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스포츠콘텐츠팀 차장. 2007년 뉴시스 스포츠부 입사 후 2011년부터 스포츠조선에서 월드컵, UEFA챔피언스리그, 아시안컵, 올림픽 등 굵직한 축구 현장을 거쳤다. 2018년부터 야구 담당 기자로 활동 중이다.
한화이글스가 왓챠와 손잡고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한화 입장에선 색다른 팬서비스를, 왓챠 입장에서도 저비용 고효율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하는 협업으로 보인다. 한화와 왓챠의 신선한 콜라보, 그 의미를 알아본다.
프로스포츠는 OTT 서비스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올해 왓챠와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의 구단 다큐멘터리 OTT 콘텐츠를 제작 중인 한화이글스의 시도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가 팬들에게 소개된 적은 있다. 즉, 2005년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준우승 과정을 소재로 한 <비상>, 2009년 롯데 자이언츠의 이야기를 다룬 <나는 갈매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영화가 일정한 스토리 라인을 갖춘 반면, 국내 스포츠팀을 주제로 리얼타임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한화와 왓챠가 처음이다.
한화가 왓챠와 협업을 발표했을 때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최근 수 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 한화가 드러내는 속살이 과연 팬,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라운드 바깥에서의 스토리와 함께 한화가 리빌딩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다 심도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보며, 해외 스포츠 OTT 콘텐츠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교차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화이글스 마케팅팀의 서우리 파트장은 “시즌 중 구단 내부 스토리, 비하인드 스토리 등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소개해 코로나19로 약해진 기존 팬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왓챠 측에서도 한화 팬뿐만 아니라 전체 야구팬,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가치를 평가해줘 공동투자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OTT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날것’이다. 미화나 편집 없이 팀의 모습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때로는 구단 내 치부, 조직 구성원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리빌딩이라는 적잖은 변화, 지난해 최하위팀이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 속에 시즌에 돌입한 한화에겐 리스크가 더욱 클 수도 있는 부분. 무엇보다 이런 과정 속에 ‘경기력’이라는 구단 최대의 콘텐츠가 손상을 입는다면 득보다 실이 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화는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기존 콘텐츠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사례를 수집하고, ‘출연자’인 선수단, 구단 프런트와 이해과정을 거쳤다. OTT 서비스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실제 구성원의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서 파트장은 “설명회를 통해 제작 취지와 구단의 목표를 설명했고, 일일이 촬영동의서를 받았다. 촬영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2~3개월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며 “코칭스태프, 선수들도 촬영 상황과 관계없이 감정 표현과 대화를 거리낌없이 하면서 의도했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촬영팀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선수들이 먼저 나서서 챙기기도 한다”고 밝혔다.
촬영팀의 일정은 선수단의 시즌과 똑같이 진행된다. 지난 2월 1일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10여 명의 촬영팀이 동행한 가운데, 경기장뿐만 아니라 원정 숙소 내에서도 촬영을 계속했다. 다큐멘터리 촬영 업계 관계자들도 “국내에서 인물, 조직 등을 대상으로 1년 내내 똑같은 일정으로 움직이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경우는 한화가 처음”이라며 한화와 왓챠가 어떤 콘텐츠를 생산해 어떠한 시청자의 반향을 이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왓챠 촬영 장면 ©한화이글스
왓챠 촬영 장면 ©한화이글스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면서 프로스포츠 업계는 다양한 시도를 펼쳐왔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팬 패러다임은 이제 유튜브나 OTT 서비스라는 영상 창작 콘텐츠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구단, 팬이 아닌 제3의 눈인 창작자가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은 그동안 찾지 못했던 스포츠의 새로운 재미와 가능성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재미도 결국은 구단-조직이 원하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팬 확보와 그로 인한 수익 창출, 기업 커뮤니케이션 목표 달성 등 프로스포츠 단체의 과제 측면에서 볼 때 OTT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플랫폼인 셈이다. OTT 스포츠 중계, 자체 콘텐츠는 개별 취향에 맞춘 구독 서비스로 장차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OTT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콘텐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구단도 생산자 입장에서 콘텐츠 제작 능력, 소비층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등 OTT 서비스가 가진 강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프로스포츠 콘텐츠의 매력은 여전히 라이브 경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부분에서 어떻게 OTT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는 서우리 파트장의 의견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