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리드하는
생활의 변화를 이해하는 키워드 시간, 취미, 연대

MZ세대가 리드하는 생활의 변화

글.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사람들의 말과 글로 이루어진 빅데이터 분석가. 이야기를 좋아한다.
데이터는 결국 이야기이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데이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2021 트렌드 노트>를 썼다.

생활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젊은 MZ세대가 더 쉽게, 더 빨리 받아들인다. 지금 이 글에 나오는 시간의 주인으로서, 취미를 구가하고, 소속감이 아닌 연대감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은 MZ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따로 있고, X세대와 베이비부머의 라이프스타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MZ세대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MZ세대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MZ세대가 리드하는 생활의 변화’로 제목을 정하였다. 생활은 변한다, 설령 당신이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가 시간의 주인인가?

-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루틴’

코로나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간은 제약하고 시간은 확장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주52시간 제도로 인해 직장인에게 퇴근 후 저녁 시간, 출근 전 아침 시간이 새롭게 주어졌다. 코로나로 인해서 학교도, 학원도, 교회도, 회사도, 모임도, 행사도 가지 않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비교적 긴 시간을 스스로 운용해 나갔다. 사람들은 답답하고 지루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어 가는 방법을 공유하고, 이렇게 해 나가겠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지켜 나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루틴’이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순서와 방법을 의미하는 ‘루틴’은 코로나 이전부터 상승하였고 코로나 이후 그 상승속도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루틴은 #운동루틴, #스킨케어루틴과 같이 어떤 방법과 노하우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그 영역이 확장되어 시간을 지칭하는 아침, 저녁, 주말, 일상 등의 단어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아침루틴-아침 조깅 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주말루틴-주말 아침 넷플릭스 시청, 카페에서 책보기 등이다. 개인이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하고,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출근루틴’, ‘과제루틴’ 등의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루틴 앞에 붙는 시간은 개인이 확보한 개인만의 시간이지, 의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해서 내 시간의 자율 운영권을 외부에 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하고, 프로그램과 기기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의 시간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쌓아갈 것이다. 독립적인 시간의 주인으로서 개인은 시간을 흘려보내기 보다는 채우려 한다. 게임, 유튜브, 넷플릭스 등 킬링타임용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수동적 소비 행태만으로는 뿌듯함을 얻을 수 없다.

인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손과 근육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생산해내고자 한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

운동은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의미있게 채우고자 하는 시대정신과 맞닿아있다. 코로나 이전 우리 사회가 열광해 마지않았던 ‘여행’과 코로나 이후 급상승하고 있는 ‘운동’은 그 목표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여행은 목표라기보다는 로망이다. 여행은 운동처럼 꾸준히 실력을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던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반면 운동은 가시적인 목표가 있다. 시각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눈바디를 획득하는 것, 중량적으로는 일정 무게를 들 수 있게 되는 것, 게임 레벨을 올리듯 단계를 높여나갈 수 있다. 혹은 매일매일 꾸준히 행한다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된다.

운동의 핵심은 반복이다. 여행은 아무리 자주 가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어렵다. 무엇보다 여행은 주기성이 없다. 운동은 꾸준히, 반복적으로 행해지며 사진으로, 숫자로, 인증되고 기록된다. 매일의 운동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일탈적 이벤트에서 매일의 일상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증거이다. 스포츠업계가 바라보아야 할 사람들은 기존에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자기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우려는 초보자들이다. 운동은 일상의 루틴 속에서 어떤 시간을 차지할 것인가? 시간의 주인들에게 어떻게 자기 관리의 도구가 될 것인가?

“주 52시간제부터 코로나까지 우리 생활 변화의 중심축에는 ‘시간’이 있다. 개인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늘어난 시간. 스스로 긴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간의 주인이 된 개인은 스스로, 꾸준히, 기록함으로써 시간을 의미로 채워 나가고 있다.”

취미가 주는 한 평의 성취

- ‘어떠해야 한다’에서, ‘이러하고 싶다’로

의무의 시간이 아닌 자율의 시간은 ‘취미’로 채워진다. 취미는 매우 오래된 식상한 주제인 것 같지만, 코로나 이후 급부상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때 취미는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재미없는 소개팅 대화 주제인 ‘취미가 뭐예요?’ 이런 취미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취미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내 관심사는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에 가깝다.

취미라는 단어는 2018년 1분기 6,526건이었는데, 2020년 1월 코로나를 기점으로 서서히 상승, 올해 1분기 9,418건을 찍었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매월 발간하는 관측지에서도 2020년 6호에 걸쳐 ‘취미’를 다뤘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취미, 클래스101의 취미, 코로나 시대 입문하는 취미, 취미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OO하는 사람’, 여행 대신 취미에 투자한다, 핀터레스트라는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미를 언급하였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어권 데이터에서도 코로나 이후 ‘hobby’라는 단어가 상승하였고, 코로나 시대의 취미로서 ‘#quarantine hobby*’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비단 한국만 그런 게 아닌 것이다.

코로나 시국을 맞았을 때, 사람들은 왜 취미를 찾기 시작했을까?
첫째,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하였다. 의무의 시간이 아니라 여가 시간=남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취미로 불러 모았다.

둘째, 코로나는 시간은 주되, 장소는 제약했다. 고립된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할 필요를 느꼈다. 나 스스로에게도 묻고 싶었고, 타인에게도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조직 내 관계가 느슨해졌을 때, 개인은 자신의 관심사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때 취미는 한 번 하는 체험과 구별된다. 체험은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해보는 것이다. 취미는 꾸준히 할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나 어려서부터 뭐 좋아했지?’ ‘나 뭐 잘했지?’를 묻는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quarantine hobby’로 그림이나 악기와 같은 예체능이 나오고, 한국에서는 필사, 독서처럼 본격적인 공부와 연관된 것이 나온다.

셋째, 개인의 취미·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플랫폼도 취미 형성에 큰 몫을 했다. 한 장의 연출컷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 뉴비(새로 시작한 입문자)와 고수(정보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트위터와 유튜브는 자신의 취미를 자랑할 수 있고, 자신과 같은 취미·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한국에서는 코로나 전부터 취향이라는 단어가 증가하였다. 취미의 탄생 조건은 개인의 취향이다. 취향은 개인적인 기호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개입될 수 없다. 취존(취향존중), 개취(개인의 취향)라는 단어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반의 일이다. 자기만의 취향을 가진 개인의 등장, 개인의 취향이니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형성은 취미 사회로 가는 토대가 되었다.

넷째, 취미가 돈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취미 인간, 취미 사회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키는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사람들은 취미로 하던 비즈 공예가 유튜브나 스마트 스토어 같은 플랫폼에서 충분히 팔릴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반드시 물건을 만들어 팔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특정 취미·취향을 가진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 취미가 나에게 돈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실제 가져다주는지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최근 많이 나오는 N잡러와 맞닿아 있는 생각이지만, 취미는 직업과는 구별된다. 취미는 직업과 달리 자발적인 것이다. 거기에 직업과 같은 경제적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지금의 취미는 더 각광받을 수 있다.

취미의 반대, ‘의무’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취미의 반대가 의무라고 한 것은 취미는 의당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의당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한다는 유교 가르침도 있다. 취미 인간은 그런 식의 ‘어떠해야 한다’의 정체성에서 ‘이러하고 싶다’는 선택적 정체성으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취미이기에 무엇이든 취미가 될 수 있지만, 요즘 취미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속성, 성장성, 기록성이 공통점이다. 취미가 ‘방꾸미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방꾸미기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취미일 수 있는 이유는 지속성에 있다. 방꾸미기는 취미일 수 있지만 인테리어는 취미일 수 없다. 인테리어는 계획을 세우고, 남에게 맡겨서(때로는 직접 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셀프 인테리어라는 특별한 말이 붙는다) 끝을 내는 것이다. 방꾸미기는 인테리어와 달리 내가 직접 한 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는 것이다. 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나의 안목은 상승하고, 내 방의 스타일은 변주되고, 그 변화의 과정은 기록되어 나의 콘텐츠가 된다. 나는 뉴비에서 고수가 된다. 그래서 취미는 자주 ‘공부한다’고 표현된다. *quarantine hobby; 코로나 시대의 취미

“의무의 시간이 아닌 자율의 시간은 ‘취미’로 채워진다. 취미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호의 영역이다. 취미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는 의당 마땅히 그러해야만 한다는 당위의 정체성에서 개인적으로 이것을 원하니 존중해 달라는 선택적 정체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N개의 취미는 쿨하다
광고의 시선으로 보는 ‘N개의 취미’

최근에 나온 한 커피 광고를 보면 회사원인 유연석 씨가 저녁에 퇴근하고 다양한 취미를 하고 있다. ‘오늘은 유셰프, 내일은 유러너, 주말엔 유목수, 본캐부터 부캐까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요즘 시대의 커피’가 광고 카피이다.

여기서 광고가 하고 싶은 말은 ‘N개의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다’가 아니라 ‘너와는 놀아줄 시간이 없다, 나는 나대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과거에 ‘투잡 뛴다’라고 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느껴지는 궁색함이었지만 지금의 N개의 취미는 N잡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쿨한 행동이다. 광고 소재로 쓰일 만큼.

©롯데칠성 유튜브

세대별 ‘취향’에 대처하는 자세

취미·취향의 반대말은 뭘까? 취미와 취향의 뉘앙스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둘의 공통된 반대말은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조금 나눠서 말한다면 취향의 반대는 인기, 취미의 반대는 의무라 하겠다.

인기 드라마를 볼 것인가, 취향 드라마를 볼 것인가는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다른 결과일 수 있다. 인기 드라마는 많은 사람이 본 것이니 재미가 보장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대세에 합류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취향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다같이 북유럽풍의 디자인을 하고, 다같이 펜던트 조명을 좋아하고, 다같이 하얀 테이블에 민트색 포인트를 주는 것은, 취향이라기보다는 인기 있는 트렌드에 합류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깝다. 반면 Z세대는 ‘다름’에 강박을 갖고 있다. 본인만의 취향과 개성이 중요하다. 같은 것은 오히려 거부된다.

핑크뮬리가 유행일 때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보다 빨리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잘 짜여진 연출 사진을 본인의 SNS에 올리고 싶어 한다. Z세대는 핑크뮬리가 유행인지를 알기 때문에 일부러 그곳에서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X세대는? 핑크뮬리가 유행인지 모른 채 핑크뮬리의 유행이 지나가버린다.

밀레니얼 세대는 같은 취향을 보여주긴 했지만 디테일·퀄리티·취향의 중요성을 우리 사회에 가져왔다. Z세대는 취향의 깊이가 아니라 취향의 너비, 취향의 다름을 중시하는 세대이다. 우리 사회는 이 세대들과 함께 더더욱 취미 사회, 강한 개성의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소속감에서 연대감으로

- 해시태그로 연결된 일시적 연대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관심사를 추구한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 간의 동질감은 사라지는 걸까? 스포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팀워크는 불가능해질까? 나이키는 ‘러닝크루’라는 단어조차 낯설 때부터 러닝크루를 조직하고 협업하고 독려했다.

러닝크루는 마라톤 동호회와는 다르다. 러닝크루에게 중요한 것은 마라톤 완주가 아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함께 뛰고 공감한다는 것이다. ‘크루’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운동을 위해 먼 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도시 곳곳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러닝크루는 물리적 장소에 같이 모이지 않더라도 ‘나이키 런 클럽’을 통해 연결된다. 코로나 이후 나이키 런 클럽은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캠페인)과 연결되며 새로운 연대감을 더해가고 있다. 운동화를 파는 나이키는 운동화가 필요한 시간, 그 시간을 공유한 사람의 연대감을 북돋는다.

연대감은 나이키 런 클럽과 같은 대표되는 플랫폼이 없어도 가능하다. 코로나 이후 인스타그램에 ‘#등산스타그램’은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코로나 이후 등장한 등산에는 ‘술’, ‘김밥’, ‘산악회’(모임) 장면은 없고, ‘커피’, ‘패션’, 개인의 ‘성취’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각자의 개인은 한날한시에 등산을 가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아니다. 약속한 사람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등산스타그램의 코드는 동일하다. 레깅스에 가벼운 등산화, 알만한 브랜드의 티셔츠, 도시 근교의 산 정상, 혼자(아마도 사진을 찍어준 누군가와 함께 갔겠지만 사진은 단독샷). 코로나 시대에 자연을 찾는 행위는 본능에 가깝다.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자연은 한강과 산이다.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모이지 않지만,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같은 행위를 함으로 연대한다.

그때의 연대는 과거의 조직과는 다르다. 만약 ‘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면 카페에는 가입이라는 절차가 있고, 카페지기라는 조직의 대표가 있고, 어느 게시판에 무엇을 적거나 적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반면, 각자가 자기 SNS의 주인이면서 ‘#등산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사람들은 같은 해시태그를 단 사람들과 일시적으로 하나가 되고, 다른 해시태그로는 서로 다른 길을 간다. 전자가 잘 가꾸어진 정원이라면, 후자는 이끼 군락지에 가깝다. 후자는 결집과 해산이 쉽고, 그러면서도 쉽게 동족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가 배타성을 안고 있다면 후자는 배척할 필요가 없다. 행동이나 신념에 동의한다면 ‘수락’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하면 된다. 새 시대의 동질감은 ‘테두리와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팔걸이를 하고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띄고 있다.

스포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포츠가 필요한 시간, 스포츠를 통한 연대감으로 연결된 느슨한 공동체가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지향점이다. 보는 스포츠든, 하는 스포츠든 스포츠는 콘텐츠다. 혼자만의 시공간을 나만의 세계로 구축해 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콘텐츠다. 수평적이고 느슨한 공동체 – 우리가 조직하고 협업하고 독려해야 할 소비자의 상(像)이다.

“개인의 취향과 취미가 중요해진다고 해서 동질감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동질감을 느끼는 방식이 변화한다. 어떤 조직에 소속됨으로써가 아니라 같은 신념이나 생활양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표현함으로써 ‘연대감’을 느낀다. 이 시대의 동질감은 잘 가꾸어진 정원이 아니라 자연발생적 이끼 군락에 가깝다.”

· 코로나로 인한 시간관의 변화  #루틴의_중요성 #과정의_기록 #시간의_주인이_된_사람들
· 코로나 이후 취미의 부상  #정체성으로서의_취미 #돈이_되는_취미 #의무사회에서_선택사회로
· 코로나 이후 연대의 의미  #동질감은_살아있다 #NO_위계질서_규칙 #해시태그로_이합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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