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마케팅 분야 전문지 더피알(Then PR) 기자. ‘어렵게 접근해 쉽게 다가가겠다’라는 모토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스타일에 가장 맞닿아있는 각종 브랜드, 홍보 트렌드, 마케팅 이슈 등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취재하고 글을 쓴다.
10년이면 변한다는 강산이 체감상 3년으로 줄어든 듯하다. 그만큼 새로운 것이 많이 생기고, 생기는 만큼 또 지곤 한다. 트렌드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마이크로 트렌드가 우수수 몰려왔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그렇기에 트렌드가 살아남아 ‘스테디’가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지금 제시하는 5가지 키워드들 역시 언젠가는 사장될 것이다. 하지만 이 키워드들은 다양한 풍파,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최대의 변수 안에서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다. ‘스테디’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이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도한다면 빠르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적어도 늦었다는 소리 역시 듣지 않을 5종류의 마케팅을 소개한다.
이미 많은 기업이 캐릭터와 마스코트를 소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너무나 새삼스러운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과거와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의 캐릭터에는 ‘세계관’이라는 가상의 설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기업 캐릭터는 스토리가 부재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생성 과정에서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를 캐릭터에 담았겠지만, 이런 것들이 전혀 강조되지 않은 채 늘 기업의 프로필이나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만 쓰이다 보니 생명력을 갖기 어려웠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관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캐릭터 역시 명확한 세계관을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벨리곰’은 유령의 집에 어쩌다 방문한 어린이가 씹다 흘린 분홍껌에서 태어났다. 유령의 집과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외모로 인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못했고, 결국 쫓겨나 바깥세상에 나온다. 바깥에서도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데 귀여운 외모 덕에 유령의 집에서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자신을 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벨리곰은 웃음으로 가득한 놀이동산 만들기를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구체적인 설정을 지녔다.
해당 설정에 맞춰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이 운영되고 있는데, 벨리곰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은 때로 공감을 하기도,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렇게 2021년 7월 현재 총 31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자랑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관 속 캐릭터는 아무리 가상의 설정이라도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안 되며, 우리 세계의 누군가를 대변하는, 현실 세계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브랜드가 그동안 쌓아온 자산을 바탕으로 주변 인물을 구축해 하나의 디테일하고 지속된 스토리를 만든다면,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만든 놀이판을 기꺼이 즐길 것이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벨리곰 유튜브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인스타그램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 세상, 메타버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가 극복한다고 해도 이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걸리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듯, 메타버스 역시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서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의 생활 터전이 일정 부분 메타버스로 이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미 메타버스는 고객이 모여드는 접점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기업 입장에선 반드시 고려해야 할 커뮤니케이션 무대다.
활용법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공간을 메타버스 내에 만들어 소비자를 초대하는 것이다. 가령 영화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영화 ‘원더우먼 1984’에 이어 ‘인더하이츠’까지,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무대를 구현했다. 파티를 열고, 플래시몹 댄스를 추는 등 고객들이 찾아와 콘텐츠를 즐겼고, 그렇게 영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 심어줄 수 있었다. 구찌 역시 ‘구찌가든’이란 가상 매장을 로블록스 내에 선보이며 M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BTS X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
다양한 메타버스 사례 ©로볼록스
메타버스 내에서 CSR 캠페인 및 위기관리를 진행한 사례도 있다. 마요네즈 브랜드 헬만(Hellmann’s)의 경우 ‘동물의숲’의 시스템을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의 영국 지점은 현재 한창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無참치’ 논란을 메타버스를 통해 개선하고자 했다.
또 메타버스를 통해 전에 없던 걸 판매할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버전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안무를 판매하기도 했다. 최근에 성행하는 것은 NFT(대체불가능한토큰, Non-Fungible Token)다. 안무의 경우 누구나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지만, NFT는 일종의 감정서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나만의 것이라는 ‘소유’를 주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기에 위·변조도 불가능해 믿을만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타코벨, 피자헛, 프링글스 등이 디지털 작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한편 앞서 말한 세계관을 잘 구축해놓으면 메타버스 진출에도 용이하다. 일례로 LG전자는 ‘지여주’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인스타그램툰을 작년 9월부터 선보이고 있는데, 여주인공인 지여주를 제외하고 그녀를 둘러싼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LG전자 제품이 유추되도록 캐릭터가 구성됐다. 그리고 최근 인스타그램툰 속 캐릭터들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은 만화 속에서 보던 캐릭터들을 제페토에서 고퀄리티의 상태로 볼 수 있어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건 사람들의 본능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재미있는 걸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따라 불러보고, 따라 춰보고, 이를 SNS에 올리고 공유하는 ‘챌린지’의 형태로 나아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스프리의 ‘신나리셔스’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쉬운 가사, 그리고 키위 마스코트의 따라 하고 싶은 율동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 챌린지가 됐다. 또 소비자들이 율동을 넘어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에 해당 CM송을 입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또 공유해 자연스러운 제스프리 바이럴이 일어나기도 했다.
비슷한 형태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EBS 애니메이션 ‘포텐독’이 내놓은 ‘똥 밟았네’라는 노래다. 제스프리와 비슷하게 중독성 있는 노래, 재미있는 가사, K-POP 안무가 가미된 익숙한 안무로 금세 화제를 모았고, 현재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면 꽤나 많은 사람이 안무를 따라 하며 ‘똥 밟았네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걸맞은 노래나 주제가가 있다면 이를 통해 독자적인 챌린지를 진행해보는 것도 괜찮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요즘 유행하는 흐름에 탑승해 외려 브랜드가 따라 하며 챌린지에 동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스프리의 ‘신나리셔스’ ©제스프리 코리아 유튜브
똥밟았네 ©포텐독
그리고 재미 추구의 극한은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에서 나온다. 재작년 즈음부터 콜라보가 기업의 숙명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하도 많은 곳에서 진행하다 보니 더 재미있고, 독특하고, 자극적인, 그리고 생각도 못한 이업종과의 콜라보가 이뤄지고 있다.
가령 최근에는 농심 바나나킥과 신발 브랜드 크록스가 콜라보 제품을 내놔 화제가 됐고, 참이슬과 럭셔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공통된 모델인 ‘아이유’를 계기로 콜라보 굿즈를 내놔 기대를 모았다. 당근마켓과 올리브영 같이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브랜드들도 협업을 통해 슬리퍼 등의 굿즈를 내놓았다.
바나나킥과 크록스의 콜라보 ©농심 인스타그램
농심과 크록스의 협업 ©농심
그런가 하면 팔도 왕뚜껑은 의류브랜드 미스터스트릿, 숲몰(SOUP MALL)과 함께 볼캡 2종을 내놓았다. 특이점이 있다면 모자챙의 일정 부분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 이는 한 소비자의 사진에서 출발한 굿즈인데, 그는 모자를 쓰고 왕뚜껑을 먹다가 국물에 모자를 적셔버렸고, 이를 SNS에 공유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실제로 굿즈로까지 출시한 것이다.
XBOX가 지난달 출시한 미니 냉장고도 비슷한 맥락이다. 2019년 출시된 XBOX의 모습이 냉장고 같다며 놀린 소비자의 의견을 놓치지 않고 있다가, 2년이 지난 지금 선보인 것이다. 이렇듯 콜라보 및 굿즈를 출시하는 데 있어 소비자들의 의견을 간직하고 있는 것 역시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선을 넘는 ‘재미’ 추구는 지양돼야 한다. 최근 협업으로 출시된 딱풀 캔디, 구두약 초콜릿, 유성매직 음료, 소주병 모양 방향제 등이 선을 넘은 콜라보에 해당하는데, 실제 제품과 모양이 너무 비슷해 자칫하면 실제 제품을 먹어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위 종류에 해당하는 제품을 금지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됐다. 좀 더 주의 깊은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최근에는 광고 모델과의 협업에 있어서도 의외성을 추구한다. 지그재그와 윤여정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윤여정의 경우 젊은 층 대상 패션 플랫폼인 지그재그가 그간 택해온 모델과는 거리가 있는 것. 이런 사실을 인정하며 지그재그는 티저 광고에서 “젊고 이쁜 애들도 많은데.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라 되묻는 윤여정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윤며들었다(윤여정에게 스며들었다)’는 MZ세대의 호평을 받았다.
왕뚜껑과 미스터스트릿, 숲몰의 콜라보 ©팔도
지그재그와 윤여정의 협업 ©지그재그 유튜브
신한라이프는 최근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로지(Rozy)’와 협업한 광고를 선보였는데, 이 역시 젊은 층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며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2020년부터 활동해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 이상을 보유한 로지는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탄생시킨 22세의 젊고 발랄한 여성이다. 금융 광고는 보통 신뢰가 가는 인물을 모델로 기용하는데, 이런 이미지를 깨고 가상의 인물을 채택한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꾀한 그들의 의도대로 꽤나 긍정적인 반응이 젊은 친구들에게 오가고 있다. 그밖에도 BTS와 맥도날드의 협업 역시 그 의외성과 디테일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근무 패턴이 바뀌면서 나만의 시간이 늘어난 MZ세대들. 이들은 늘어난 시간을 여가 및 자기계발용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통제 불가능한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오직 통제할 수 있는 ‘나 자신’에 더 관심을 갖고, 하루하루 나답게 내 시간을 통제하며 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신에게 도움되는 행위를 꾸준히 지속하는 ‘루틴’, 그리고 ‘리추얼’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서도 앞서 말한 ‘챌린지’가 진행되는데 물론 다른 의미다. 좀 더 ‘도전’에 초점을 맞추고, 하루하루 정해진 과업을 지속해 한 달, 혹은 그보다 더 오랜 기간을 채우는 것이다. 여기서 브랜드는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우선 차근차근히 쌓아온 철학을 바탕으로 어떤 루틴을, 어떤 챌린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루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과 협업하는 방안이 있다. 예로 후지필름은 한달어스라는 브랜드와 함께 제품의 특성을 살린 한달필름일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생리대 브랜드인 디어스킨의 경우 밑미와 협업해 아로마, 음식, 요가 리추얼을 진행했다.
루틴 자체에 우리 브랜드, 혹은 제품이 스며들게 할 수도 있다. 우리 브랜드의 제품이 당신의 루틴 속에 꾸준히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시스의 경우 최근 모델을 이승기로 교체하면서 새 광고를 선보였는데, 이승기가 대표적인 루틴 중 하나인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며 아이시스를 마시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이와 함께 마케팅의 언어도 바뀌어야 한다. ‘이걸 구매하면 삶이 바뀐다’는 접근이 아니라, ‘당신의 매일매일의 삶과 우리 제품이 함께 간다’는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지필름+한달어스 ‘한달필름일기’ ©한달어스
아이시스의 ‘미라클 모닝’ ©롯데칠성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