줬으나, 이는 홈 엔터테인먼트의 안락함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내 손안의 OTT 소비로 이어졌다.”

OTT 대세론이 가져온 건강한 ‘취향’ 생태계

OTT 대세론으로 인한 디지털 플랫폼 과잉은 수요공급론에 의하여 ‘Contents Only’ ‘Creator Only’ 시대를 자연스럽게 열었다. 그렇다면 기업과 서비스들이 어떤 소비자들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과거에는 가장 보편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메이저리티(Majority) 집단만을 공략하는 것이 적절했다. 쉽게는 가장 대중적인 집단이라 불린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시장이 열리고, 흔히 덕후 패턴이라 불리는 이노베이터(Innovator)의 소비 행태가 전체 산업을 선도하기도 하면서 ‘콘텐츠 보편성’에 대한 범주가 커지는 트렌드를 보인다.

즉,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면서 ‘내가 시도해본 적 없던 미드가 이렇게 재밌구나’, ‘스타 스포츠 플레이어의 다큐도 나랑 잘 맞는구나’, ‘13분짜리 유튜브 브이로그를 무시했었는데 이렇게 감칠맛 나는구나’를 학습해가면서 취향에 기반한 시청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는 8만 개의 마이크로 장르로 쪼개고, 사용자는 2,000개의 취향 그룹으로 구분한다고 하니, 지금의 미디어 시장에서 취향 기반의 고객군 분류와 콘텐츠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콘텐츠 보편성의 확장 트렌드에 대한 실례를 소개하자면,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씨를 들 수 있다. 이승윤 씨의 무대를 한번이라도 봤다면, 그가 보편성의 범주에서 상당히 벗어난 아티스트라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과거 Mnet의 <슈퍼스타K>나 MBC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심사기준으로 보자면, ‘그가 1위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꽤 자연스럽다.

이렇듯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가속화되어가는 OTT 트렌드가 심사위원을 포함한 우리 시청자들의 보편성 기준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즉, “대중픽(Pick)보다 마이픽(Pick)이 중요하고 마이픽과 내 취향이 곧 보편성”인 건강한 취향 생태계가 열린 것이다.

“급부상한 OTT에 의해 과잉된 디지털 플랫폼. Contents Only, Creator Only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마이픽과 내 취향이 곧 보편성’인 건강한 취향 생태계가 열렸다.”

고객의 시간을 뺏어라! ‘뉴비’의 과감한 베팅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세론은 플레이어들의 과잉 공급을 낳기 마련이다. 즉, 지금의 OTT 판은 기존 플레이어들에 돈다발을 들고 합류한 뉴비(새로 시작한 입문자)들까지로 시끌벅적하다. 우스갯소리지만, 인간을 ‘호모 내러티브쿠스’라고도 부르지 않는가. 이렇듯 ‘스토리’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은 OTT에서 엔터테이닝 니즈와 연결되며 영화, 드라마 등의 소비 시간을 대폭 늘려왔다. 그런데 지금 OTT 후발주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스포츠 머니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쿠팡처럼 현금 총알을 넉넉히 보유한 행복한 뉴비들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다.

지난 3월,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를 걸고 거래 시작을 알렸고 잘 알려졌듯이 5조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쿠팡이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의 외국기업 상장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또 온갖 매체에서 ‘쿠팡플레이, 도쿄올림픽 온라인 독점 중계 결렬’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터지는 것을 접한다. 시총 100조 4,000억 원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왜 뒤늦게 OTT를 하고, 심지어 빅머니가 요구되는 스포츠에 베팅하는가.

쿠팡은 흔히 ‘K-아마존’이라고 불린다. 지금 전 세계의 IT 서비스들은 산업에 무관하게 오로지 “고객의 시간을 누가 더 오래 뺏느냐”의 질긴 싸움을 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글로벌 1위의 e커머스 기업이 되었고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아마존프라임뮤직, 클라우드 서비스로 확장했다. 쿠팡 역시 e커머스를 시작으로 퀵커머스·배달사업인 쿠팡이츠, 그리고 쿠팡플레이라는 OTT까지로 확장해가며 고객을 가둬두려는 전략은 아마존의 서비스 생태계와 매우 흡사하게 해석된다. 그럼에도 도쿄올림픽 온라인 독점 중계권은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의 저해라는 이유로 결렬되었지만, 쿠팡의 스포츠 머니게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아마존’ 쿠팡은 아마존이 그러했듯 e커머스를 시작으로 OTT까지로 확장해가며, 고객의 시간을 더 오래 뺏기 위해 빅머니가 요구되는 스포츠에 베팅 중이다.”

스포츠, OTT 머니게임의 ‘진주’가 되다

필자가 과거에 수립했던 TV 미디어와 OTT 서비스의 미래 전략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트렌드와는 사뭇 다르기도, 오히려 시장이 더 빠르기도 하다.

2013년 북미시장을 지배한 OTT, 훌루(HULU)의 요하네스 라처 부사장은 “훌루는 오스카 시상식이나 오바마 대통령 연설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는 가끔 하겠지만, 실시간TV 채널 서비스는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2017년, 훌루는 결정을 번복했다. 수십 개의 TV 실시간 채널을 TV보다 더 열심히 제공한 것이다. 뒤늦게 전략 방향을 틀어 TV 시장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그런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간TV 채널의 영향력은 낮아졌다. OTT들이 실시간에 약점을 갖고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엄밀히는 시청자의 실시간TV 니즈가 더 낮아진 것이다. 이제 뉴스와 스포츠가 아니면, 라이브 스트리밍이 유명무실해졌음이 사실이다. 제 아무리 드라마 시청률 대세라는 <결혼작사 이혼작곡2>나 <보이스4>마저도 팬덤층의 대부분이 VOD로 시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츠의 또 다른 이름이 라이브 스트리밍일 것이다. 이는 국민가수 이적의 SNS에서 “지나간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만큼 김새는 일이 있으려나. ‘LIVE’라는 네 글자가 (스크린) 한 귀퉁이에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피드의 맥락과도 동일하다.

자본력과 무관하게 만년 ‘OTT 2위’라는 멍에를 안고 있는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그간 미국프로풋볼(NFL),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몸값 높은 스포츠 중계권을 제공해 왔다. 2019년에는 뉴욕 근방의 무수한 스포츠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YES 네트워크’를 인수하며, 전 세계 최다 스포츠 채널을 보유한 디즈니의 ESPN플러스와 경쟁할 채비를 갖췄다. 동시에 OTT의 고향인 미국을 시작으로, 킬러 스포츠의 생중계권이 OTT 스트리밍 판으로 대거 이동할 것임을 선전포고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판의 변화에 TV 시청률 하락으로 인한 방송국들의 자금력 악화가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즉, TV 패러다임의 전복을 코앞에 둔 지금의 미디어 판에서 스포츠는 OTT 머니게임의 ‘진주’가 되었다.

“이제 뉴스와 스포츠가 아니면 라이브 스트리밍이 유명무실하다. TV 패러다임의 전복을 코앞에 둔 지금, 스포츠는 OTT 머니게임의 진주가 되었다.”

연맹과 구단이여, 스튜디오가 되어라

그렇다면 이제 중계권 패러다임으로 들어가 보자. TV 방송국의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지상파 방송국의 광고 매출은 1조 원대로, 2002년 대비 반 토막이 났으니 꽤 가파른 하향곡선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앞서 설명된 북미시장 트렌드를 이어받아 한국의 스포츠 중계권들이 OTT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스포츠 중계권은 이미 TV 방송국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왔다. 이미 구단별로 움직임을 보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Primera Liga) 사례를 보자. EPL은 20개팀이 38라운드를 진행하는 슈퍼 리그이고, 이 중 인기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FC 등은 자체 중계가 가능한 맨유TV와 리버풀TV를 갖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유소년 팀이나 B팀 경기를 중계하는 수준이지만 구조적으로는 특정 중계권을 독자적인 프로덕션이 구매하여 직접 서비스하는 형태이다. 맨유와 리버풀의 본 경기는 딜레이 방송으로 제공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방송국 서비스보다 하이라이트는 정교하고, 매거진은 알차며, 선수들의 인터뷰와 훈련 영상 역시 더 찰지다. 이것이 소형 프로덕션이자 스튜디오의 매력일 것이다.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샤TV 역시 FC바르셀로나 같은 강호팀들의 중계권은 현지 통신기업들에게 중계권을 넘기며 빅머니를 거둬들이지만, 자체적으로도 콘텐츠를 생산하며 다양한 팬덤 모델을 만들어 수익화하고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중계권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TV 방송국의 구시대적인 중계권 계약 구조에 휘둘리지 말고 연맹과 구단 자체적으로 스튜디오가 되어야 한다. 구단과 연맹은 중계권과 선수 IP를 보유한 콘텐츠 홀더이다. 이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서비스할 경우, 스포츠 팬덤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EPL의 유니폼을 비롯한 팬덤 굿즈의 판매 규모는 BTS 굿즈 저리가라이다. 이러한 판이라면 기존의 TV 방송국들은 TV 방영권만 사가면 될 것이다. 미디어 판이 전복되었다면 중계권 시장도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뜻이다.

“TV 방송국의 전유물이 아닌 스포츠 중계권. 중계권과 선수 IP를 보유한 콘텐츠 홀더인 연맹과 구단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스포츠 팬덤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스튜디오’ 위한 연맹과 구단의 움직임

그럼에도 유럽의 중계권 시장을 한국시장에 적용하는 데는 다양한 물리적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다. 우선은 팬덤층 수요의 규모가 있다.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의 얇은 팬덤층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복잡다면한 담론일 것이나, 그간 프로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에 늘 장애가 되어 왔음이 사실이다. 다음은 재무적인 관점이다. 연맹과 구단들이 중계권을 직접 운영하거나 독립적인 스튜디오가 될 경우 자본 위주의 운영과 재무적 선순환이 가능할 때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갑게도 최근 몇몇 국내 연맹과 구단들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K리그는 2020년 미디어센터 출범을 시작으로 실시간 중계방송 송수신을 시작했고, 경기 영상에서 파생된 2차 콘텐츠 제작 등 스포츠 스튜디오로서의 역할을 갖춰가는 모양새다. 또한 지난 3월 한화이글스와 왓챠는 한화이글스의 ‘강팀’ 도전 드라마를 왓챠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 구단의 드라마 아이템을 제공한 파트너십이지만,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투자 전반으로 협업 모델을 가져간다는 측면에서는 스튜디오를 향한 안전한 첫 행보로 해석된다.

“유럽의 중계권 시장을 한국시장에 적용하는 데는 물리적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다. 그러나 반갑게도 몇몇 국내 연맹과 구단들에서 ‘스튜디오’를 향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의 ‘판’ 읽고, 미래 인프라 준비하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지배적 플랫폼이 세대교체를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OTT의 경우에는 콘텐츠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출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전통 미디어 플랫폼들과는 다르다. 이것이 바로 OTT 서비스가 D2C(Direct To Customer) 서비스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콘텐츠와 고객이 직접 만나는 직거래 세상인 것이다.

현재 미디어 산업의 생태계는 플랫폼 주도의 판에서 ‘콘텐츠’의 시대로 흐르고 있다. 이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다량으로, 즉 ‘집단화된 콘텐츠 IP’를 소유한 자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옴을 의미한다. 지난 3월, 유튜브에서 생중계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저 간담회에서 유저들이 회사가 아닌 그 게임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특정 디렉터와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열정을 보며 ‘이제 한국도 속칭 게임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처럼 게임의 퍼블리싱 주체가 아닌 콘텐츠 디렉터와 개발자 중심의 세상이 열렸구나’라는 움직임을 읽었다. 스포츠·게임·K-POP·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산업의 성숙도와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가 비례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여기에 불가항력적인 팬데믹이 가져온 ‘비대면 서비스 전성시대’는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중심의 OTT뿐 아니라 K-POP 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BTS 콘텐츠IP로 유튜브가 돈 버는 게 싫었던 하이브 엔터테인먼트(舊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Weverse)라는 팬덤 경제 플랫폼을 직접 출시했다. 디즈니가 넷플릭스로부터 콘텐츠를 회수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의 프로스포츠. 여타의 콘텐츠 산업군들과 비교할 시 몇 발 늦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위드코로나의 시대는 시청 채널의 확장, 즉 플랫폼의 다면화 트렌드를 가속화시켰고, TV 중심 생태계의 전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콘텐츠 IP 보유자에게 새로운 판을 짤 시장을 열어줬다. 유튜브에서 촉발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가 언택트 서비스를 거치며 크리에이터 2.0 전성시대로 흘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TV 방송국의 전복과 함께 이제 스포츠 구단 전성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 IP의 주인인 구단과 연맹이여, 이제 스튜디오가 되어라”
스포츠 IP 홀더들이 지금의 판을 읽어내고, 어서 미래 인프라를 준비하기 바란다.

“플랫폼 주도에서 ‘콘텐츠’의 시대로 흐르고 있다.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콘텐츠 IP 보유자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시대에서 스포츠 구단 전성시대가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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